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기도인 근거 조망…세계의 본질 탐구
임동확 시인 18년 만에 두번째 산문집 펴내
현재 위기와 불안 극복 위한 대안·방식 모색
광주 출생 중견 문인으로 한신대 문예창작과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임동확 시인이 2005년 첫 산문집 ‘들키고 싶은 비밀’에 이어 18년 만에 두번째 산문집 ‘시는 기도다’(푸른사상 刊)를 최근 펴냈다.
이번 산문집 명칭은 종교적인 사색이나 시의 종교성을 의식하고 정한 것이 아니라 문학평론가 김현이 남긴 평론 ‘보이지 않은 심연과 안 보이는 역사 전망’의 한 구절 ‘시는 외침이 아니라 외침이 터져 나오는 자리’와 깊게 관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시인은 오랫동안 김현이 ‘왜 시를 정의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쉬이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져왔다. 그러다 최하림 시인의 10주기를 계기로 쓴 추도문 ‘시는 기도다’에서 차용했다. 시인은 표제와 관련해 하늘과 땅과 물의 총체로서 나무의 상징에 기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들’은 이런 시인들의 표상이다. 모든 ‘나무들’이 오직 제 양심의 흐름과 불가역적인 그 명령에 복종하는 고독한 시인처럼 각기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생명 유지의 작업장이자 침실이며 기도실이다. 스스로를 지탱하는 뿌리를 땅속 깊은 곳의 세계 중심에 둔 채 하늘과 영원을 향해 가지를 뻗어가는 ‘나무들’은, 자유로운 구속 속에서 최고의 필연성을 추구하는 시인들을 닮아 있다.’(‘시가 터져 나오는 자리’ 19쪽 일부)
이 인용문은 어쩌면 시인이 표제를 삼은 이면과 산문이 포괄하는 사유적 행간의 핵심을 간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문장으로 이해된다.
특히 세계의 모순과 삶의 역설과의 소통 내지 대화를 바탕으로 한 ‘생성론적 사유’를 시적 화두로 삼아온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시와 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탐색 및 비평 작업을 펼치며 인간과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이 시대의 위기와 불안에 대한 극복을 모색한다.
이 산문집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이유’를 비롯해 ‘태초에 우연이 있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등 제4부로 구성됐다.
제1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이유’에서는 당대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가늠자로서 윤동주 김수영 김종삼 최하림 기형도 시인 등의 시와 산문을 통해 당대 현실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안을 나름대로 개진해보고 있으며, 제2부 ‘태초에 우연이 있었다’에서는 독자와 문학자들의 요청으로 ‘시인은 시로 말할 뿐’이라는 원칙을 불가피하게 어긴 글들을 한데 모았다.
또 제3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에서는 마르케스 소설 세계와 장흥의 소년 뱃사공을 신화적 사건으로 보면서 새로운 문학과 동학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과 광주, 안좌도, 해남 등을 경유하는 여행기가 뒤섞여 있으며, 제4부에서는 격동하는 현실과 전망 부재의 시대적 혼돈 속에서 그때 그때의 현실인식과 더불어 그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담은 일종의 시론 성격이 강한 글들로 구성됐다.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시적 세계의 탐구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고자 한 시인은 시가 이 시대 현실을 깊이 포착하고 총체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에서, 이 산문집을 통해 현재의 위기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저자인 임동확 시인은 “산문이야말로 시처럼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반드시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앞뒤 문장의 정합성과 사고의 합리성을 요구하며 그래야만 정당성과 설득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임동확 시인은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낸 이래 시와 산문, 비평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그간 시집 ‘살아 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꼈다’,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등을 펴냈다.
고선주 기자, "시가 기도인 근거 조망…세계의 본질 탐구", 고선주 기자, 2023.2.14
링크 : http://gwangnam.co.kr/article.php?aid=167636669644006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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