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역사소설
후백제의 한
이길환 지음|소설로 읽는 역사 5|145×210×25mm|416쪽
22,000원|ISBN 979-11-308-2277-8 03810 | 2025.5.31
■ 도서 소개
견훤이 세우고 견훤이 멸망시킨 후백제의 짧고도 파란만장한 역사
이길환 작가의 역사소설 『후백제의 한』이 푸른사상의 <소설로 읽는 역사 5>로 출간되었다. 통일신라가 쇠퇴하고 각지에서 군웅이 일어나던 혼란기, 백제를 계승하여 대륙을 호령하겠다며 제국을 꿈꾸던 후백제의 짧고도 굵은 역사를 소설화하였다.
■ 저자 소개
이길환
1994년 중편 「타인의 침상」으로 『오늘의 문학』 신인작품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아르마딜로』 『영화 속의 남자』 『하늘채 사랑』 『길에게 묻다』 『불조직지심체요절』, 창작집으로 『찔레꽃 화장』 『살아 있는 돌』 『매머드 잡는 남자』가 있다.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해양문학상 은상, 한국소설작가상, 등대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 작가의 말
■ 등장인물
프롤로그
1. 사벌주(沙伐州)
2. 원종 애노의 난
3. 혼돈의 땅
4. 신검의 탄생
5. 후삼국
6. 포구의 칼
7. 대야성
8. 조물성 전투
9. 서라벌
10. 공산 전투
11. 고창 전투와 예성강
12. 신검의 반란
13. 금산사
14. 일리천 전투
15. 후백제의 한
에필로그
■ 작가의 말 중에서
세종시 운주산 중턱 삼천굴 앞에 앉아 있다. 나당연합군에 패배한 백제의 잔류 세력이 이곳으로 와서 저항하였으나, 신라군에 포위되자 노약자와 부녀자, 어린아이들이 삼천굴로 들어가 피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발각되었고, 신라군이 몰려와 입구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질러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몰살당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삼천굴의 길이가 무려 삼천 미터나 되어 입구에서 불을 피웠는데 운주산 반대편으로 연기가 나갔다는 곳이다.
삼천굴 앞에 앉아 자세히 보니 이곳은 동굴이 아니라 장마 때마다 힘차게 솟구쳐 흐르는 물살에 바위 조각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큰 틈새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동굴이 아니라 계곡의 굽이진 부분이 동굴 입구처럼 파인 것이다. 시에서도 ‘삼천굴 입구’라는 푯말을 삼천굴이 있는 등산로에 세워놓더니 검증되지 않은 사료(史料)임을 알고 푯말을 회수하였다.
이처럼 역사에는 고증이나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다. 이 작품을 쓰려고 많이 뛰어다녔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국립세종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고, 현장 답사를 통해 더욱 리얼리티하게 묘사하려고 했다. 다만 분단되어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가 평양성을 답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토록 고생한 덕분에 한 시대를 정리하는 책이 되었다. 더욱 치밀하고 세밀하게 다루고 싶었지만, 방대한 분량이라 끝날 곳에서 알맞게 정리했다.
■ 출판사 리뷰
이길환 작가의 역사소설 『후백제의 한』이 푸른사상의 <소설로 읽는 역사> 5로 출간되었다. 통일신라가 쇠퇴하고 각지에서 군웅이 일어나던 혼란기, 통일신라가 쇠퇴하고 각지에서 군웅이 일어나던 혼란기, 평양성 성루에 활을 걸고 대동강 물을 말에게 먹이겠다며 태조 왕권과 각축을 벌였으나 끝내 좌절하고 만 비운의 영웅 견훤의 굴곡진 삶을 그렸다.
신라의 무관이었던 견훤이 따르는 이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마침내 나라를 건국한 것이 서기 900년, 그러나 장남 신검이 왕위를 찬탈하자 적국이었던 고려에 투항해 신검의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제가 세운 나라를 제 손으로 나라를 멸망시킨 해가 936년. 후백제는 단 36년간 존재했던 비운의 제국이었다.
천년 이상의 과거 속에 묻힌 짧은 역사, 그마저 전쟁으로 점철된 어지러운 시대였기에 후백제에 대한 기록은 승자인 고려의 사료에 조금 남아 있을 뿐, 그다지 정확하지 못하다. 심지어 견훤과 그 부친 아자개의 출신에 대해서도 기록마다 학설이 다르다. 작가는 빈약한 사료에 상상력을 덧붙여 소설적 재미를 더하고, 견훤이 태어난 사불성(상주), 그가 최초로 군사를 일으킨 무진주(광주), 건국을 선언한 완산주(전주), 고려 태조 왕건과의 전투 현장이었던 대야성(합천), 공산(대구), 일리천(구미)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책 속으로
그때, 숲에서 잠을 자던 아이가 배고픔에 못 이겨 잠에서 깨었다. 하기야 어미의 젖을 빤 지도 한참 지났으니 허기가 몰려올 시간이었다. 아이가 막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릴 때였다. 숲에서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어슬렁거리며 내려와 아이의 옆에 눕더니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아이는 며칠을 굶은 것처럼 호랑이 젖을 빨았다. 아이가 젖을 빨고 있는 동안 호랑이는 마치 제 자식에게 젖을 물리는 것처럼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한참 동안 호랑이 젖을 빨던 아이가 배가 부른지 젖을 입에서 떼었다.(16쪽)
공산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이 전투를 계기로 후삼국의 주도권은 확실히 후백제에 돌아간다. 신라를 실질적인 속국으로 만든 동시에 영토 역시 신라 9주 중 6주에 이르러서 최대 판도를 이룬다. 구체적으로는 전주(전북), 무주(광주 전남), 강주(경남 서부), 웅주(충남 충북 일부), 양주(경남 동부)의 일부이다. 한편 신라는 서라벌과 양주의 일부만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고, 고려는 변두리 한주(경기도와 황해도), 삭주(영서 지방) 두 주만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것도 땅만 넓지 산지가 많고 경제력이 좋지 않은 지역이었다. 한편 명주(영동 지방)는 독립 세력이었던 김순식이 점유하고 있었다. 견훤은 이 무렵 오랫동안 눈엣가시였던 금성(나주) 점령에도 성공한다.(272~273쪽)
왕건은 말을 타고 달려와 개태사에서 죽은 견훤을 확인하고, 불교 의식으로 장례를 준비하고 모든 대소신료에게 궁에도 분향소를 차려놓고 조의를 하라 명하였다. 왕건이 이만큼 견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삼국이 통일되었으나 아직 후백제의 호족들이 고려에 충성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옛날의 백제가 신라에 망하더니 이번에는 후백제가 고려에 망하여 후백제의 호족들은 나라가 두 번이나 망하는 것을 두고 고려에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두 왕자는 변방으로 유배 보냈고, 후백제의 폐하인 신검은 도성에 초라한 벼슬을 주고 유배보다 더한 감시를 하고 있으니, 후백제의 호족들은 언제든 수틀리면 들고 일어날 기세였다. 이 때문에 왕건은 견훤의 죽음을 접하고 친히 조문을 온 것이다.
견훤의 죽음 역시 일흔의 나이에 죽어서 호상이라 여기고 장례가 아자개의 장례처럼 성대하고 즐겁게 치러졌다. 사찰 내에서는 육식을 금하므로 개태사 밖의 공터에 임시로 움막을 짓고 많은 호족과 문상객들이 거나하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견훤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견훤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개태사에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밤낮없이 잔칫집처럼 가무가 끊이지 않았다. (405~4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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