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기룬 어린 양들』, 『전북도민일보』, 2013.11.11
'기룬 어린 양들\' 표지
나는 완전에 가까운 그의 결단을/ 지천명처럼 믿네// 그에게는 하루 14시간의 작업이나/ 단수(斷水) 같은 월급이/ 문제가 아니었네/ 위장병이나/ 화장실조차 막는 금지도/ 문제가 아니었네// 바늘로 졸음을 찌르며/ 배고파하는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일이/ 문제였네// 내게 인정으로 배수진을 치는 법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 최후까지 알려줄 것이네”「전태일」전문
전태일 이후 노동운동을 하다 세상을 뜬 이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시 65편. 열악한 환경에서 강요된 노동을 해야했던 이 땅의 노동 열사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린다.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맹문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기룬 어린 양들(푸른사상·8,000원)’.
전기나 평전과 같은 논픽션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시집에서 시인은 실제 노동운동 과정에서 산화해간 열사들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삶의 의미를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조명하고 있는 것인데, 낯설음으로 무장한 이 시편들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시에 대한 관념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또 다른 방식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성장 신화의 제물로 바쳐진 노동자들의 그 이름이 바로 역사임을 인식 하면서….
맹 시인은 서문에 “나는 오랫동안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만해가 ‘님의 침묵’에서 노래한 이 어린 양들 가운데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도 포함될 것이다”면서 “나는 어린 양들이 기루어서 이 시들을 썼다. 앞으로도 쓸 것이다”라고 적었다. ‘기루다’는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거나 아쉬워한다는 뜻의 전북지역 사투리.
충북 단양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먼 길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 ‘사과를 내밀다’가 있다. 전태일문학상, 윤상원 문학상, 고산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로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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