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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이인호 시집,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

by 푸른사상 2022. 11. 2.

 

분류--문학()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

 

이인호 지음|푸른사상 시선 164|128×205×8mm|160쪽|10,000원

ISBN 979-11-308-1962-4 03810 | 2022.10.31

 

 

■ 시집 소개

 

‘당신’과 지나온 길을 더듬어가는 여정

 

이인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가 <푸른사상 시선 164>로 출간되었다. ‘당신’과 함께 지나온 길을 더듬어가는 시인의 짙은 서정과 섬세한 언어, 그리고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돋보인다. 시인의 가라앉힐 수 없는 감정을 동반하는 깊은 사유도 울림을 준다.

 

 

■ 시인 소개

 

이인호

1974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태어나 울산 울주에 거주하고 있다. 2015년 『주변인과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불가능을 검색한다』가 있다.

 

 

■ 목차

 

제1부 밤새 방의 창을 닦아요

단련 / 여기부터 미래 / 반의반 / 놓친 후에 알게 되는 것들 / 검은 창을 닦는 밤 /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 / 아인슈타인에게 보내는 농담 3 / 호수 의자 / 들 안의 뜰 / 폭우 / 그저 구름의 무게가 궁금했을 뿐 / 밸런스 게임 / 지독한 사랑 / 이해는 오늘의 일 / 서랍에 있는 봄

 

제2부 아무도 해치지 않은 저녁

개기월식 / 연가시 / 흰긴수염고래 / 우리가 빨아버린 어제의 푸른 담요 / 그 집 앞 / 파도 난민 / 아인슈타인에게 보내는 농담 1 / 아인슈타인에게 보내는 농담 2 / 아무도 해치지 않은 저녁 / 초신성에서 보낸 구조신호 / 풍경의 힘 / 마른 우물에 가둔 슬픔 / 거울 / 시든 배추로 배추전을 해 먹는 밤 / 화석 연대기

 

제3부 자기 신발을 보고 우는 사람

바닥은 바닥이라서 평화를 모르고 / 기슭이라는 페이지 / 박새는 언제 잠자나요 / 비 온 뒤 / 오십 개의 폴더를 가진 창 / 다리 너머 여름 / 아주 친절한 아이유 / 토탄 / 둥근 잠에 대한 노래 / 산복도로를 달리는 말테우리 / 살얼음주의보 / 어린(魚鱗) / 발레리나 치마를 입은 아이 / 혹성의 하루 / 스탬프 투어

 

제4부 그늘이 그들을 만나던 날

처용 / 사춘기 / 캐치볼 / 아이가 없는 놀이터엔 오후만 있고 / 섬망 / 못의 탄생 / 지도 그리기 / 비행기는 날기 위해 바쁘고 / 기원의 기원 / 논할머니 놀러 가는 길 / 은하철도 999 / 퇴근길, 능소화 / 아궁이에게 안부를 물었다 / 커터 / 둥둥

 

작품 해설 : 광장으로 걸어가기 - 최종환

 

 

■ '시인의 말' 중에서

 

그리하여도 결국

사랑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민, 준, 림에게

 

 

■ 추천의 글

 

이인호 시인에게 ‘오늘’은 기원의 중심이고 지도의 중심이고 안부의 중심이다. 얼굴의 중심이고 방향의 중심이고 단련의 중심이다.

시인은 그 “오늘을 찾기 위해 어제 덮은 이불을 걷”는다. 어제처럼 말하고 어제처럼 행동하고 어제처럼 오해하는 습관이 강한 그늘에서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궤도를 유지하고 오늘의 창을 닦는다. 오늘을 살려내려고 살기를 품은 채 눈물의 풍경을 닦아내고 목표의 모퉁이라도 붙잡으려고 근육을 푼다. 오늘을 번식시키려고 아이가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 먹는다. 오늘의 주름을 펴려고 늙어가는 입김을 조금씩 불어 넣는다. 오늘의 신호를 기다리고 오늘의 담장을 세우고 오늘의 중력을 적용한다. 미래의 윤기 나는 거짓말을 들으며 오늘의 허리를 튼튼하게 한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작품 세계

  

이인호 시인의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에는 영화 <패신저스>(2016)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페이지들이 존재한다. <패신저스>의 주인공은 동면 캡슐 오작동으로 인해 엉겁결에 깨어난다. 두려워진 그는 캡슐에 다시 들어가려 하지만 실패한다. 목적지인 ‘홈스테드 2 행성’까지 90년이 남았음을 알게 된 그는 캡슐 안에서 동면 중이던 한 여자 승객을 깨운다. 그리고 그녀와 이후의 일상을 함께 해나간다. 자기 의도와 무관하게 깨어난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주인공을 혐오한다. 그러나 때로 자신을 위해 목숨도 마다 않는 주인공을 보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냉동 수면이 다시 가능해지는 상황이 오게 되지만, 둘은 우주선에 그대로 남기를 선택한다. 세월이 흘러 동면자들이 깨어나 행성에 도착하지만, 두 사람은 그 어떤 장면에도 보이지 않는다. 시신의 몸으로 행성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그 행성에 다른 동면자보다 늦게 도착한 걸까. 아니면 먼저 도착한 걸까?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에는 위와 같은 우주적 여로가 좀 더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 상상력은 이인호 시인의 1시집에서 싹튼 것이기도 했다. 가령 「반구대 암각화-흔적 4」에서 과일을 싣고 도로를 달리며, 고래의 울음소리를 내던 트럭이 그것이다. 그 트럭은 옮겨 다니던 장터를 바다로 바꿔버렸다. 트럭 운전사의 머리에서는 바닷물이 솟구쳤다. 이 논리라면 그 도로야말로 홈스테드 2 행성으로 가던 그 우주선 자체는 아니었겠는가. 1시집의 이정표에는 ‘당신’이라는 표현이 자주 엿보였다. 이 시집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맹문재는 이인호의 1시집의 해설에서‘ 당신’의 각별한 의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시인이 그리워하는 ‘당신’이 마냥 아름답게 그려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지적한 바 있다. 이 지적은 이인호 시의 뇌관에 다가서는 것으로서, 본 논의를 펴는 데 주요한 참조점이 돼준다. 이번 시집에서 이인호 시인은 그런 당신이 거하는 ‘행성 X’로 향하고 있다.

― 최종환(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단련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서 튼튼해집니다

폭풍우가 칠 때는 집의 방향을 바꿉니다

자꾸 움직이면 실력이 늘긴 합니다

 

허리가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별은 허리로 하고

돌아설 때 몸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방향을 바꾼 집들은 모서리로 폭풍을 흘려보냅니다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라고

폭풍이 분 뒤에 당신은 얼굴을 돌렸습니다

파란 하늘이 뭐라고

빚을 빛처럼 이고서 웃었을까요

 

허리가 단단한 집을 지었다고 했지만

우리는 거짓말을 이해하면서 튼튼해집니다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

 

자주 가던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이발을 하려다 이별을 했고 걷다 보니 사과밭이었다

 

아침의 사과는 툭툭 노크해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계세요라고 물었더라면 저절로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저녁의 사과는 사과나무에 매달려 가까스로 종말의 의미를 읽어간다 익어간다는 것은 종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 그날 밤 너는 만남에도 이별에도 예의를 좀 갖추자 했다 작작 나무 긁는 소리가 너머에서 들렸다

 

우리가 만남에 대해서 예의를 다하고 있을 때 이제 막 애인은 구멍이라고 했다 나는 양말이라고 했다 구멍 난 양말이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초대받는 일이 두려워 서로만 초대했다

 

- 보고 싶은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처럼 사라져

- 망막과 눈꺼풀 사이로 잘못들이 달아나고 있어

 

종의 기원

 

빙하가 녹고 사과밭이 물에 잠기고 사과가 둥둥 떠다니는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어떤 종들에 대해 얘기하며

미용실을 지나고 사과밭을 지났다

 

잘못을 했을 때 숨을 참으면 조금 용서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신발을 벗은 넌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 같다며 웃었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보인다

안 보인다

 

지친 우리는 조금 더 앉아 있자고 서로에게 기댔는데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사이에 눈금처럼 앉았던 우린

종의 구분이었을까?

 

스스로 눈금이 돼버린 난 동네를 걷기만 한다

 

 

지독한 사랑

 

당신 곁엔 항상

틈이 있다

나는 어색한 모습으로

틈에 틈을 넣어

틈을 메웠다

 

그만큼

 

다시 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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