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기도다-임동확 지음
시인은 20년만에 나온 두번째 산문집의 제목을 ‘시는 기도다’라고 지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이 남긴 “시는 외침이 아니라 외침이 터져 나오는 자리”라는 정의에 오랫동안 의문을 가져왔던 그는 최하림 시인이 딸에게 건넨, “시는 기도”라는 말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래서 그는 “한 그루 나무처럼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자리’에서 들려오는 무언의 말이자 기도가 한 편의 시”라고 적었다.
시집 ‘매장시편’, ‘운주사 가는 길’,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등을 펴낸 시인 임동확이 산문집 ‘시는 기도다’를 펴냈다.
이번 산문집은 시란 무엇인지, 시는 이 시대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고민해온 내용이 담긴 ‘시론(詩論)’이자, 시인의 시선을 따라 떠나는 여행기이자, 예술론이다. 더불어 시대의 흐름에 응답해 작가가 풀어놓은 ‘시론(時論)’이기도 하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당대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가늠자로서 내심 문학적 스승으로 삼아왔던 김수영을 비롯해 윤동주, 김종삼, 최하림, 기형도 시인 등의 시와 산문 등을 통해 당대 현실의 문제점과 대안을 개진했다.
2부에서는 ‘시인’ 임동확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1980년 5월의 비극이 공허한 언어 사태 속에서 휘발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와 염려 속에서” 써내려간 대표작 ‘매장시편’은 “나를 앞으로 끌어가는 바람 앞의 ‘돛’이자 언제나 그 새로운 항구를 향한 출항을 잡아끄는 무거운 ‘닻’”이라고 고백한다.
또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며’, ‘가수의 노래에 술잔이 금가고’, ‘고요는 힘이 세다’ 등의 대표작과 관련한 시작노트는 시의 탄생과 관련한 작가의 생각과 경험 등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그밖에 시 ‘복면시대’의 한 부분, ‘복면을 하자, 문득 기적처럼 깨어나도록’을 제목으로 삼은 2006년 인터뷰는 작가의 삶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
3부에는 광주, 안좌도, 운주사, 해남으로 이어지는 여행기와 예술론이 담겼다. 그는 수화 김환기의 그림에서 ‘낯선 것과 고유한 것 사이의 창조적 대결’을 보았기에 그의 고향 안좌도를 찾아 떠났고, 안좌도 읍동항에 들어서던 석양녘, 앞바다의 잔물결마다 반짝이는 황금빛 윤슬을 보면서 김환기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화(點畵)의 비밀을 깨닫는다.
또 천불천탑 이야기가 깃든 화순 운주사의 새벽을 노래하며, 땅끝으로 떠난 해남여행에서는 김지하의 시 ‘그 소, 애린 50’을 소환한다.
그밖에 강연균의 작품에서는 “보잘것 없는 삶의 외로움과 동경을 되찾아주고 서로 위로를 해주는 데서 오는 어떤 존재감을 느끼”고, 김호석의 수묵화에서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고통과 위험을 나의 위험이라 여기는 “따스하고 습기 어린 눈물을 머금은 화가의 눈”을 본다.
4부에는 격동하는 현실과 전망이 부재한 시대적 혼돈 속에서 인식하는 사유와 더불어 비판과 성찰을 담았다.
탐욕의 시대에서도 “늘 그자리에서 두 팔 벌려 제 아이들을 껴안고 있는 듯한 무등산”을 노래하고, ‘자발적 가난과 예술가의 길’에 대해, 광주의 오월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푸른사상·2만2000원>
광주일보, "시는 기도다-임동확 지음", 김미은 기자, 2023.2.17
링크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7661540074879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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