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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간행도서

계간 푸른사상 2023 가을호(통권 45호)

by 푸른사상 2023. 10. 11.

 

계간 푸른사상 2023 가을호(통권 45호)

 

153×224×11mm|184쪽|14,000원|ISSN 2092-8416 | 2023.10.4.

 

 

■ 도서 소개

 

‘챗지피티 시대의 문학’을 특집으로 한 『푸른사상』 2023년 가을호(통권 45호)가 간행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오늘날, 그 변화의 중심에 인간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가 있다. 김응교 교수는 주목받는 작품집 김초엽의 소설집 『행성어 서점』을 중심으로 챗지피티 시대에 문학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의미를 짚어보았다. 강병규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문학의 변화와 향방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강기희, 김경애, 박선욱, 봉윤숙, 신준수, 안준철, 정삼조, 정소설, 조미희, 최종천 등 10명 시인의 신작 시와 김영란, 이태정 시인의 신작 시조가 지면을 풍성하게 꾸미고 있고, 도명학 작가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강기희 시인은 청탁 원고를 보내 놓고 지난 8월 1일 타계해 「생애 첫 주택」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임동확 교수의 「생성의 미학」 기획 연재도 주목된다. 이대성의 「문단 현장」에서는 신동엽학회와 영주어문학회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 학술대회와 답사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 땅에 얽힌 아픔과 4·3의 저항정신, 그리고 이를 문학으로 형상화했던 신동엽의 시 세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장은성 어머니의 회고담은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삼 형제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록 밴드인 <산울림>의 뿌리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 목차

 

특집 | 챗지피티 시대의 문학

김응교_ 챗지피티 시대에 김초엽의 행복한 SF소설

강병규_ 인문학의 시선으로 보는 챗GPT와 문학

 

신작 시

강기희_ 생애 첫 주택

김경애_ 진혼제(鎭魂祭)

박선욱_ 우는 자들과 함께

봉윤숙_ 구멍을 잡아채다

신준수_ 씨앗의 기원

안준철_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정삼조_ 봄비 맞으며

정소슬_ 가마우지 청문회

조미희_ 악몽

최종천_ 빗줄기

 

신작 시조

김영란_ 엄마의 해녀자격증

이태정_ 고시원에 없는 것

 

소설

도명학_ 정 아바이네 집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22회) 빅토르 위고 『노트르담 성당의 꼽추』와 시편

임동확_ 생성의 미학(7회) “여우와 토끼 사라진 곳에 몸 바꾼 사자가 울부짖도다”

 

문단 현장

이대성_ 신동엽학회 제주 학술대회 및 답사 기록

 

산울림 듣기·1

대담 장은성·맹문재_ 장은성 어머니 회고담

 

 

■ 책 속으로

 

김초엽은 독자에게 묻는다. 과연 사진만이 우주를 찍어낼 수 있는지, 아니 오히려 인간이 손으로 그린 예술이 우주를 더 아름답게 남아낼 수 있지 않은지.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순간을 글로 남기는 일, 너무 아름다워 사진에 담을 수도 없는 풍경, 바람소리로라도 녹음하는 일, 끄적이며 상상으로라도 그림 그리는 일 등 손으로 하는 아날로그 작업은 어떤 과학 시대가 와도 영원하고 귀한 것이라는 말이다.

(김응교, 「챗지피티 시대에 김초엽의 행복한 SF소설」, 22~23쪽)

 

AI에 기초한 생성문학이 문학의 지평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간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문학의 창작과 향유 과정에서 주체가 된다. 고도로 발전한 AI가 인간 이상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AI가 그것을 향유할 수는 없다. 인간이 그것을 향유하지 않는 한 단순한 생성물로만 남을 것이다. 문학은 인간의 경험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이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정서적 체험에 기반하고 있는 창작물이다. 결국 문학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창작물로 남을 것이다.

(강병규, 「인문학의 시선으로 보는 챗GPT와 문학」, 39쪽)

 

부모는 먹지 못해 비실비실 앓다가 전염병이 도는 바람에 같은 날 죽었고, 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장사를 한다고 집을 나간 지 3년이 되도록 향방이 묘연하고 오빠는 군대에서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했다. 여자의 아버지는 정 아바이 사촌동생으로 중국 태생인데 문화대혁명 때 부모(정 아바이의 삼촌)가 잘못되자 아바이가 북한에 데려다 살게 했고, 어머니는 6·25 전쟁고아였다. 그러니 외가 친척도 없었다. 참으로 기구한 신세였다.

(도명학, 「정 아바이네 집」, 85쪽)

 

빅토르 위고는 시민사회와 민중예술을 특히 강조하였다. 예술은 다수의 민중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모든 것이 신으로부터 와서 민중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통하여 설파한다. 프랑스혁명 속에 태동한 ‘낭만주의’가 그에게 있어서는 정의요 자유인 것이었다. 노동자들에게 한없는 연민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이미 ‘근대’를 넘어선 시인이요 작가이며 정치적 행동인이기도 했다.

(「김준태의 시 70년 오디세이」, 111쪽)

 

억압 없는 삶과 세계의 창조적 자발성에 주목하는 선의 정신은 서로 간의 수평적 연대와 역사의 변화를 위한 대자유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열린 세계관의 탄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단순히 전통의 부활 내지 재창조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상징화되기를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상징화되기를 기다리는 빛나는 전통 중의 하나가,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절대 긍정을 바탕으로 하는 선의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임동확의 생성의 미학」, 143~144쪽)

 

“압록강으로 제주도로 바다로 골짜기로 반만년 쫓기던 민텅구리 죄 없는 백성들의 터진 맨발을 생각하여보아라.”(1961년 「아사녀의 울리는 축고」에서)라고 말한 신동엽에게 제주는 단지 남북의 극단적 한 지명의 사례이거나 육지에 외떨어져 있는 변방이 아니었다. 제주는 국가폭력에 맞서 싸워온 ‘동아시아 지중해’, 아시아 식민지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진 항쟁의 중심지였다.

(이대성, 「신동엽학회 제주 학술대회 및 답사 기록」, 156쪽)

 

<나 어떡해>를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았어요. 노래를 부른 여병섭의 이름까지 외우고 있어요. 우리 둘째 아들이 작곡을 잘해요. <나 어떡해>는 진짜 명곡이에요. 산울림이 탄생하는 역할을 했지요. 노래의 연주도 참으로 좋아요. 음반 회사 사장이 그룹 이름을 ‘산울림’이라고 지어주었는데 큰아들이 어떠냐고 묻길래 내가 너무 좋다고 했어요. 장충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던 공연과 엘에이(LA)에서 한 공연이 정말 좋았어요.

(「장은성 어머니 회고담」, 171쪽)

 

생애 첫 주택

                   강 기 희

 

환갑이 넘도록 세입자로만 살던 아내가

지상권만 있는 시골집을 구입하고선 꿈에 그리던 건물주가 되었다며 감격해한다

서울 강남 아파트처럼 몇십억 대 집도 아닌

도시 근로자 둬 달 월급이면 살 수 있는

1천2백50만 원짜리 지상권만 있는 강원도 정선 농가주택

그것도 빌린 돈으로 산

갑질할 대상도 없는 지상의 방 한 칸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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