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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박미영 시집, 『밀물의 숲』

by 푸른사상 2025. 12. 2.

분류--문학()

밀물의 숲

박미영 지음푸른사상 시선 217128×205×9mm15212,000

ISBN 979-11-308-2340-9 03810 | 2025.11.17

 

 

■ 시집 소개

 

혀에 대한 인식론으로 펼쳐지는 시세계

 

박미영 시인의 시집 밀물의 숲이 푸른사상 시선 217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제재들을 감각적인 비유와 깊은 서정을 통해 새로운 시의 존재로 살려낸다. 특히 혀(tongue)를 제재로 삼고 말의 의미를 탐구한 시편들은 현대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시인 소개

 

박미영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한남대, 공주교대를 졸업하고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공무원문예대전 최우수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글쓰기에 입문해 시와 시학신인상, 경상일보신춘문예 당선(동시), 충남문학대상, 원종린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신발론()』 『별의 내력』 『해나루 당진별곡』 『당신이 신이다』 『꽃사전』 『소금의 혈연, 동시집으로 아니야, 아니야!등이 있다.

 

 

■ 목차

 

▪ 시인의 말

 

1

입속 바다 / 싸라기밥 / 감압밸브 / 너는 맑음체 / 초승달 / 유리 조각 / 밀물의 숲 / 아무는 동안 / 몽당나무 방식 / 회 한 점 / 집을 수거하다 / 낮잠 잔 날 / 갈대 / 밥벌이 / 단단한 하루 / 개구리와 깨구락지 / 문의 내부

 

2

꽃무릇 / 구덩이 / () / 경광등 추락 사건 / 반딧불이 / 반지하 / 탁란 / 죽음의 성수기 / 시간의 뼈 / 죽음의 외주화 / 뜬장 / 죽음에 다녀온 후 / 그루밍 / 죽음의 편 / 물 위의 신발 / 혀를 찾는 사람 / 꼬리뼈

 

3

초식성의 말 / 혀의, 혀에 의한 / 혀의 랩소디 / 혀의 부호 / 바닥 / 내성 발톱 / 시궁쥐에게 / 말린 꼴뚜기 / 꿀통 배추 / 욕지거리 / 혀에 관한 직설 / 혀의 지문 / 혀를 차다 / / 동지 낮달 / 콘크리트 물고기 / 감 씨앗 / 입아귀

 

4

대천 바다의 노을 / 매운맛 / 케이블카 / 벚꽃잎 / 무애(無碍) / 붉은 삽 / 보푸라기 / 말 무덤 / 외롭다는 건 / 목수국 꽃길 / 좋아하는 낱말 / 투구게의 혈족 / 팔짱의 시간 / 오징어튀김 / 땅꺼짐 / 밀물

 

5

매듭의 말 / 그네 타기 / 파도 / 개미핥기 / 혀로 새긴 금석문자 / 따스한 혀 / 옷걸이 / 식물의 견해 / 사탕발림 / 어떤 돌멩이 / 게으른 사랑 / 선유도 / 눈송이의 부력 / 때를 버리고 순해진 까치처럼 / 씨앗 한 톨

 

작품 해설 : 혀의 인식론 _ 맹문재

 

 

■ 시인의 말

 

한없이 약한

그러나 한없이 독한

쉰 전후의 기억, 또는 망각을 모아

여기에 둔다.

 

누구나 자신의 나이대에 맞게

적당히 휘둘리고

적당히 흔들리며

날마다 자유롭기를

그리고 여유롭기를 바라며

 

체념을 반나절 앞두었을 때

좋은 소식이 왔다.

다시금 문을 두드린다.

 

 

■ 작품 세계

  

박미영 시인은 혀(tongue)를 중심 제재로 삼고 혀가 만드는 말의 의미를 탐구한다. 혀는 음식을 씹는 기능을 돕거나 맛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소리와 말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시인은 한국 시문학사에서 보지 못한 이러한 면을 집중적으로 노래해 현대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시인의 혀에 대한 인식은 유사성을 토대로 선택 관계를 형성한다. 가령 시인의 작품들에서 혀는 운명의 밧줄이 되고, 갈등의 씨앗이 된다. 홀로 남은 신발이 되고, 자신부터 베는 칼날이 되고, 방울뱀의 꼬리가 된다. 초식성의 말이 되고, 몸 밖으로 뛰쳐나가는 줄기가 되고, 팽팽한 오기의 힘줄이 된다. (중략)

시인의 혀에 대한 인식은 인접성을 토대로 결합 관계도 형성한다. 가령 혀와 근육, 혀와 뼈, 혀와 척추, 혀와 살덩이, 혀와 뿌리, 혀와 입안, 혀와 목청, 혀와 혓바닥 등으로 혀의 정체성을 보다 확립한다.

시인이 혀의 선택 관계로 은유를 형성하고, 결합 관계로 환유를 형성하는 것은 그의 욕망을 부단하게 추구하는 모습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욕망을 통해 자아를 확립하고 세계인식을 심화하는 것이다. 시인은 혀가 만들어내는 말로 사회적인 존재성을 확립한다. 따라서 시인의 혀에 대한 인식론은 시어를 토대로 한 시론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 추구하는 사랑론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밀물의 숲

 

()가 살아 그 숲에는

자유롭고 여유롭게

 

숱한 생명을 품어야 한다는 강박은 주지 마

모래알과 뻘을 더 많이 품었거든

푸르고 아름답다는 오해도 하지 마

밤에는 온통 새까맣게 보일걸

 

파도는 밀려서 파도의 일을 하고

수평선은 결심하지 않아도 수평선으로 남을 때

맹렬함을 버릴 수 있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끝까지

이런 독한 말로 길들이려 하지 마

생의 처음과 끝처럼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자유의 유()와 여유의 유()

()를 낳게 되지

 

밀물의 숲을 열고 그 문으로 들어가

가만가만 여무는 해조음을 들으며

허공의 뿌리가 체온으로 깊어질 때까지

 

 

혀의, 혀에 의한

 

시작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첫걸음이다

혀의 물관은 부풀어 오르고 뿌리는 심장 쪽으로 뻗는다

 

작은 잎사귀 하나로 너를 두드리고

너를 흔들고

너에게 닿기 위해 가지를 낸다

송곳처럼 네게 향하며

때로는 화살처럼 너를 겨눈다

 

네게 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보폭은 길다

허공을 딛고 가뿐하게 길을 만든다

 

입을 떼는 순간 무성한 숲에서 건져 올린

그러니까 그 한여름 초록의 그 울울창창한 숲이 터뜨린

외마디 비명 하나

위로와 이해와 격려와 응원이 뜨겁게 뭉친 첫마디

혀와 혀에 의한

 

혼잣말처럼 호수 속에 가라앉고 마는 돌멩이가 될지라도

던진다

사라지더라도 사라지고 말더라도

호수 전체를 흔든 적 있지 않았냐고

호수는 그래서 늘 반짝였다고

 

파문이 인다

햇살이 태어나고 언어의 그림자가 내게 걸어온다

 

 

엄마가 산 밭에 앉아 호미질을 하시네

 

서리태 콩밭 긴 늑골 위에 다그락다그락 닥닥

철필 호미가 조각하는 초록의 금속 활자들

잡문과 비문은 파헤쳐 밭고랑에 버리고

잘 보이는 두둑에만 남긴 자음과 모음

그 시퍼런 의미의 낯선 조합들

 

엄마는 호미날 깊숙이 나를 다듬으시네

웅크려 쓰다듬으며 북돋울 때마다

땀 줄기가 내 삶의 밑줄을 긋네

정체불명의 은유를 솎아낸 문장으로

행과 행 사이를 훑어내리셨네

 

피하지 못하고 어김없이 수정되는 생의 뿌리

이제 흙의 뼈다귀들이 수태할 일만 남았네

산그림자는 갑골처럼 흘러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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