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푸른사상 2025 여름호(통권 52호)
153×224×14mm|216쪽|14,000원|ISSN 2092-8416 | 2025.6.10.
■ 도서 소개
『푸른사상』 2025년 여름호(통권 52호)가 지난 봄호에 이어서 ‘노벨문학상 한강’을 특집으로 간행되었다. 문학평론가 김응교는 한강의 첫 소설 『여수의 사랑』에서 한강 문학의 원형을 탐색했고, 소설가 이청은 『내 여자의 열매』로부터 한강 소설 속 인물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들었다. 문학평론가 임정연은 작가의 운명적인 우울과 염세를 바탕으로 『그대의 차가운 손』을 읽었고, 문학평론가 김남석은 『바람이 분다, 가라』를 분석하며 한강이라는 작가에게 접근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마련했다.
이번호의 신작 시는 고형렬, 곽성일, 김사인, 박미현, 우중화, 윤기묵, 이주희, 조혜영, 신작 동시는 변봉희(동시), 신작 시조는 홍성란(시조)의 작품이 지면을 장식했다. 김준태 시인의 기획연재 ‘시 70년 오디세이’에서는 일본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다루었고,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에서는 문종필 평론가가 「해방글터 동인 승인서」로 노동문학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방송인 김세원과 맹문재 시인의 대담에서는 지난 5월 22일 타계한 김현경 여사(김수영 시인 부인)와 여사의 육촌오빠이자 김세원 씨의 부친인 김순남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했다.
■ 목차
특집 | 노벨문학상 한강 : 소설 작품론
김응교_ 상처와 치유를 찾는 한강의 원형― 『여수의 사랑』
이 청_ 소리 없는 외침 그리고 변신과 분열― 『내 여자의 열매』
임정연_ 공동(空洞)을 응시하는 가면과 복화술의 글쓰기― 『그대의 차가운 손』
김남석_ 타인의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서 자신의 소설이 시작된다 ― 『바람이 분다, 가라』
신작 시
고형렬_ 나 바람 부는 딱사발로 돌아가리라
곽성일_ 그 존재
김사인_ 근황
박미현_ 사회생활
우중화_ 헤이 몬스테라
윤기묵_ 세상에 없는 법
이주희_ 적(籍)
조혜영_ 비문증
신작 동시
변봉희_ 백록담에서
신작 시조
홍성란_ 닐라 젤린스카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29)] 일본패망과 한국전쟁의 쇼크에서 쓰여진 소설 『금각사』
문종필_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6)] 해방글터 동인 승인서
김현경 읽기
[대담] 김세원·맹문재_ 김현경 여사님은 투명하고 영민한 분
■ 책 속으로
이제 여수는 더 이상 ‘나’에게 고통을 주는 공간이 아니다. 소설 첫 문자에서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는 끔찍한 여수는 사라졌다. 이제 여수는 “자흔의 아련한 웃음소리가 폭우와 함께 넘쳐흐르”는 공간인 것이다. 여수에 도착하면서 ‘나’는 드디어 단독자로서 “악문 입술”로 설 수 있는 자신을 얻는다. 자흔은 ‘나’의 고통을 치유한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인 것이다. 정신차리라는 듯이, 더 이상 아파하지 말라는 듯이, 여수역에 내리자마자 여수의 바람이 ‘나’의 어깨를 혹독하게 후려치는 것이다.
(김응교, 31쪽)
한강 소설은 뚜렷한 정신적 궤적을 보유한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과 사랑 그리고 그 이면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면을 담아낸다. 하지만 그 소설들을 오직 정신적인 것으로 혹은 그것을 지향하는 것으로 일축할 수 없다.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미친 (것 같은) 여자, 섭식에 대한 장애는 물론이고 특정한 이미지에 대한 경도는 모두 어떤 ‘실체’를 바탕으로 한다. 달리 말하면 한강 소설은 정신적인 동시에 몹시 물질적이다. ‘물질’이란 표현이 너무 광범위하다면, 매우 ‘신체적’이라고도 칭할 수 있다. 한강의 소설에 등장하는 ‘몸 없는 혼’(들)조차도 동전의 앞뒤 짝처럼 신체의 짓이김을 바탕으로 생성되거나 피어난다. 그러므로 한강 소설의 한 축으로 자리하는 신체 그리고 신체적 이미지는 간과할 수 없는 강렬한 형식이자 메타포다.
(이청, 40~41쪽)
『그대의 차가운 손』은 한강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풍부한 상징과 메타포, 강렬한 이미지, 섬세한 문체를 표식 삼아 “폭력과 불안, 고통의 현실 속으로” 독자를 불러들이는 한강 작품세계의 본령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강 소설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니는 ‘예술가’라는 존재를 내세워 삶의 진실과 거짓, 껍질과 알맹이, 가면과 그림자, 정신과 육체, 위선과 위악 사이에 도사린 삶의 환부를 예리하게 포착해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문해간다.
(임정연, 58쪽)
『바람이 분다, 가라』는 『흰』처럼 가공의 흔적을 없애려고만 한사례는 아니기 때문에, 소설가의 창작 결은 다른 식으로 보아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강의 내적 의지로 작용하는 힘은 서사에서 나타나는 흥미와 가독성이 아닌, 그 안에 담겨야 하는 한 내면의 크기이다.
(김남석, 77쪽)
일본 문화를 말할 때 ‘국화와 칼’로 비유하곤 한다. 또 지금까지 많은 문화와 관련한 연구자들이 그렇게 말해왔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의 주제가 ‘미(美)’였다면 우리가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에서 읽고 확인해 가고 있듯이, 또 주인공 미조구치가 온몸으로 말하였듯이 금각 혹은 금각사에서 중심 이데아는 ‘미’이다.
(김준태, 「일본패망과 한국전쟁의 쇼크에서 쓰여진 소설 『금각사』」, 132쪽)
노동문학이 아닌 ‘투쟁’과 관련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박정만 시인의 예가 좋은 사례가 되겠다. 그는 투사로서 능동적으로 사회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수동적이지만 적극적인 방식(‘무기력한 힘’)으로 시대에 맞섰다. 이런 경험 역시 투쟁의 형태로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 부조리에 그 누구든 비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방글터는 2025년 동시대의 다양한 풍경과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싶다.
(문종필, 「해방글터 동인 승인서」, 184쪽)
김세원 : 고모님은 많은 경험이 있기도 하지만, 영민한 데가 있어요. 지금까지의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단한 통찰력, 기억력, 그리고 서울 사람으로서의 약간의 엘리트 의식을 지녔어요. (중략) 고모님은 배울 만한 창고를 가지고 있고, 빛깔과 감각도 있는 분이세요.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고모님만큼 정신이 맑은 분이 없었어요. 고모님은 구태하지 않고, 오히려 진보적인 생각과 감각을 지니고 있지요.
(「김현경 읽기 대담」,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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