1.도서소개
시는 그저 한갓 피어올랐다가 사라질 운명의 흔적과 같은 것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고유의 구성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사건들과 허접한 일상들 가운데 시는 거의 드물게 질서의 공간을 구축한다. 변화무쌍한 현실과 숱하게 토해지는 말들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고유의 음색과 짜임을 지닌 시들이 희귀하게도 우리의 의식을 충격한다. 우리의 의식은 비로소 말들이 이루어낸 안온한 질서 속에 접속되어 이동을 멈추고 고요히 시와 만난다. 시가 의식을 충격하면서 이루어진 조우의 순간들은 즐거움과 인식의 공간이 되었다.
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의미도 논리도 아니고 그것이 발휘하는 에너지의 질과 양이다. 그것이 말을 거는 순간의, 상황의, 사태의 성질이 시에 관한 호불호를 가름한다. 평론가가 지닌 의식의 주름과 밀도가 시가 지닌 고유의 공간과 만나 때로 그것은 쾌가 되거나 불쾌가 되고 호가 되거나 불호가 된다. 만남은 모두 상대적이다. 마찬가지로 시를 포함하여 인간 존재 모두 고유의 체질을 지닌 상대적인 공간이 된다. 이것을 곧 위상공간(topological space)이라 부를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위상(位相)적 성질을 띤 공간이다.
각 개체들의 상대성과 위상성을 말하는 것은 시가 지향하는 절대성에 관해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완전하고 굴곡으로 가득 차며 혼돈으로 일그러져 있는 와중에서 시는 그 험한 카오스를 가로질러 고요와 안녕의 세계를 지향한다. 모든 것이 우연으로 불안정하고 일회적일 때 시는 무질서 속에서 사금 조각 같은 진리를 캐내고자 하는 것이다. 무위한 시의 이런 행위들이 역시 덧없이 사라질 것들이나 그것들은 상대적인 만남들 가운데서 빛으로 타오르고 별처럼 반짝일 것이다. 그 환한 반짝임들은 혼돈에 처해 있는 모든 존재들의 꿈이겠거니와 시가 보태는 빛들에 이끌려 우리의 미래가 조금씩 그러나 환하게 열리기를 소망한다.
2.도서목차
머리말
1부 우리 시대의 시정신
‘이성’에서 ‘감성’으로, ‘감성’에서 ‘마음’으로
2부 현장시 리뷰
산포된 세계 속에 피어나는 말의 로고스
존재의 형식으로서의 시간
시의 위상학적 공간과 현장성(現場性)의 요인
사유를 확장하는 의미의 시들과 세계의 회복
말의 발생과 기원, 살아 있는 말을 찾아서…
‘마음’의 질(質)과 양(量)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의 소통
불확정적 세계 속의 인간의 고투
랜덤(random)의 세계에서의 시의 의식
탈근대의 기획을 넘어서는 감각의 언어
말의 밀도, 미끄러지지 않는 말
‘나’를 이루는 것들, 타자와 자아 사이의 상상력
우주적 시공성과 운명의 현상학
인간에 관한, 인간의 방사(放射)적 사유
3부 우리 시대의 시인
‘불신(不信)과 불통(不通)’에 대한 투쟁을 위한 시-이재무 론
자연의 존재론에 관한 일 고찰-배한봉 론
희미한 연기(煙氣)의 언어를 토하는 거미의 입-김경주 론
의미의 벡터(vector)가 소거된 자유의 언어-박장호 론
시의 알레고리에 담긴 삶의 비극-정겸 론
융합되지 않는 세계에 대한 환유적 표현-박성현 론
‘사이’를 가로지르는 활달한 상상력-김종미 론
혼돈의 전체성과 부분으로서의 인간-박선우 론
질박한 언어로 창조해가는 생의 에너지-유안진의 『걸어서 에덴까지』
한없이 냉철하기-죽음의 양태에 맞서는 법-박찬일의 『「북극점」 수정본』
시적 언어의 현실주의-최서림의 『물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치유의 모색-채선의 『삐라』, 정숙자의 『뿌리 깊은 달』
‘바람’, 그 새로운 영토에서 이어지는 문장-이은규의 『다정한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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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저자약력
김윤정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김기림과 그의 세계』『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지형도』『언어의 진화를 향한 꿈』『한국 현대시와 구원의 담론』『문학비평과 시대정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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