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예 작가의 세 번째 시집 ‘속삭거려도 다 알아’
“소, 속삭, 거, 려, 도, 다, 알아!”
두 번째 시집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유 작가
“노인 요양 시설 야간 근무자와 주간 근무자의/인수인계 대화를 귀담아들은/어르신, 병상에 누워/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라보신다//(중략) 굳어가는 혀로/떠듬떠듬 말씀하신다//소, 속삭, 거, 려, 도, 다, 알아!”(‘속삭거려도 다 알아’ 일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를 공부하다 귀향한 유순예 작가. 지금은 고향 진안에서 ‘속삭거려도 다 알아’듣는 치매 어르신들의 입말을 받아쓰며 살고 있다. 치매 어르신들 그리고 유순예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유순예 작가가 세 번째 시집 <속삭거려도 다 알아>(푸른사상)를 펴냈다.
이 시집은 유 작가가 지난 2007년에 펴낸 <나비 다녀가시다>, 2018년에 펴낸 <호박꽃 엄마> 이후 4년 만에 출간한 시집이다.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 사이의 간격은 10년, 두 번째 시집과 세 번째 시집 사이의 간격은 4년이다. 그가 꾸준히 작품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지게와 쟁기, 어머니의 호미에서 시론을 배운 유순예 작가는 배운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 작가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깨닫고 성장하는 삶을 시로 풀어냈다. 그는 농사를 천직으로 삼고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늙은 어머니를 지극한 사랑으로 노래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해 치매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돌보는 유 작가의 마음이 따스히 느껴지는 시집이다.
“바지에똥지린놈, 당신이아니라, 당신을공격한, 불한당인줄도 모르는/아버지나/병든남편수발들기위해, 낯선도시큰병원을옮겨다니다, 울화통터진/어머니나//마음 둘 곳 없어/마음에 없는 소리만 하신다”(‘설사’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힘들어도,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독자들 곁에서 조심스럽게 속삭인다”며 “누군가의 상처는 독자들에게 연민의 형태로 다가온다. 모순적이지만 미래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마음이 그래서 더 움직인다”고 했다.
유순예 작가의 고향은 진안고원이다. 그는 지난 2007년 ‘시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나비, 다녀가시다>, <호박꽃 엄마>가 있다.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등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시를 공부했다. 현재 고향 진안으로 돌아와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전북일보, "유순예 작가의 세 번째 시집 ‘속삭거려도 다 알아’", 박현우 기자, 2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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