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 소개
<푸른사상 산문선> 9번째로 『은하수를 찾습니다』가 간행되었습니다. 이번 산문집을 준비하면서 이 시점에서 나름 깨달음과 반성 그리고 새로운 결심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이번 산문선에 싣게 되셨다고 합니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더불어 호흡하며, 시선을 나누고, 음으로 양으로 염려해 주시고 배려해 주시며, 꾸준히 좋은 기운을 보내 주시는 모든 분과 이 책을 만나게 되실 미지의 새로운 분들을 생각하며 서신을 띄우는 자세로, 흔들이는 차창너머의 풍경처럼 거쳐온 시간에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밤 하늘에서 은하수가 사라졌다는 건 위기를 알리려는 다급한 무언의 메시지 입니다.
별들이 시야에서 차례로 떠나가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지만, 그걸 외면하는 눈먼 광경은 더욱 암담하여, 부득이 이 시대를 향해 던지고 싶은 당부의 표제로 내걸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반가워하는 계절의 변화를 따라 “봄·여름·가을·겨울·먼저 봄”으로 분류하였는데, ‘먼저 봄’이란 ‘봄’보다 앞서 나간 봄을 의미합니다.
2. 저자 약력
이규희
1937년 충남 안산에서 태어나, 대전사범, 이화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3년『동아일보』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속솔이뜸의 댕이』『잃어버린 눈물』『수렁을 나는 새들』『수줍은 연가』『그리움이 우리를 보듬어 올 때』등과 소설집『황홀한 여름』『그 여자의 뜀박질은 끝나지 않았다』, 수필집『늘 푸르고 싱그러운 날은 언제』『내 고백은 진달래 개나리로 피고』등이 있다. 한국문학상(1998년), 가톨릭문학상(2010년)을 수상하였다.
3. 도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봄
매화나무나 산수유나무나
젊은 벚나무 앞에서
내 계단의 수풀
자갈을 씻으며
요즘 떠오르는 몇 가지 상념들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듯이
봄
북한산과 네 사람
소귀천
백당나무를 찾아서
남산제비꽃
라일락꽃이 지기 전에
무뚝뚝함과 상냥함의 차이
고양이 앞의 같은 고양이들
오영수 선생님의 난(蘭)
세상의 모든 것에 혼신을 다해
사랑을 부어가고 있는 따뜻한 렌즈
제2부 여름
은하수를 찾습니다
삼봉 해수욕장
유리창을 초록으로 물들여주는
무명 순교자
베일 늘인 모자
지리산 맑은 줄기
집장을 찾아서
딸의 짐 속에서 불거져 나온 나
사랑의 심지
그 여름의 태풍
나의 보물 1호
내 마음 속 수호천사
인정스런 느림 속에 평화와 행복이
나의 보물 1호
푸새
먹물
나라와 백성의 맥을 잇는 정서 - 백순재 서지학자의 선견지명
저 푸른 들판에 솔잎을 보라 - 큰 스승 윤원호 선생님
제3부 가을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무자격 화부(火夫)
낙엽을 지려 밟으며
환갑굿
내 생애 최고의 드레스
애상에서 사색으로
왕벚나무·겹벚나무
모교 방문기
그곳에서는 무슨 꽃을 피워내실 건가요
지따 성녀
이 죄인을 진실하게 하옵소서
잊혀진 기억의 저 깊은 골짜기에서
보이지 않는 탯줄 - 나의 문학의 뿌리
제4부 겨울
엄마의 겨울
풋복숭아 소녀의 꿈
가슴 찢어지는 경의선
일지송 병풍
반세기만의 외침
알몸
강영애의 먼지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살다가 자연에 돌아가다
- 「속솔이뜸의 댕이」에서
「배추농사」의 관하여
「인어」가 보여주는 것
나의 사춘기를 담은 「아카시아 길」
우이동과 「황홀한 여름의 소멸」
그 날
눈이 뜨이자, 책도 눈을 뜨네
마지막 밑바닥 그 끝까지 - 엔도 슈샤꾸, 『침묵』을 읽고
제5부 먼저 봄
박화성 탄생 100주년 기념해를 보내며
우리 어머니, 박화성
나 위해 기도해라
하많은 별떨기의 운행속에서
하나의 문학기념관을 피우기 위하여
4. 추천의 말
내가 은하수를 잃어버린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걸 내가 마지막 본 게 언제였더라. 도시로 나오면서 내 고향 두메산골에 나의 은하수도 떼어놓고 온 셈이라면 말이 될까. 은하수를 생각하기엔 도시의 전깃불이 너무도 밝았다. 나는 은하수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물질문명이 홍수를 이루며 살기가 편리해진다 싶더니, 이면으로는 삐거덕,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며 서울의 대기오염 수치가 전 세계 통틀어 상위권에 올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나는 후다닥 놀라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좀처럼 별빛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늘은 탁했다. 나는 서울에서 200리, 고속버스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내가 잘 두고 왔다고 믿었던 은하수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렇게 허무하게 은하수를 도난당한 지 어언 삼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 듯 싶다. 기회되는 대로 공기 맑은 곳이다 싶으면 나는 나의 분실물을 찾아보려 애써 보았으나 허사였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왕방울만 한 별들이 하늘 가득 쏟아질 듯 반짝거리고 있질 않은가. 그 찬란한 하늘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둘로 가르며 두둥실 떠 있는 얇은 푸솜(풀솜 雪綿子)들…… 은하수였다. 아주 작은 별들로 이루어졌다는 빛의 강이다. 아아,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아직은…… 그 순간 나의 눈빛도 아마 별이 되지 않았을까
― 「은하수를 찾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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