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했던 남도의 삶과 일상 고스란히 투영
김정원 시선집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출간
발표 시편들 중 따뜻한 시선 투영 작품 수록
전직 교사 출신 시인인 전남 담양 출생 김정원씨가 시선집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를 푸른사상 시선 154번째 권으로 펴냈다.
이번 시선집은 그동안 그가 발표했던 시편들 중 엄선해 묶은 것으로 궁핍했던 남도에서의 삶과 일상이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다. ‘찐 고구마’나 ‘긍휼’ 등의 시편들은 기성 세대들이라면 모두 인식하는 삶의 모습들이다.
시인은 ‘우리는 해산물을 팔려고 완도에서 왔다는 두 아주머니에게 작은 방을 내주고 여덟 식구가 한 방에서 너럭바위에 달라붙은 따개비들처럼 다닥다닥 엉켜서 새하얀 세상을 꿈꾸었다’(‘찐 고구마’ 일부)고 노래했다. 따개비들처럼 살았지만 새하얀 세상을 놓지 않고 꿈을 꾸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시 ‘긍휼’에서는 옛 농가들의 재산 목록 1호인 황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화했다. 구제역이 돌아 살처분해야 했지만 차마 농사 일에 부려만 먹었던 황소에게 마지막에 앞서 배불리 먹이기 위해 단 하루라도 말미를 달라고 하는 시적 화자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성경 구절에 그은 밑금/생활에도 또렷이 그어라’(‘기독교인에게’ 일부)거나 ‘차갑고 어린 내 가슴은/슬픔이 물구나무서서 자라는 고드름이었다’(‘대바구니 행상’ 일부), ‘제 정신으로 제대로 하는 그 모든 삶의 혁명을 경작하러/돌과 똥이 돈 보다 더 쓸모 있는 산마을로 가련다’(‘가장 어려운 혁명을 위하여’ 일부)라고 노래한다.
그에게 삶은 밑금이자 고드름, 하나의 혁명이다.
김준태 시인은 표사를 통해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리는 비가 흙에 닿으면서, 대지에 그의 몸을 내리면서, ‘수평’이 되는 것을 발견한다. 그가 60년 동안 보아왔지만, 알지 못한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수직으로 내리는 비가 이내 수평이 되는 순간, 그는 비로소 위대한 발견을 한다. 그런데 시인 김정원이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리는 비가 수평이 되었을 때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는 결구를 빚어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고 평했다.
이번 시선집은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를 비롯해 ‘줄탁’, ‘거룩한 바보’, ‘환대’, ‘땅에 계신 하나님’, ‘국수는 내가 살게’, ‘마음에 새긴 비문’, ‘꽃길’, ‘아득한 집’ 등 제9부로 구성, 70여 편의 시들이 실렸다.
김정원 시인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영어 교사로 대안교육에 투신했다. 2006년 ‘애지’에 시를, 2016년 ‘어린이문학’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줄탁’, ‘거룩한 바보’, ‘환대’, ‘땅에 계신 하나님’(2인 시집), ‘국수는 내가 살게’, ‘마음에 새긴 비문’, ‘아득한 집’, 동시집 ‘꽃길’을 펴냈다.
광남일보, "궁핍했던 남도의 삶과 일상 고스란히 투영, 고선주 기자, 2022.3.17
링크 : http://gwangnam.co.kr/article.php?aid=1647509143411667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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