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국문학사, 시문학사
한국 근현대시사
오세영 지음|학술총서 69|160×232×35mm(하드커버)|616쪽
58,000원|ISBN 979-11-308-2377-5 93800 | 2026.6.5
■ 도서 소개
개화기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시의
흐름을 실증적이고 역사적으로 총망라하다
오세영 교수(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집필한 『한국 근현대시사』가 푸른사상사의 학술총서 69로 출간되었다. 1894년 개화기부터 2000년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문학사의 흐름을 시대별, 장르별, 시인별로 총망라해서 정리했다. 『한국 근현대시사』는 시인들의 대표작을 고찰한 방법론의 토대로 기술했기에 실증적이고 역사적이다.
■ 저자 소개
오세영(吳世榮)
194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장성과 광주, 전북의 전주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68년 박목월에 의해 『현대문학』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시집 『사랑의 저쪽』 『바람의 그림자』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 소리』 등 29권, 학술서 및 산문집 『시론』 『한국 현대시 분석적 읽기』 등 24권이 있다. 만해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고산문학상 등과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시집 『밤하늘의 바둑판』 영역본은 미국의 문학비평지 Chicago Review of Books에 의해 2016년도 전 미국 최고시집(Best Poetry Books) 12권에 선정되었다.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체코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된 시집들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이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한국 근현대시사의 조망
제1장 한국 근현대시사를 바라보는 틀
1. 자유시의 성립 과정
2. 정형시로서의 신체시와 창가
3. 근대, 현대, 탈현대
4. 아방가르드,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5. 시, 서정시 그리고 서사시
6. 한국시의 율격
제2장 한국의 근대시와 현대시
1. 근대문학과 현대문학
2. 한국 근현대시의 출발
제2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제3장 개화기 시의 재인식:1894~1919
1. 시사적 의의
2. 장르 체계
3. 자유시 형성 과정
제4장 근대시의 전개:1919~1930
1. 유미주의 경향의 시인들
2. 민족주의 시의 등장―민요시파와 민족 서정시파 및 시조
3. 신경향파의 시
4. 그 외의 서정시인들
제5장 현대시의 전개:1931~1941
1. 순수서정시
2.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3. 휴머니즘 비평과 ‘생명파’
4. 농민시
5. 그 외의 1930년대 시인들
제6장 암흑기와 저항시:1942~1945
1. 친일 어용시
2. 암흑기의 순수시
3. 일제 저항시
제3부 해방정국과 전쟁, 그리고 격동의 시기
제7장 해방기의 민족시단 형성:1945~1949
1. 재등장한 프롤레타리아 시인들
2. 청록파와 기타 시인
제8장 한국전쟁과 50년대의 시적 대응:1950~1959
1. 한국전쟁시
2. 아방가르드 및 모더니즘 지향의 시들
3. 전통 지향의 시들
4. 인생 탐구의 시들
제9장 4·19혁명과 60년대의 시:1961~1971
1. 서정적 경향의 시들
2. 전위적 경향의 시들
3. 사회 참여적 경향의 시들
제10장 권위주의 통치하의 시:1972~1980
1. 서정적 경향의 시들
2. 전위적 경향의 시들
3. 민중시
제4부 산업화 사회와 포스트모더니즘
제11장 산업화 시대의 시:1981~1991
1. 전통 서정시
2. 전위적 경향
3. 민중시적 경향
제12장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시:1992~2000
1. 일반 서정시적 경향
2.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
3. 이후의 민중시들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우리 근현대시문학사(近現代詩文學史)는 개화기 신시운동(新詩運動)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제 백여 년의 역사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선학(先學)들의 노고에 힘입어 그 연구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시사(詩史)를 바라보는 학계의 태도가 아직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선학들의 논의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초창기 연구자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당시의 우리 학문적 풍토에서 많은 공적들을 남겼다. 그러나 자료의 미흡, 역사의식 결여, 개척자로서의 시행착오, 방법론의 결핍, 비평적 안목의 부재 등으로 적지 않은 오류를 범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 어느 정도 학문적 성과를 축적한 오늘, 우리는 이에 토대해서 보다 냉철하게 우리의 시문학사를 한 번쯤 점검해보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일반 역사와 문학사는 물론 모두 대상을 ‘시간의 축’으로 기술한다. 그러나 전자는 그 자신 생성 소멸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그 인간이 만들어놓은 어떤 ‘노작(勞作, quelque chose = artefact)’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문예학에서 문학사 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따른다. 하르트만(Geoffry H. Hartman)이 ‘역사 연구는 기록(document)에 관련되어 있으나 문학 연구는 기록체(monument)에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것이다. 전자는 그 작업이 확실하고도 필연적인 증거에 토대해서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재구하면 일단 그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그 의미는 주체가 대면할 때마다 순간순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문학작품의 의미는 해나 달처럼 혹은 뜰에 놓여 있는 정원석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임진왜란은 그 자체로 이미 종결된 사건이지만 춘향의 러브스토리는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느껴지고, 다시 살아나는 현존적(現存的) 사건이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이 지닌 이 같은 성격은 그 사적(史的) 기술을 어렵게 만든다. 문예학의 논의에 있어서 문학사 기술이, 극단적으로, 그 자체가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주장까지도 제기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학사’라 여기고 있는 기존의 업적들도 엄밀히 살펴보면 사실 그것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문학의 역사가 아니라 대개 문학작품에 반영된 사회사이거나, 문학의 사조사(思潮史)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문학에 대한 역사 기술을 아예 포기해버린 연대기적(年代記的, chronicle) 서술들 중의 어느 하나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필자라고 문학사 기술이 지닌 이 같은 본질적 한계성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본서가 우리의 시를, 훌륭한 시인이나 뛰어난 작품들 중심으로 한 인과관계나 이의 시간적 계기로 서술하지 못하고 정치사나 사회사 혹은 시대 이념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고충이 여기에 있다.
한편 문학의 학(學)에서 문학사 기술이란 항상 연구의 최종 단계에서나 시도해봄직한 분야이다. 개개의 작품 해독과 시인 연구, 이의 학문적 분석과 비평적 가치 평가, 동시대와의 관련성과 통시대적 이해, 비교문학적 영향 관계와 사조사적 탐색 등이 끝나 그것을 최종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35년간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정년한 지 다시 20년 만에 겨우 본서의 집필을 한번 가늠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디 후학들의 준열한 비판과 편달을 바란다.
■ 출판사 리뷰
문학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역사 자체를 기술하는 것과 다르다. 이미 지나간 역사에 대한 평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문학작품의 의미는 더더욱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대마다, 사회마다 그 해석과 평가가 달라진다. 문학사의 서술은 그래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문학사는 문학작품에 반영된 사회사 또는 문학사조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29권의 시집을 펴낸 현역 시인이자, 35년간 강단을 지켜온 학자이기도 한 오세영 교수가 정년 이후 20년 만에 정리를 완료한 역작이다. 신시운동부터 2000년대 탈이데올로기 시대까지 100여 년의 시대를 가로지르고, 시의 장르 정립부터 격동의 근현대사와 함께 부침했던 온갖 문학사조들에 대대 분석하였으며, 개화기의 계몽주의 문학과 프롤레타리아 문학, 친일어용문학과 전쟁시, 민중시, 노동시, 농민시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의 사회 변화를 반영해온 시문학의 흐름을 통시적으로 추적하였다. 수많은 시인과 그들의 작품을 논하며, 김수영의 작품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등 관습적 평가를 넘어서 예리한 비평을 가한 점도 눈에 띈다.
■ 책 속으로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우리의 자유시형이 외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는 견해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영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본질적으로는 전통시에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체류의 경험이 있는 최남선이나 이광수 같은 신시 작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어 우리 자유시가 외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논거는 옳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이 쓴 개화기 시가들, ―최남선, 이광수의 신체시나 이광수의 4행시 등은 종래의 문학사적 평가처럼 자유시 지향의 시형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시에 반동하는 정형시 지향의 시형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문헌상으로 1910년대 중반까지의 우리 문학에서는 외국 현대시의 수용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셋째, 비록 1910년대 중반에 일부 이 같은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의 자유시 형성이 전적으로, 혹은 지배적으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의 영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추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정형시의 자유시화 경향은 이미 18세기 후반부터 진행 중에 있었고 그 변화의 주도적 흐름 자체가 자생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문학사에서 정형시형의 해체는 개화기 이전 사설시조의 등장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마치 유럽에서, 17세기에 라퐁텐이 정형률에서 불규칙적인 수의 음절들과 기수율(基數律)을 차용하여 프랑스의 소위 ‘고전적 자유시’를 쓰기 시작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사설시조 역시 18세기 후반, 정형시라 할 평시조가 그 율격을 부분적으로 해체하여 자유시형으로 지향할 물꼬를 튼 것이다. (15~16쪽)
한국 현대시사에서 1940년대 전반기란 한마디로 일제가 친일 어용시 창작을 전방위적으로 강요하고 이에 맞선 한국의 시인들이 부단하게 투쟁을 전개했던 시기로 정의될 수 있다. 일제강점기하의 조선, 그 어느 시대나 직·간접적으로 그렇지 않은 때가 없었겠지만 특히 1940년대의 탄압이 보다 가혹했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어의 공적 사용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까닭에 한국어를 매체로 한 민족문학 그 자체가 존립하기 힘들었다.
둘째, 한국문학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의 문학이 아닌, 일본문학의 일부로 복속되었다. 이는 이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자행되어온 일본의 조선 황국신민화 정책이 이제 법적, 제도적 장치로 공식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 한국문학은 일본의 한 지방문학 내지 향토문학 ―즉 규슈 문학이나 홋카이도 문학과 같이― 으로 전락해버렸다는 점에서 그 전시대와 확연히 구별된다.
셋째, 친일 어용 문학단체 이외의 다른 어떤 문학단체의 설립도 일체 금지되었고 모든 한국의 문인들은 일본 국책의 실현을 위한 선전 선동의 나팔수가 되어야만 했다.
넷째, 전쟁 동원 문학이라는 점이다. 1940년대 일본의 국책 문학은 태평양전쟁의 승리를 위한 대민 선무 공작의 임무를 띠고 있었다. 이 시기에 강요된 문학작품의 주제가 대부분 태평양전쟁의 당위성과 조선 청년의 지원 입대, 그리고 전쟁영웅의 날조 및 찬양 등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43~244쪽)
1960년대에는 두 번의 중요한 정치적 변혁이 있었다. 하나는 1960년에 일어난 4·19혁명이요, 다른 하나는 바로 다음해에 일어난 5·16군사쿠데타이다. 전자가 오랜 기간의 자유당 독재를 무너뜨린 민주화 혁명이라면 후자는 군부가 주도한 독재로의 회귀였다. 그러나 4·19혁명으로 표출된 바 있는 한국 민중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은 쉽게 말살되지 않았다.
이는 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1960년대에는, 그 전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문학의 현실 참여라는 새로운 경향이 대두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면서 정치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도 형성되었다. 참여문학의 계열에서는 이를 순수문학이라고 호칭했으나 엄밀한 의미로 그것은 목적문학의 획일주의를 거부한 순문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196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세대들의 경우 ‘신춘시(新春詩)’ 동인들은 전자의 입장에, ‘현대시’ 동인들은 후자의 입장에 서 있었다. (374쪽)
그런데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1990년대에 들어서자 문학 창작에서는 더 이상 반독재 투쟁이나 민주주의 회복과 같은 거시담론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하여 1970, 1980년대의 민중시는 이제 그 창작의 기본 틀에서 그 같은 이념성이 사라진 단순한 이야기만이 남게 되고 그것이 다만 이야기만으로 된 시 즉 ‘이야기체’라는 독특한 시의 한 유형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이야기만으로 된 시’ 대부분이 시인 자신의 소시민적 일상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스케치하거나 사적 에피소드를 객관적 태도로 기술하는 형식을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해체된 의식 혹은 무의식을 탐구하는 시들의 범람은 이 시기에 이르러 비로소 한국 경제가 구·미의 그것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제3기 자본주의 ―다국적 자본주의― 의 문화 현상과, 이 무렵 젊은 지식인들의 의식에서 성숙된 세계주의가 상호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구·미, 특히 미국의 문화 예술계와 학계에서는 그 이전부터 소위 포스트모더니즘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5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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