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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박동억 평론집, <침묵과 쟁론>

by 푸른사상 2024. 2. 14.

 

분류-- 문학비평, 문학평론

 

침묵과 쟁론

 

박동억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41|153×224×18mm|352쪽

29,000원|ISBN 979-11-308-2133-7 03800 | 2024.2.8

 

 

■ 도서 소개

 

시의 대화적 가치 :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

 

박동억 평론가의 문학평론집 『침묵과 쟁론』이 <푸른사상 평론선 41>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세상을 떠난 이,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처럼 말할 수 없는 이 등 타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시인의 윤리가 무엇인지, 시는 어떠한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속에서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을 살피고 있다.

 

 

■ 저자 소개

 

박동억

2016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평론으로 「황야는 어떻게 증언하는가:2010년대 현대시의 동물 표상」 「정확한 리얼리즘:작가 이산하의 문학에서 답을 청하다」 등이 있으며, 저서 및 공저로 『끝없이 투명해지는 언어』 『오규원 시의 아이러니 수사학』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비인간타자와의 쟁론

황야는 어떻게 증언하는가― 2010년대 현대시의 동물 표상

생태적 아노미와 기후시

다시 인간으로서― 탈주체 담론에 대한 휴머니즘적 전회

가능주의자의 뒷모습― 나희덕 시인의 문학

혁명적 시간과 흑백 풍경으로서의 시인―이기성, 『동물의 자서전』

침묵과 쟁론― 안태운 시인의 침묵하는 능력에 기대어

최소한의 윤리―서윤후 시인의 시와 아도르노의 「뉘앙스 앙코르」

대화인가 도구인가―인공지능 시집 『9+i』의 미적 특징과 논점

 

제2부 불화의 공동체

대화의 발명― 김언 시인과 김행숙 시인의 경우

윤리적 짐승의 딜레마― 현대시의 타자의식

문학은 광장이 될 수 있는가― 주민현·정다연 시인의 광장‘들’

장소의 귀환― 서효인 시인의 시적 변화

이방인이 될 권리― 김현 시인의 젠더정치적 공간

자아로부터의 자유― 이소호 시인의 시에 대한 의도적 오독

 

제3부 침묵의 반향

얼굴의 요구― 나르시시즘의 시대에 문학은 어떻게 대면하는가

대명사의 윤리― 강성은·오은 시인의 시

관광객으로서의 타자― 김유림·곽은영 시인의 시

소년이라는 제도― 왜 현대시는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는가

피부로서의 자아― 이소연·채길우·이다희 시인의 시

현대시의 만화·게임적 리얼리즘― 이종섶·유형진·문보영 시인의 시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이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그러한 언어 행위에 동참할 수 없는 ‘말 잃은 자’의 곤경이다. 세상을 떠난 이나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의 침묵. 말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실천이다. 이와 함께 말을 건넨다는 것은 당신의 존엄함을 확인하기 위한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 혹은 타자의 존엄함을 우리는 대화를 통해 확인한다. 이 부단한 일상 속에서 주고받는 사소한 농담조차도 서로가 인간임을 확신하게 해준다. 반대로 말을 잃은 존재는 억압된다. 그들 혹은 그것은 말할 능력을 잃었거나 말의 능력을 애초에 소유하지 못했기에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다. 그들은 타인에 의해 대변된다. 그것은 사람에 의해 소유된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행하는 시적 대화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시인은 말의 힘을 믿는 자다. 말하는 순간과 말 건네는 순간을 응시하는 자. 특히 이 책이 주제로 삼는 것은 시인이 행하는 ‘말 건넴’의 특별함이다. 자연서정시와 모더니즘 시와 같은 장르의 구분을 넘어서 많은 시인은 어떤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마치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 응답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죽은 이, 동물과 풍경, 심지어 기계장치를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여기서 말 건넴의 심오함을 우리는 확인한다. 말의 의지는 말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중략)

신중해야 한다는 말은 다음을 뜻한다. 말은 곧 인간의 법정이다. 시인이 말할 수 없는 타자를 시에 재현한다는 것은 타자를 쟁론의 무대에 올린다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타자를 향한 시 쓰기는 말할 수 있는 시인과 말할 수 없는 타자 사이의 불평등한 대화를 입안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문학작품에는 신중함이 결여된 쟁론과 신중한 쟁론이라는 두 가지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한 상당수의 글은 어떻게 시인의 쟁론이 신중함을 견지할 수 있느냐, 그리고 신중하지 못한 쟁론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그리고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이라는 형식성을 이 책은 작은 주제로 삼고 있다.

 

 

■ 출판사 리뷰

 

박동억 평론집 『침묵과 쟁론』의 핵심 물음은 현대시의 ‘대화적 가치’이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말 건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 행위에 동참할 수 없는 ‘말 잃은 자’의 곤경을 주제로 삼았다. 세상을 떠난 이나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처럼 말할 능력을 잃었거나 말의 능력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들을 대변하는 시인이 행하는 시적 대화, 즉 말 건넴의 특별함을 확인하며 시는 어떠한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속에서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이라는 형식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1부에서는 시인과 비인간타자 사이의 쟁론을 분석한다. 시인은 타인이 고통이 대신 증언할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대화의 장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타인과 더불어 동물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비인간타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시인의 윤리가 무엇인지를 나희덕, 이기성, 안태운 시인 등의 작품을 통해 진술한다.

2부에는 시적 대화가 어떠한 타자성을 진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현대시가 말 건넴의 한 방식이자 타인과 충돌하고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임을 논증하면서 ‘불화(랑시에르)’의 가능성을 보존하는 시적 언어의 가치를 확인한다. 김언, 김행숙 등 시인 등의 작품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3부에는, 시는 진실한 발화가 아니라 자신을 감추고 꾸며내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시적 대화에서 꾸며낸 페르소나가 지니는 가치를 묻는다. 진정성의 자아보다 페르소나를 꾸며내는 데 익숙한 2000년대 현대시의 특징을 살펴보며, 강성은, 오은 등의 시편을 통해 꾸며낸 시적 자아의 윤리성을 검토한다.

 

 

■ 책 속으로

 

타자는 숭고하다. 다시 말해서 대신 증언할 수 없는 타자의 고통은 숭고하며, 그 앞에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침묵과 침묵의 능력을 구분해야 하며, 때로 시인들이 침묵하는 자로부터 어떤 의미를 읽어내려 할 때, 그리고 때로 시인 자신이 도리어 침묵하는 자세를 취할 때도 각 자세가 지닌 고유성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하여 넓게 숭고한 타자에 ‘대해서’ 말하는 것과 숭고한 타자를 ‘향해서’ 말하는 것을 구분하도록 하자. 타자에 대한 말하기란 포리송처럼 당신의 삶을 짐짓 넘겨짚어서 대신 증언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타자를 향해서 말한다는 것은 당신을 향해 육박해가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자세에 대해서 말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우리는 우리 시대를 이루는 외상적 기원과 마주하는 순간, 시인들의 시 안에서 말의 한계와 침묵의 능력이 시험받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러한 작품을 마주할 때 어디까지 당신을 ‘향하고’, 어디서 말을 중단하는 것이 정확한 침묵인지 되묻게 된다. (96쪽)

 

우리는 하나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시의 초점은 자기 신념이나 표현의 문제로부터 차츰 타자지향의 국면으로 이행해간다. 이때 정치성이나 타자지향성이란 타자와 손쉽게 결속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이념이나 공감의 토대가 상실되었음을 강조하고 타자와의 연대 불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그것을 넘어서려는 변증법적 의식에 가깝다. 서효인 시인의 시에서 발견되는 스타일의 변화는 2010년대 시가 공유하는 어떠한 동요(動搖)를 예감하게 한다. 가벼운 사회성과 진지한 정치성 사이의 동요, 사랑과 혐오 사이의 동요, 신념의 지속과 타인을 위한 신념의 포기 사이의 동요. 그러한 동요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예감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동요 속에서, 삶의 고통은 인간의 마음이 안식할 거처를 탐색할 것이고, 흩뿌려진 장소들을 성좌처럼 이어봄으로써 새로운 시의 지도는 그려질 것이다. (205~206쪽)

 

 

나르시시즘의 시대에 문학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응답이 사라진 시대에 문학은 얼굴을 어떠한 고뇌의 대상으로 삼는가. 현재진행형으로 한편에 낭독이라는 실천적 응답이 있고, 다른 한편에 시 창작이라는 미학적 모색이 있다.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후자 쪽이다. 얼굴이 하나의 시련으로 전락한 시대에 관계를 모색하는 시인들의 시를 살피는 것, 때로 이 시대에 사로잡히고 때로 이 시대로 인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고뇌를 빌려 응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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