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 성찰
백정희 소설집 ‘가라앉는 마을’ 출간 8편 수록
개인·사회의 폭력에 직면하는 현실 집중 조명
소설가 백정희씨의 소설집 ‘가라앉는 마을’(푸른사상사 刊)이 출간됐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는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삶의 현장을 목도하며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소설 8편이 실렸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계급과 자본의 논리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고통을 받는 민중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조망하고 있다.
소외된 계층과 약자들을 향한 속 깊은 애정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를 짚어내고 있는 이번 소설집의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자본의 논리 속에서 착취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도시 공간의 재개발과 농촌 개발에 따른 거주민의 계급적 분리와 생존에 직면한 현실은 주거 난민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다는 이유만으로 뿌리내렸던 곳으로부터 주변부로 배제되고, 개인과 사회의 폭력에 직면하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이번 소설집에는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를 비롯해 ‘외양간 풍경’, ‘말바우시장’, ‘가라앉는 마을’, ‘계단 위에 있는 집’, ‘바람은 길이 없다’, ‘진혼교향곡’, ‘마지막 집’ 등 8편이 수록됐다.
표제작이자 작가의 등단작인 ‘가라앉는 마을’은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거주자인 인간을 추방하고 배제하는지 잘 보여준다. 마을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농촌 지역에 개발되는 생수공장의 취수 작업으로 인해 마을이 가라앉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터전인 ‘땅’이 자본과 문명화에 의해 상실되고 파괴되는 문제에 대해 작가적 관찰로 해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자본의 새로운 축적 논리에 급변하고 있는 현재, ‘뉴타운 재개발’의 광풍으로 휩쓸려간 도시의 주거지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도 주목된다. ‘바람은 길이 없다’와 ‘계단 위에 있는 집’, ‘마지막 집’의 등장인물은 낡은 연립주택부터 임대아파트까지 주거 공간에서 가진 자와 빈곤한 자 사이의 차별과 폭력성을 드러내준다.
이외에도 백화점 식육부에 근무하는 임금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다룬 ‘외양간 풍경’, 관광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와 이주를 결정하는 동물들의 비상회의를 그린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작품 표절과 도용의 문제를 조명한 ‘진혼교향곡’은 우리 앞에 펼쳐진 인간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폭력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국가가 국가에게 가하는 폭력,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개인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폭력 등 인간에게 폭력을 당한 자연은 다시 인간에게 재앙이 돼 되돌아오는 폭력을 생각했다. 인간들에게 상처입은 흙의 눈물 흘리는 울음소리를 들었다”면서 “이 모든 폭력이 멈추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생명체들의 울음소리를 제 펜 끝으로 외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소설가 백정희씨는 전남 무안 출생으로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가라앉는 마을’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화성문학상과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대상, 전태일문학상 등 다수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2회 받았고, 소설집으로 ‘탁란’(托卵)이 있다.
광남일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 성찰", 고선주 기자, 2021.6.21
링크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6242689913893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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