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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박정선 평론집, <존재와 사유>

by 푸른사상 2021. 8. 5.

 

 

존재와 사유

 

박정선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36|160×230×28mm(하드커버)|384쪽

30,000원|ISBN 979-11-308-1807-8 03800 | 2021.8.10

 

 

■ 도서 소개

 

시대를 통찰하는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철학

 

박정선 문학평론가의 문학평론집 『존재와 사유』가 <푸른사상 평론선 36>으로 출간되었다. 시, 소설, 에세이, 문학평론, 예술에 대한 고찰은 물론 독립운동가, 사상가, 농부를 호명해서 그들의 사상과 시대적인 상황을 통찰하고 있다. 올곧은 자세로 시대를 걸어온 그들의 삶과 사유를 새롭고도 구체적으로 조명해준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김현과 문학, 그 뜨거운 상징 다시 읽기― 유작 『행복한 책 읽기』를 중심으로

깊고 푸른 절창의 울음 미학― 이재무론

모태적 고독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사유― 박송죽 시인의 신앙시를 중심으로

들국화 마지막 향기와 시인의 최후― 시조시인 김두만론

 

제2부

사라짐이 남긴 불멸성과 현대적 만남― 고운 최치원론

<세한도>와 예술 그리고 인간― 추사 김정희론

사유의 결정체 몽테뉴의 『수상록』―몽테뉴론

 

제3부

독립운동가 이회영과 시대정신

대한민국 건국과 1919년― 임시정부 100주년에 생각하다

고독한 사유로 배부른 농부 전우익― 비움과 나눔의 인간 에세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중립의 의미

 

제4부

고독과 예술의 뜨거운 함수 그리고 질풍노도의 전방위적 글쓰기

생래적 해양문학가의 정체성― 옥태권, 한국 해양문학의 중심에 서다

 

제5부

해양문학의 양태와 문학적 상상력― 해양문학 어떻게 읽고 어떻게 쓸 것인가

 

∎ 발표지 목록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저자 소개

 

박정선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대학원 졸업(문학석사).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당선. 장편으로 『백 년 동안의 침묵』(2012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외 『동해 아리랑』 『가을의 유머』 『유산』 『새들의 눈물』 『수남이』 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청춘예찬 시대는 끝났다』(2015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 선정) 외 5권이 있다. 시집으로 『바람 부는 날엔 그냥 집으로 갈 수 없다』 외 8권, 서사시집 『독도는 말한다』 『뿌리』가 있다. 에세이집으로 『고독은 열정을 창출한다』 외, 평론 및 비평집으로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인간에 대한 질문-손창섭론』 『사유와 미학』 『해방기 소설론』 등이 있다. 심훈문학상, 영남일보문학상,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해양문학대상(해양문화재단),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아라홍련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예창작, 인문학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 출판사 리뷰

 

데카르트의 코기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에서 보듯, 데카르트는 사유 자체를 존재의 근거로 삼았다. 즉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인 셈이다. 박정선 문학평론가의 『존재와 사유』에서는 시인부터 소설가, 사상가 등 시대를 통찰하고 사유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호명한다.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불합리한 것들을 직시하며, 존재에의 끊임없는 물음과 깊은 사유를 흔적으로 남긴 이들의 작품을 폭넓게 다루었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절망과 고독으로 살아가면서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은 사유를 통해 찾아간 것이다.

이 평론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굵직하게 기록하고 있는 평론가 김현을 비롯하여, 암울한 시대에 정면으로 대결하며 고독한 사유를 시로 빚어낸 이재무 시인, 삶의 파고를 신앙시로 승화한 박송죽 시인, 시조시인 김두만 등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영원불멸의 시를 남기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시대의 굴곡을 개혁하고자 했지만 고독한 나그네의 삶을 삶아올 수밖에 없었던 최치원의 문학과 삶을 언급한다. 아울러 그림 <세한도>를 남긴 추사 김정희의 예술성과 인연들,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담은 프랑스 몽테뉴의 에세이 『수상록』에 관해 평론한 글을 수록했다.

3부는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 국호 아래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운영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시대정신, 해방 이후 전우익 선생의 사색하는 삶, 그리고 21세기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을 한데 모았다. 4부에서는 시대의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최화수 소설가와 해양소설의 중심에 선 옥태권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5부에서는 해양문학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표적인 해양문학가들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 책머리에 중에서

 

존재와 사유, 사유와 존재 그리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희귀할 정도로 보기 드문 갈매나무는 큰 나무도 아니면서 땅속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뿌리는 최대한 정제된 물을 찾기 위해 수만 가지 뿌리들, 벌레들, 돌멩이들이 어우러져 있는 땅속으로 뻗어 내리며 고행을 감행한 것이다. 그래야 청정한 진초록 잎을 피워낼 수 있고, 그래야 투명하게 빛나는 새까만 열매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갈매나무처럼 깊은 샘의 정갈한 물을 얻기 위해 어지러운 바람 속을 헤치며 고난의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 청정한 진초록 갈맷빛 사유가 비로소 거기에 존재한 탓이다.

사유는 생명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생각의 연속이다. 그것은 존재를 의미한다. 존재는 ‘있다’에서 출발하며,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유하는 것뿐이라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코기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에서 암시하듯이 데카르트는 사유 자체를 존재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사유는 고독을 전제로 하며 그것은 새로운 의식 세계를 유영하면서 존재의 이유를 거울을 보듯이 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만 가지 뿌리와 벌레와 돌멩이로 얽혀 있는 땅속 같은 시대를 걸어온 그들은 불의와 타협을 거부하면서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야 했고, 문학과 철학과 사상으로 당면한 시대의 불합리한 것들을 응시하면서 투명하게 빛나는 새까만 열매, 갈매나무 열매처럼 고결하고 심오한 사유를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도록 이끌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그들의 고독한 사유가 이끌어준 것이다.

이 글에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굵직하게 기록하고 있는 평론가 김현을 비롯하여 시인 이재무, 시인 박송죽, 시인 김두만, 에세이스트 겸 소설가 최화수, 소설가 옥태권, 신라 후기 최고의 문명을 날렸던 고운 최치원, 조선 후기의 인물 추사 김정희, 16세기 자유와 평등주의 사상가 몽테뉴, 그리고 구한말 일제로부터 나라를 강탈당할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해방 이후 유신독재 시대에 거주 제한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전우익 선생,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하여 만천하에 인류애를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언급되어 있다.

 

 

■ 책 속으로

 

 

서구에서 바슐라르를 20세기 코페르니쿠스라고 한다면, 김현은 한국의 바슐라르라고 할 수 있다. 바슐라르는 김현에게 “아주 새로운 언어로 거듭 태어나는 문학적 이미지의 탁월한 존재론적 가치를 확신시켜준 정신적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앞의 인용문에서 보여준 대로 김현은 대학원 시절 조교로 활동하면서 바슐라르를 접하게 된다. 따라서 바슐라르에 압도된 그는 불문학자로서 『프랑스 비평사』, 『현대 프랑스 문학을 찾아서』 등의 저서를 비롯하여 가스통 바슐라르, 르네 지라르, 미셸 푸코 등 프랑스 문인과 사상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저작을 발표하면서 한국문학을 풍요롭게 하는 데 열정을 불태웠다.

불문학자인 그의 문학비평은 오히려 ‘모국어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과 격동기의 정치상황 속에서 문학의 기능과 역할을 분석하는 일에 바쳐졌다.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 김현이 우리말과 우리글로 교육받은 첫 세대로서 일명 4·19세대라는 역사적인 의미도 존재한다 할 것이다. 또한 그는 문학평론가뿐만 아니라 에세이스트였다. 시와 소설도 썼다. 이로 인하여 그동안 불문율처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한국문학의 비평계는 김현에 이르러, 비로소 문학비평도 시와 소설 못지않게 미학적 문체로 독립된 창작 영역에 자리 잡게 되었다.

(27~28쪽)

 

인간은 현존하는 상황에 따라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 실존의 가능성의 바닥을 들여다볼 때 느끼는 감정은 허무에 대한 예감이다. 즉 죽음에 대한 선험적인 인식에 따라 현존하는 죽음을 예감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종교적인 체계를 자신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본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문학 등의 예술도 이러한 상황과의 투쟁 끝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더욱 깊이 사유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으로써 데카르트의 사유 원리인 코기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와 잘 맞아 떨어진다. 존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유하는 것을 말해준 탓이다.

(78쪽)

 

그가 사라진 지 천년 세월이 흘렀으나 그의 명성은 강줄기처럼 도도(滔滔)하게 흐르고 있다. 따라서 천년을 두고 인구에 회자되어온 최치원은 지금도 이 시대와 함께하고 있다. 이 시대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영원불멸할 수밖에 없다. 즉 천 년 전 인물 최치원이 현재적 인물로 우리에게 느껴진 것은 문학과 합리적이고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사상 때문이다. 그때 당시 종교는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같은 것이었고, 종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은 시대를 살아야 했던 최치원은 이미 미래의 세계를 지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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