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소개
세상은 그녀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갔고 그녀의 남자를 사라지게 했다. 그녀는 서른의 강을 건널 수 없었고 마흔의 늪지대를 통과할 수 없었다. 걷고 또 걸어도 한자리였다. 그녀는 여성이 아니라 여자로 살았다. 그것은 삶의 방편 중 하나였다.
그녀의 내력과 삶은 그녀의 몸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그녀는 자신과 닮은 그녀들의 몸에 새겨진 상처와 투쟁의 흔적과도 마주하게 되었다. 여성인 노인, 여성인 그녀, 여성인 딸. 버리고 싶은 기억이든, 아물 수 없는 상처든, 지워지지 않는 흉터든. 그녀와 그녀들은 그것들을 꺼내어 마주했다. 그래야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여느 사람들처럼 아프면 비명을 지르고, 여느 사람들처럼 기쁘면 웃는다. 어떤 것을 욕망하고 그 무엇에 대한 꿈도 꾼다, 살아있으니까.
흉터와 흔적이 남아 있는 맨몸들. 그 맨몸 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아픈 고백. 비로소 나는 서른이라는 격랑의 강을 건넌다. 그리고 가까스로 도착했던 마흔이라는 늪지대도 빠져나온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사막이다. 버려졌거나 소외된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는 깨달음. 가장 큰 밑천인 그것을 지불하고 제물로 바쳐진 낙타 한 마리를 산다. 그것이 바로 소설이다.
나는 오래 기다린 낙타의 등에 오른다. 낙타가 몸을 일으켜 길을 떠난다. 행복한 노정과 불행한 도착을 위하여…….
2. 저자약력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중앙대 대학원에서 문학예술을 전공했다.
『작가세계』에「그림자가 살았던 집」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검은 수족관』과 함께 엮은 책으로 미니픽션『술集』외 5권이 있다.
3. 저자목차
작가의 말
스타킹토르소
그래, 낙타를 사자
그들은 로그아웃을 할 수 없다
금륜의 봄날
중편소설 화이트 아웃
4. 추천의 글
도시문명의 복판은 평화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안전이 필요해서, 또는 외로움이 두려워서 자꾸만 그 복판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현대의 깊은 곳이 하나의 생명체에게 얼마나 삼엄한 장소인지, 한 운명이 그곳에서는 얼마나 수동적인 객체에 불과한지, 김민효의 소설 『그래, 낙타를 사자』는 그 ‘비명의 세계’를 그린다. 체험은 깊고 감각은 젊다. ‘삶과 죽음의 국경선’이 불타버린 잿더미 위에서 주인공이 선택하는 것은 세계를 오로지 걷고자 하는 일이다. 그래서 작가의 치열한 산문정신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을 선택하는, 평화 속에서 삶을 중지하기보다 고통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언젠가 루소가 말한 ‘고귀한 미개인 상’을 찾아 불타고 있다.
- 김형수(소설가, 평론가)
그의 머릿속에는 표제작「그래, 낙타를 사자」의 주인공처럼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위험한 상상력이 화산의 분화구처럼 들썩대고, 몸에는 언제라도 뿜어져 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문학적 열혈이 그득 고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찰은 드문 순간들에 일어나는 것이고, 평시에 접하는 그는 글과 행동에서 자기 본연의 분출을 애써 ‘방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책에서 그는 자산의 문학과 인생 모두에 분수령이 될 만한 해법의 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는 ‘놓여나기’- 오랜 세월 피 흘리며 움켜쥐고 있던 상실과 불안에의 집착에서 마침내 놓여나기로 선택하는 일, 그것이다. 그리하여 ‘잊었거나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는 곳으로 낙타를 구해 타고 세상의 사막을 건거가기, 멈추지 않고 걸어감으로써 ‘북이 울리게’ 하여 그 해방의 시간 속으로 작가가 결연한 발걸음을 내디뎠음을 이 옹골차고 아름다운 소설집은 증언하고 있다. 그의 길에 가장 크고 빛나는 길잡이별이 함께하기를!
- 구자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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