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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정효구, <사막 수업 82장>

by 푸른사상 2022. 11. 22.

분류--문학(에세이)

 

사막 수업 82장

 

정효구 지음|140×203×13 mm(하드커버)|136쪽

17,000원|ISBN 979-11-308-1969-3 03810 | 2022.11.21

 

 

 

■ 도서 소개

 

순수의 땅, 사막을 사유하며 본래 자리로 돌아가다

 

한국 현대시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정효구 교수(충북대학교 국문과)의 명상 에세이집 『사막 수업 82장』이 푸른사상에서 출간되었다. 더 이상 욕망하거나 기대할 것이 없는 평평한 자리에서 초연하게 존재하는 사막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본래의 자리로 귀가하여 참마음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 저자 소개

 

정효구

1958년생.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이다. 시와시학상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첫 저서인 문학평론집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1987) 이후 『불교시학의 발견과 모색』(2018)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평론집과 학술서를 출간하였다. 이번에 출간하는 『사막 수업 82장』은 『마당 이야기』(2008),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2010), 『다르마의 축복』(2018),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2019), 『파라미타의 행복』(2021)에 이어지는 여섯 번째 명상 에세이집이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그곳엔 아무 일도 없다

사막으로 이주하고 싶다 / 사막엔 이름이 없다 / 사막엔 생각이 없다 / 사막에선 집을 짓지 않는다 / 사막엔 ‘늙은 영혼’이 산다 / 사막엔 무심한 만남이 있다 / 사막엔 애증이 없다 / 사막은 오아시스도 번거롭다 / 사막엔 육탈의 바람이 분다 / 사막에서 회복하다 / 사막은 무향의 물성이다 / 사막은 생명을 기다리지 않는다 / 사막은 단색이다 / 사막은 가볍다 / 사막에선 거듭 죽는다 / 사막에서 우주사를 본다

 

제2부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사막에선 모두가 수기(授記)를 받는다 / 사막은 금강석으로 빛난다 / 사막은 바라보는 곳이다 / 사막은 길을 반납한다 / 사막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사막은 저장하지 않는다 / 사막은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다 / 사막은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 사막 아래엔 사하촌이 있다 / 사막은 버려진 땅이다 / 사막에 접속하는 시간이다 / 사막은 젖지 않는다 / 사막을 명상한다 / 사막으로 인문대학을 이주시키고 싶다 / 사막엔 아무것도 없다 / 사막은 진화를 거부한다

 

제3부 그곳엔 아무 말도 없다

사막은 이름만이 사막이다 / 사막은 불모를 사랑한다 / 사막엔 낙타가 없다 / 사막은 편애하지 않는다 / 사막은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다 / 사막은 멀다 / 사막엔 부러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 사막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 / 사막은 힘을 쓰지 않는다 / 사막엔 두려움이 없다 / 사막은 자급자족을 권유한다 / 사막에서 무엇을 훔칠 수 있겠는가 / 사막엔 흔적이 없다 / 사막의 찰나가 있다 / 사막은 사막의 것이다 / 사막에선 말할 수 없다

 

제4부 그곳엔 아무 값도 없다

사막은 대지의 연금술이다 / 사막은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 사막은 나이를 모른다 / 사막이 점점 넓어진다 / 사막에선 살생심이 사라진다 / 사막은 호객하지 않는다 / 사막은 표리가 없다 / 사막에 바벨탑이 있다 / 사막에선 누구나 조용해진다 / 사막에선 누구나 고요해진다 / 사막은 숨을 곳이 없다 / 사막에서 모래들이 유유상종이다 / 사막은 무소득의 공터이다 / 사막에서 돌아와 숙면하다 / 사막에서 존재를 씻는다 / 사막의 율법은 최소를 지향한다

 

제5부 그곳엔 아무 마음도 없다

사막에서 외경을 배운다 / 사막에서 귀가하다 / 사막에서 허열이 내리다 / 사막에서 엔트로피를 낮추다 / 사막에서 스스로 그러해진다 / 사막은 사회법을 모른다 / 사막에서 사라지다 / 사막은 기교 없이 산다 / 사막에서 눈물이 흐르다 / 사막엔 고독이 없다 / 사막에서 부끄러움을 잊다 / 사막은 궁금하지 않다 / 사막은 살지 않는다 / 사막은 인간사의 다른 문맥이다 / 사막은 해석을 버린다 / 사막은 건널 수 없다 / 사막에서 욕계 너머를 본다 / 사막으로 이주하다

 

 

■ 작가의 말

 

나는 오랫동안 내 무의식의 깊은 곳에 애호의 감정을 넘어서서 신성한 실재(divine reality)의 세계로 자리했던 사막을 불러내어 그에 의지하고 그와 만나면서 허덕이던 나 자신을 본래 자리로 귀가시키며 다독였다. 더 이상 욕망하거나 기대할 것이 없는 평평한 자리에서 오직 초연하게만 존재하는 사막을 통하여 나는 일체의 내외적 비만함과 불순물, 불안함과 혼란스러움, 낯설음과 이물감, 분노심과 자괴감 등을 털어버리고자 하였다. 그리고 나를 속박하는 일체의 허상을 허상으로 알아 그것들을 그들의 자리로 되돌려 보내고자 하였다. 그렇게 하는 동안 본래 자리가 깨어나기를 기대하였다. 사막이라는 신성한 실재의 한 상징이자 세계와 만나는 일은 여기에 직입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사막 수업 82장』을 쓰게 되었다. 여기서 82장에 무슨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의 물결을 따라가며 글을 쓰다 보니 이곳에서 마침표가 찍히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사람처럼 고요해졌다.

위와 같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막과의 만남은 내 삶과 글쓰기의 단호한 언사를 담고 있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또 그런 글을 써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이어진 나의 삶과 글쓰기의 여정을 놓고 볼 때 사막을 대면하고 쓴 이번의 글은 조금 과장한다면 ‘결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막과의 이번 만남은 내가 그동안 사막에 진 오래된 빚을 이제야 제대로 갚은 기분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간 애면글면하면서 살아온 삶과 글쓰기의 한 매듭을 여기서 맺어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막 수업 82장』을 통하여 나와 그대가,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본래 자리로 귀가하여 참마음의 길을 걸어가는 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혼란스럽고 혼탁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인간 진화사의 새 장면을 발전적으로 열어가는 새 흐름의 앞선 순례객이자 도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 리뷰

  

불교경전과 역(易) 사상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동서양의 경전들과 지혜서들을 탐구하며 인간사의 한계는 물론 근대 넘어서기에 몰두해온 현대시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정효구 교수(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이런 공부가 무르익기 시작할 무렵부터 출간하기 시작한 에세이집 『마당 이야기』(2008)의 ‘마당’,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2010)의 ‘맑은 행복’, 『다르마의 축복』(2018)의 ‘다르마’,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2019)의 ‘바다’, 『파라미타의 행복』(2021)의 ‘파라미타’를 거쳐 이번의 에세이집인 『사막 수업 82장』의 ‘사막’에 이르고 있다.

그간 단련되고 정련된 저자의 명상과 사색이 어느 때보다 깊이를 더한 이번의 도서 『사막 수업 82장』은 그가 1990년대 중반 무렵의 사막 여행 이후 긴 시간 동안 홀로 마음속의 성지로 품고 다녔던 사막과의 진지한 만남이자 오래된 해후이고 사막을 향한 응시와 사랑의 문장들이다.

사막은 인간적인 단견으로 보면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땅과 같다. 그러나 사막은 버려졌기에 역설적으로 제 모습을 지키며 순수할 수 있었던 영혼의 녹색지대이다. 82장 전체가 ‘사막’을 중심에 두고 쓰인 이 연작이자 전작 에세이집은 소란하고 혼탁하며 위태롭기 그지없는 세상 속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와 실재, 진실과 진심, 절대와 실상을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이 책이 안내하는 그런 길을 ‘사막 수업’의 여정이라고 한다면 그 길에서 우리는 수시로 행복과 환희, 감동과 정화의 시간을 경험할 것이다.

 

 

■ 책 속으로

 

사막으로 이주하고 싶다

 

봄이 되어도 싹을 틔우지 않는 곳

욕망의 윤회가 끝난 곳

 

존재하는 것만으로 영원을 사는 곳

한 알의 미진(微塵)이 되어 그 속으로 스며들고 싶다

 

가만가만 숨 쉬는 것만으로도 일체가 구족한 곳

일 년 내내 눈을 감고 있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곳

 

그 단념(斷念)의 땅

그 무사(無事)의 땅으로

 

나도 사막의 시민이 되어 이주하고 싶다

 

 

사막은 버려진 땅이다

 

사막을 표제어로 실은 두터운 백과사전들을 들춰보면

합창하듯 아래와 같이 사막에 대한 정의를 내놓고 있다

 

“사막의 어원은 버려진 땅입니다”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땅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소외된 땅

인간들에게 쓸모가 없다고 무시당한 땅

생명체들이 죽을까 봐 이주를 꺼리는 땅

아무도 값을 쳐주지 않는 무상(無償)의 땅

 

이렇듯,

 

버려짐으로써 자신을 그대로 지킬 수 있는 세계가 있다

버려짐으로써 순정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버려지기를 기다리는 역설의 세계가 있다

 

사막은 인간들이 버림으로써 완전하게 존재할 수 있던 땅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음으로써 비켜나가 순결할 수 있던 땅

 

 

사막엔 고독이 없다

 

고독도 만들어진 것

학습되고 전파된 것

인간 진화사가 만들어낸 한 파편

 

사막엔 고독이 없다

사막도, 사막 속의 생명체들도 고독하지 않다

인간 또한 그곳에서 고독하지 않다

 

아무것도, 아무도 고독하지 않은 사막에서

고독은 할 일 없는 인간들이 배낭에 담고 온 잉여

수사학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언어 속에 담고 온 장식물

사서 고생하는 인간들이 스스로 만든 짐덩어리이다

 

사막엔 고독이 없다

고독은 사막의 말도, 우리들의 말도 아닌

루머처럼 떠돌아다니는 범속한 세상의 언어적 파편이다

 

 

사막은 궁금하지 않다

 

아무것도 질문할 것이 없는 삶

궁금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

근심할 일이라곤 찾기 어려운 삶

걱정할 일 또한 전혀 없는 삶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삶

미래가 염려되지 않는 삶

기억에 이끌리지 않는 삶

의욕으로 흥분하지 않는 삶

 

관계를 도모하지 않는 삶

호승심으로 미열이 나지 않는 삶

너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삶

우리라는 말도 써본 적이 없는 삶

 

시비를 따지느라 밤을 새우지 않는 삶

호오를 가리느라 머뭇거리지 않는 삶

득실을 계산하느라 갈등하지 않는 삶

경계를 재느라 측량사를 부르지 않는 삶

 

늘 아무렇지도 않은 삶

늘 제자리에 있는 삶

늘 온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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