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인문, 여성학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여성 노동운동
정재원 지음|여성학 총서 19|147×217×15mm|232쪽
22,000원|ISBN 979-11-308-2092-7 93330 | 2023.10.20
■ 도서 소개
차별과 탄압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복원하다
정재원 교수(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여성 노동운동』이 푸른사상사의 <여성학총서 19>로 출간되었다. 산업화 시대, 폭압적인 노동탄압과 차별대우에 맞서 민주노조 운동을 이끌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과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차별적 사회구조에 저항했던 그녀들의 연대와 투쟁의 정신을 되새겨본다.
■ 저자 소개
정재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교양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시민교육>, <세계와 시민>, <SDG5 성평등>, <마음 챙김과 비폭력 대화>를 강의해오고 있다. 매 학기 학생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지구 시민으로서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저서로는 『숨겨진 빈곤』(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서), 『시민은 누구인가』(공저), 『시민교육과 대학』(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시민성 교육」, 「청년 공무원은 성주류화의 행위자가 될 수 있을까?」, 「대학 교양 여성학 수업에서 특권 다루기」, 「혐오 사회와 공존의 시민성 교육」, 「대학생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젠더 트레이닝」, 「‘혐오’에서 ‘공존’으로: 교양 교육의 역할과 여성주의 페다고지」 등이 있다.
■ 목차
▪책머리에
제1장 여성 노동자의 ‘경험’으로 새로 보기
1. 여성 노동운동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2. 여성 노동운동은 왜 망각되었는가?
3. 구술생애사로 여성의 ‘경험’ 다시 보기
제2장 산업화 과정과 여성 노동자
1. 정부 주도의 수출지향적 공업화
2. 섬유산업의 성장
3. 산업화 과정과 여성 노동자
4. 조직화의 장애 요인들
제3장 여성 노동력의 특성과 형성 과정
1. 농사일보다 더 나은 돈벌이를 찾아서
2. 딸이라서 학교 대신 공장으로
3. 선택되기만을 기다리는 노예
4. 기계의 굉음과 공포감
5. 노동자 정체성 형성의 조건들
제4장 생산의 사회적 관계
1. 생산기술의 특성 및 노동 과정
2. 노동 통제
3. 훈련 과정에서 공유되는 여성 노동자들 간의 연대
4. 생산관리 체계와 노조 대표 체계 간의 일치
5. 저항 전략으로의 생산량 감축 운동
6. 남녀 간의 차별화 전략에 의존하는 통치 체계
제5장 일상생활의 연결망에 의한 단결력
1. 강한 자매애를 형성하는 장소, 기숙사
2. 즐겁게 함께 놀며 연대하기
3. 공순이에서 노동자로
제6장 투쟁 경험과 조직에 의한 성장
1. 공식 조직과 비공식 조직의 연계
2. 비공식 조직의 활성화 조건
3. 투쟁 경험에 의한 단결력 증진
맺음말 1970년대 여성 노동운동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참고문헌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통해 1970년대 여성 노동운동이 활성화되었던 조건을 밝히고자 하였다. 합법적인 노동운동이 불가능했으며, 폭압적인 노동 탄압하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떻게 저항했을까? (중략)
당시 여성 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조 운동 사례를 살펴보면 그 투쟁력과 지속성, 단결력은 사전의 치밀한 준비와 강한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노동운동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중심의 조직적인 민주노조 운동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노동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 조건들을 경험세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여기서 경험세계는 공통 경험과 공통 이해가 형성되는 공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 여가 형태 등을 포함한다. 경험세계에 대한 접근은 각 개인의 구술생애사에 초점을 추었다.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여성 노동자들이 단지 산업화의 산물로만 그려지고 있는 기존 설명 방식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였다.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가 되기 전에 형성된 삶의 맥락에 따라서 산업화 과정이 각 개인에게 해석되는 방식이 다르다고 보았다. 따라서 여성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조건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주관적 측면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여성 노동운동이 활성화된 조건을 파악하는 데 있어 외부의 사회문제로부터 자료를 모으는 접근 방식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1970년대 민주노조의 대표적인 사업장이었던 반도상사, 동일방직, YH무역, 원풍모방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다. 기억 저편에 묻혀버린 여성 노동운동을 해석하기 위해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보았다.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 의해서 교육 기회를 차단당한 여성 노동자들이 이러한 차별의 경험을 어떻게 공유하고, 노동자로서의 의식 전환을 이루게 되었는지 구술생애사 인터뷰를 통해 그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이 책이 여성 노동운동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의 경험을 통해서 여성 노동자들의 저항 정신 그리고 연대의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차별에 대한 새로운 자각,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차별 구조에 저항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과 용기를 갖게 할 것이다.
■ 출판사 리뷰
1970년대 여성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이끌었던 민주노조 운동은 전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특별한 양상을 보인다. 저연령 여성 노동자들은 유순하여 투쟁력과 조직화를 약화시키고 노조 활동에 무관심하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던 데 비해, 여성이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의 극한적인 탄압에 불구하고 높은 의식과 투쟁력을 바탕으로 전개되었던 여성 노동운동에 대한 평가는 왜곡되어왔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정재원 교수는 당시 민주노조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잊혀진 여성 노동운동의 역사를 복원하여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당시 여성 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조 운동 사례를 살펴보면 그 투쟁력과 지속성, 단결력은 치밀한 사전준비와 강한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노동운동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 노동자들은 어떤 과정으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조직적인 민주노조 운동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저자는 1970년대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구술생애사 방법을 택했다. 당시 노동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각 개인의 생애사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경험에서 노동운동이 활성화된 조건을 찾고자 했다. 공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 여가 형태를 포함한 생활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가부장적 구조 아래 가족들의 경제적 부양을 책임져야 했고 최소한의 교육 기회조차 차단당했던 여성들에게 이러한 공통의 경험이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희생과 책임이 강제되었던 여성들의 차별적인 경험은 공장 생활에서의 비인격적인 관행에 맞서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유신체제하의 폭압적인 노동탄압과 차별대우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꿈꿔왔던 그녀들의 연대와 투쟁의 정신을 이 책을 통해 되새겨본다.
■ 책 속으로
한국의 국민 평균 교육 연수는 1966년에 5.03년, 1970년에 5.74년, 1975년에 6.62년으로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성별 및 지역별 교육 불균형 현상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1975년에는 남자의 경우 및 도시의 경우에는 중학교 과정까지 보편화되어 있는데, 여자의 경우는 1980년이 될 때까지 초등교육 6년의 교육 연한을 넘지 못하였다. 교육열이 유난히 강조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국민학교를 졸업하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14세 정도부터 사회적 노동을 해야 했던 이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교육이 아니었을까? 교육이 비정상적으로 강조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유교 문화에 의한 가부장적 가족 구조의 특수성의 결합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배움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도록 만들었다.
(94~95쪽)
동종의 타 기업에 비해서 훨씬 열악한 노동조건과 퇴직금을 계기로 한 구체적인 이해관계의 대립 형성, 남자 관리자들의 비인격적인 태도, 소모임을 통해 의식화된 여성 노동자들의 존재. 이러한 조건에 의해서 민주노조의 핵심 계층은 주로 현장의 반장이나 지도공들에 의해서 조직되었다. 민주노조 탄생 시에 핵심 간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현장 간부급임을 알 수 있다. 1972년 어용노조에서 민주노조로 바뀌자마자 회사 측에서는 보복적인 탄압으로 징계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징계자의 직위를 살펴보면 조장, 부조장, 지도공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126~127쪽)
여성 노동자들이 보여준 단결력은 단지 생산 영역에서의 동질감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결합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특성은 조직화 방식에도 반영되어 비공식 조직의 활성화로 나타났다. 이 비공식 조직은 민주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비밀리에 조직되었으며 전위적인 조직의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민주노조가 만들어진 후에 비공식 조직은 공개적으로 조직되었고, 공식 조직과 연결되어 공식 조직과 개별 노동자 간의 의사소통 채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였다. 비공식 조직은 여성 노동자들의 정서와 욕구를 채워주는 기회를 보장하며, 여성 노동자들은 이 모임을 통해서 집단에의 소속감을 획득하였다.
(217~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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