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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광남일보] 안준철, <나무에 기대다>

by 푸른사상 2022. 2. 4.

 

삶의 성찰과 관조의 자세로 물상들 ‘시화’
안준철 제6시집 ‘나무에 기대다’ 출간

전주 출생으로 오랫 동안 순천에 머물며 30년 간 교직생활을 이어갔던 안준철 시인(68·前 순천 효산고 교사)의 여섯번째 시집 ‘나무에 기대다’가 푸른사상 시선 151번째 권으로 출간됐다.

시인은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작은 꽃과 낙엽, 달팽이 등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시선을 주며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생명력을 노래한다. 자연과 일체가 돼 나누는 섬세한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등불처럼 따뜻한 온기가 마음에 스며든다.

이번 시집에는 정년 퇴임 후 고향으로 복귀한 뒤 교직에 있을 때는 바빠서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던 산책을 하고 나서 일기처럼 한 편씩 써나간 산책시들이 수록됐다.

시인은 산책에서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과 관조의 자세로 자신과 물상들을 들여다본다.

시인은 ‘산벚꽃마저 저버린 봄 산의 푸르름//내 몸에서도 꽃 지는 소리가 들리더니/푸릇푸릇 돋아나는 것들이 있다//지금은 나무에 기댈 시간/사는 일이 기쁘고 감사하다’(‘나무에 기대다’ 일부)거나 ‘…전략…//나이 들어 몸이 노쇠해지니/꽃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것도 힘에 부친다//무릎과 허리를 펴고 일어설 때마다/낡은 가구처럼 관절이 삐걱거린다//늙고 낡아갈수록/꽃에 대한 예절이 깊어진다’(‘낡아간다는 것’ 일부)고 노래한다.

또 ‘구월의 마지막 날/그 울먹임의 시간들을 배웅하고 왔다’(‘배웅’ 일부)거나 ‘모든 것이 가을 속의 일이었으므로/마음은 물속처럼 고요하기만 했다’(‘가을 속의 일’ 일부)고 읊는다.

교육현장에서 줄곧 생활인으로 달려온 시인은 학교를 떠나 자신에 주어진 시간들 속 산책하며 일상을 보내지만 오히려 자연 앞에서 지금의 시적 자아를 발견한다. 나무에 기댈 시간이라든가, 낡은 가구처럼 관절이 삐걱거린다든가 하는 시적 표현에서 시인의 현재적 마음이 읽혀진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물속처럼 고요해진 자신을 보고는 안도해하는 듯하다.

작가는 서두를 통해 “나무에게 기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무도 나에게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는 것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가난한 시에 보내준 따뜻한 눈빛들이 시리도록 고맙다”고 밝혔다.

안준철 시인은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시를 모아 펴낸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를 시작으로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 ‘생리대 사회학’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산문집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및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등이 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남일보, "삶의 성찰과 관조의 자세로 물상들 ‘시화’", 고선주 기자, 2022.2.3

링크 : http://gwangnam.co.kr/article.php?aid=16438815084082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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