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 목차
■ 머리말
제1부 예술, 존재를 저울에 달아보다
광석라디오
바흐-<무반주 첼로 조곡>
베토벤의 장난기
굴드의 콧노래
베토벤의 후기 음악
생활복제시대의 예술
진창에서 피는 영산홍
전봉건의 「피아노」
제2부 있음에서, 함으로 예술에서, 노동으로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
지네트 느뵈─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77번
비발디의 <사계(四季)>
오펜바흐의 <자끄리느의 눈물>
음악이라는 미궁
음악이 뭐길래?
소리와 음악
주접떨기
CD와 LP
제3부 노동과 예술의 조화
음과 양의 조화
사물의 실재성(實在性)이란 무엇인가?
산업현장의 예술작품들
벤야민의 아우라가 의미하는 것
산업현장의 음악
자연을 응시하는 음악의 눈
용접이라는 예술
진정한 의미의 사제(司祭)
비유의 시
고독만큼이나 황홀한 음악
2. 저자소개
1954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1986년 『세계의 문학』, 1988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떠난다』 『고양이의 마술』이 있다. 2002년 신동엽창작상, 2012년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3. 도서의 내용
철근노동자 최종천
배고픔과 풍부함에 대한 비결을 알고
삶을 즐기는 구도자의 에세이
보성 양반은 자신의 풍을 고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의학이 발달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의 병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광석라디오를 듣듯이 말이다. 당시 우리 마을에는 30여 호가 넘게 살고 있었다. 그 큰 동네에서 광석라디오가 단 한 대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성 양반은 우리 동네에서는 그래도 음악을 가장 먼저 듣고 있었다. 그 음악은 분명, 보성 양반의 그 병을 상쇄하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광석라디오」 중에서
최종천 시인은 첫 산문집(『노동과 예술』)에서 바흐, 베토벤, 하이든, 쇼팽, 모차르트, 글렌 굴드, 하이페츠, 비발디, 오펜바흐, 브루크너 등의 음악가는 물론 연주곡, 악기, 음반, 오디오 등의 음악 전반을 독특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에 산업현장의 기계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듣는 관심과 체험을 결합시켜 남다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대전의 삼양프라스틱 공장에 새로 제작한 집진기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의 집진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다. 집진기의 덕트는 공장 안을 한 바퀴 돈 다음 공장의 먼지를 흡입하여 밖으로 멀리 내버리는 구조인데, 공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장 밖의 닥트의 길이가 아마 40미터쯤은 되는 것이었는데, 저쪽에서 산소로 절단을 하고 나는 이쪽에서 절단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동작이 좀 느린 편인데 벌써 작업을 시작한 저쪽에서 덕트를 자르는 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광대역한 저음이 되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그때 들었던 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어떤 악기로도 만들어낼 수가 없을 것이다. 파이프 오르간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심지어는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말소리까지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때 숙연해졌는데, 사물이 지니는 물리적인 이치랄까? 그런 경이로움은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 그 소리의 음원은 아마도 산소 절단기에서 고압으로 뿜어져 나와 덕트 안에 담긴 공기를 가로지르는 그것과 절단되고 있는 두께 2. 3밀리의 철판일 것이다.
―「산업현장의 예술 작품들」 중에서
뿐만 아니라 시인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인은 자본주의가 자연과 노동을 극단적으로 착취하고 있기에 인류의 미래 사회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세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즉 예술이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인의 주장이 다소 일방적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지 않는가.
“음악을 듣고 있다가도 아파트 아래, 풀밭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꺼버린다. 그리고는 슬리퍼를 끌며 내려가서 어린이들이 노는 소리를 귀에 퍼 담아 온다. 카랑카랑한 꼬마 아가씨 목소리는 한밤에 듣는 게오르그 장피르의 <외로운 양치기>에서 들리는 펜플루트 소리보다 더 높게 하늘로 올라간다.”(「생활복제시대의 예술」 중에서). 더 이상 예술은 노동과 자연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 생활 속에서 자연과 연대하는 우리의 노동이 필요하다.
4. 추천의 말
비트겐슈타인에 정통하고, 마르크스 『자본론』을 꿰며, 성경과 바그너를 좋아하는 음악광, 엥겔스가 존경할 만한 철근 노동자 최종천 시인. 형은 배고픔과 풍부함에 대한 비결을 알고 삶을 즐기는 즐거운 구도자다. 관계/고독의 절연을, 운동/창작을 찰나에 스위치시키며 무서울 정도로 오고가는 형의 자기 규제가 어떤 때는 무서울 정도로 정겹다. 글렌 굴드마냥 콧노래로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Variations)>을 부르며 집필했을 소담한 책을 만나는구나. 이 책은 정말 즐거운 고독이구나. 노동과 시인과 음악이 만나는 복스런 대박이구나.
- 김응교(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최종천 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작곡가며 연주곡 등 음악 전반을 전문가 못지않게 해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듣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고, 예술이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기에 생활 속에서 자연과 연대해야 한다는 시인의 주장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카랑카랑한 꼬마 아가씨의 목소리는 한밤에 듣는 게오르그 장피르의 〈외로운 양치기〉에서 들리는 펜플루트 소리보다 높게 하늘로 올라간다.”(「생활복제시대의 예술」).
-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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