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푸른사상 2021 봄호(통권 35호)
153×224×15 mm|240쪽|13,000원|ISSN 2092-8416 | 2021.3.20.
■ 도서 소개
‘김수영 시인 탄생 100년’을 특집으로 기획한 『푸른사상』 2021년 봄호(통권 35호)가 간행되었다. 김현경 여사(김수영 시인 부인)는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자유를 위해 ‘온몸’의 시학을 추구했던 김수영 시인의 시 세계와 생애를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김수영과 나’에서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시대를 관통하여 오늘날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김수영 시인을 생각하는 산문 7편을 실었다. 김준태 시인, 김명인 문학평론가, 노혜경 시인, 신좌섭 시인, 이명원 문학평론가, 이송우 시인, 임동확 시인 등이 집필했다. 신경림, 강현숙, 김옥숙, 변종태, 안상학, 원종태, 이주희, 이철 등의 신작 시도 『푸른사상』의 지면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특히 신경림 시인은 2018년 『창작과비평』(겨울호)에 작품을 발표한 이후 오랜만에 신작 시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김응교 교수의 ‘다시 만나는 김수영’, 강성위 교수의 ‘현대시 한역(漢譯)’도 연재되었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 일제에 맞선 독립투사를 기린 시 낭송대회를 미국에서 진행한 것을 유희주 시인이 정리한 기록도 주목된다. 독립운동가 기림 시는 전성희 교수가 영어로 번역했다. 해당 독립운동가와 참여 시인은 김상옥(조미희 시), 나철(백무산 시), 백정기(백남이 시), 신돌석(권혁소 시), 안경신(천수호 시), 안중근(정원도 시), 안창호(김창규 시), 여운형(권서각 시), 이상화(김명철 시), 이육사(김광렬 시), 주세죽(송경동 시), 최인걸(도종환 시) 등이다.
■ 목차
특집 | 김수영 100년
대담-김수영 시 읽기 (1)
김현경·맹문재
산문-김수영과 나
김준태 _ 그의 시는 ‘거대한 뿌리’였다
김명인 _ 끝나지 않은 혁명의 표상, 김수영
노혜경 _ 다시 시인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있었다
신좌섭 _ 자유에 섞여 있는 피의 냄새
이명원 _ 김수영의 비평적 태도
이송우 _ 실존이여, 배냇 걸음을 걷자
임동확 _ 풀은 더러 바람에 움직이지 않는 놈조차 있다
신작 시
신경림_ 꽃구경
강현숙_ 북회귀선
김봉철_ 새벽 청소부
김옥숙_ 그들의 마스크는 다르다
변종태_ 기타, 내 사랑
안상학_ 말똥굴레꽃
원종태_ 독수리의 부고
이기린_ 위문
이주희_ 칡꽃 잔칫날
이 철_ 즐거운 순례
기획 연재
김준태 _ 시 70년 오디세이(12회) 원효(元曉)의 ‘불이(不二)’와 현재성
김응교 _ 다시 만나는 김수영(13회) 세계문학과 김수영의 ‘히프레스 문학론’
강성위 _ 현대시 한역(漢譯)(7회)
신석정 조지훈 김승희 도종환
박종해 서정춘 오탁번 이대흠
독립운동가 기림 시 낭송대회
유희주 _ 잊혀진 독립투사들과 함께 은하계에 들다
김상옥(조미희 시) 나 철(백무산 시)
백정기(백남이 시) 신돌석(권혁소 시)
안경신(천수호 시) 안중근(정원도 시)
안창호(김창규 시) 여운형(권서각 시)
이상화(김명철 시) 이육사(김광렬 시)
주세죽(송경동 시) 최인걸(도종환 시)
■ 책 속으로
꽃구경
신경림
노숙자들이 모이는 걸 막기 위한 출입 금지선이
아파트 앞 공터 벤치에서 밤사이 제거되었다.
그걸 아직 모르는지 모두들 안 나오고,
폐지 손수레를 밀고 가던 늙은 부부만
잠시 돌 틈에서 얼굴을 내미는 풀들을 보고 섰다.
머지않아 꽃도 피겠네,
부부의 여윈 얼굴에 반짝 미소가 스치지만 어둡다.
다시 밀고 가는 손수레는
아직 남은 추위와 역병의 잔해가 실려 무겁다.
장마당을 지나면서 늙은 부부는 더 어깨가 쳐진다.
가게들이 아직도 문을 못 여네,
이윽고 손수레에는 아들 딸 걱정까지 실린다.
그 애들이 이 봄을 어이 나려나.
가난한 거리에 드리운 역병의 그늘은 아직 짙어.
이때 핸드폰이 울리고, 손녀의 통통 튀는 목소리.
할머니, 올핸 우리 꽃구경 가자. 문득
손수레가 가벼워진다.
세상의 작은 꿈들이 실리면서, 작은 손들이 밀면서.
김현경 일 년 중에 5월 달은 좋잖아요. 곡식들이 한창 자라구요. 마포 구수동의 집 뒤가 다 밭이었어요. 「풀」은 김 시인이 아주 기분이 좋아 쓴 것 같아요.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만족하는 인상을 보였어요. 처음 「풀」을 읽었을 때 풀이 요동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4·19 이후의 시들이 투쟁적이라면 「풀」은 정서적이잖아요. (「김수영 시 읽기」, 11쪽)
1950년대 초에 발발한 6·25전쟁과 전후 사회를 거치면서 형성된 한반도 특유의 ‘전쟁전후문학’과, 1960년대의 소위 4·19혁명을 통하여 형성된 ‘4·19혁명문학’은 김수영의 경우에 그의 시(문학과 삶의 모든 것)를 더욱 전위적, 실험적, 아방가르드적, 언어혁명적으로, 그리고 ‘불온’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시의 내적 형태와 외적 형태를 때로는 자유롭고 종횡무진하게 전개시켜나갔다. 그는 현실을 바꾸듯이 시를 바꾸려 했던 한국 현대시의 최초의 아웃사이더, 적어도 언어혁명의 필드에서 말할 때 그와 같은 몸부림을 정직하게 보여준 시인이었다. “어제 쓴 시는 오늘 써야 하는 시의 적이며… 오늘 쓴 시는 내일 써야 하는 시의 적이다”라는 게 그의 시였다. 그랬던 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바로 그다음 날, 1960년대 말엽 대학 1학년생으로 한국 시단에 나온 나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광주지역 신문에 조시 「김수영」을 투고하여 발표했다.
(김준태, 「김수영과 나」, 4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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