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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윤기묵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

by 푸른사상 2025. 6. 13.

분류--문학()

곰팡이도 꽃이다

 

윤기묵 지음|푸른사상 시선 206|128×205×9mm|152쪽|12,000원

ISBN 979-11-308-2279-2 03810 | 2025.6.16

 

 

■ 시집 소개

 

곰팡이가 무르익어 꽃을 피우듯

시인은 역사에서 배움을 얻는다

 

윤기묵 시인의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206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과거를 성찰 및 기록하고 새로운 역사의 진행에 참여하려는 의식으로 시를 쓴다. 곰팡이도 꽃을 피워 간장을 띄우고 술을 빚듯이 시인의 시 역시 새로운 의무감으로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 시인 소개

 

윤기묵

2004시평에 시와 산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등과, 역사 에세이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 『역사의 파편』 『교하와 염하 사이등을 펴냈다. 정선에서 기계 공작소와 잼 공방,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 목차

 

1부 식물의 기억력

해맞이 풍경 / 세렝게티 / 울타리 / 생존과 독식 / 시천주 / 여수 밤바다에 묻다 / 별천지 마을에 텅 빈 별자리 / 최소량의 법칙 / 세 자매 농법 / 지방 소멸 / 식물의 기억력 / 나뭇잎 공양 / 곰팡이도 꽃이다 / / 블레스 유

 

2부 웃기는 짬뽕

첫 인연 / 텅 빈 하늘 / 제다 수행 / 웃기는 짬뽕 / 그 사내의 수염 / 뺨 맞은 일 / 역사전쟁 / 만들어진 것에 대하여 / 역사의 반복 / 지문 / 세대 불일치 / 깡패의 정석 / 조작 / 입의 무서움 / 호칭

 

3부 다릿목 식당

땅의 역사성 / 영파 / 강화 / 다릿목 식당 / 햇살 경호 / 남산 1983 / 부동자세 / 화장실에서 죽다 / 슬픈 경례 / 클래식 음악의 추억 / 전쟁에 미친 나라 / 이태원 / 기묘한 희망 / 골목길 / 이순신을 위한 변명

 

4부 부끄러움의 힘

다음 차례 / 굶어 죽을 결심 / 푸른 하늘의 날 / 먹깔 / 선물 / 좋은 손해 / 종종종 / 어떤 낭만 / 불사르면 생기는 일 / 배은망덕 / 비밀번호 / 부끄러움의 힘 / 만세와 박수 / 시 낭송 / 동강에 물들다

 

작품 해설 : 다시 쓰여질 앞으로의 역사를 위한 제언이병국

 

 

■ '시인의 말' 중에서

 

한말사대가 김택영과 황현은

나라를 걱정하며 역사서를 쓴 시인이었다

그래서 시인이 역사서를 쓴다는 말이 생겼다

그들이 쓴 역사서는 사시(史詩)였다

정약용은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고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봉쇄되어 있다가

빗장이 풀리자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생물과 공생하지 못해 이 난리를 겪고도

상생의 해법을 찾지 못해 전쟁을 일삼는

인간의 행태가 참으로 어리석다

이러한 시국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이라니

정말 개탄스러운 세속이 아닐 수 없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따위 기록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미친 행위를 슬퍼하고

이 어리석음을 꾸짖는 자 시인이다

이 사실을 깨우치는 자 시인이다

 

 

■ 작품 세계

  

윤기묵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정약용의 말을 인용하여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고/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으면/시가 아니라고 전한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의미에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자 기억을 둘러싼 쟁투의 결과값으로 우리에게 각인된다. 기실 역사가 지닌 어떤 진실은 현재의 관심에 좌우되는 변수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란 권력을 쟁취한 이들의 전리품일 수도 있다. 까닭에 시는 혹은 시인은 그렇게 기록되고 전달된 역사의 교훈에 맹목적 복무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겨 있는 허위와 기만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또한 과거를 바탕으로 교훈을 얻지 못한 어리석음을 꾸짖고 부정의한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중략)

기억을 지배하는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장악하여 국민을 길들이고 권력을 정당화하려는(역사전쟁) 정권의 시도는 또 한 번 좌절되었다. 그것은 하늘과 같이 비어 있음으로 모든 존재를 포용하는 광장의 연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부정의한 권력과 부조리한 세계를 향한 울분과 분노를 한줌의 재로 날려 보내기 위해 불사르면 생기는 일이란/쌓여 있는 것들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불사르면 생기는 일) ‘()’일 뿐 새로운 시작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후회를 바닥에 깔고 회한을 켜켜이 쌓오래된 생각에 미련을 갖지”(불사르면 생기는 일)않음으로써 ()’를 예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부끄러움의 힘”(부끄러움의 힘)에 기초하여 와의 연대를 이루어 서로를 섬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그로부터 얻는 교훈을 통해 우리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존재를 포용하여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 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앞으로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쓰여질 것이라고 윤기묵 시인은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병국(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곰팡이도 꽃이다

 

곰팡이가 피는 이유는

곰팡이도 꽃이기 때문이다

포자가 꽃씨처럼 날아다니다가

눈물이 마르지 않는 땅에 내려와

슬픔의 씨줄과 눈물의 날줄을 엮어

애도의 꽃 한 송이

저토록 하얗게 피우는 걸 보면

 

곡식에 핀 누룩곰팡이는

꽃을 한두 번 피워본 솜씨가 아니다

간장을 띄우는 것도 알고

막걸리를 빚는 것도 알지만

누렇게 꽃이 피어야

맛이 들고 술이 익는다는 것을

저토록 잘 알고 있는 걸 보면

 

곰팡이가 피운 꽃 중에

가장 화려한 꽃은 버섯이다

음지에서 자라고 양지를 지향한다

예쁘고 화려한 버섯일수록

독을 품고 있는 이유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기 때문이다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저토록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걸 보면

 

 

역사전쟁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을 길들여야 한다면

현재가 아닌 과거를 장악하라는 말이 있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사람들은 역사전쟁이라 부른다

 

고구려 계승을 건국이념으로 삼았던 고려를

신라 계승 국가로 만들었던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통해 고대사를 장악했다

광활한 만주를 지배했던 고구려 강역을 축소했고

그 땅에 세워진 발해를 우리 역사에서 지웠다

그래야 한반도로 쪼그라든

통일신라의 역사를 정당화시킬 수 있었다

 

조선 건국에 협력했던 고려 유학자들은

권력의 요구에 따라 중세사를 수없이 고쳐 썼다

재당 신라인들의 귀국을 왜구로 매도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도모했던 위화도회군을 찬양했고

그들이 무서워 바다를 봉쇄했다

은둔의 나라 조선은 그렇게 정당화되었다

 

조선 이후의 역사를 두고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나라를 잃고 역사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반도만 남은 땅을 이념으로 갈라놓은 현대사를

오 년짜리 정권이 오천 년 역사를 능멸하고 있다

얼마나 더 빼앗기고 얼마나 더 갈라져야

역사를 스스로 지켜내는 자주국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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