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소개
20세기는 사조의 시대였다. 종합예술, 총체예술의 사조는 세기말에 이르러 포스트모더니즘의 격랑 속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배태했던 큰 예술사조, 자연주의라거나 표현주의를 거쳐 부조리 연극, 제의극, 축제극 양식 등을 침몰시키며 해체이론, 크로스오버이론, 매체이론 등등 다양한 사조들이 양산되면서 세기말의 카오스 상태를 부추겼다. 예술사조가 한 시대를 구분 짓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21세기 역시 시작된 지 10년 만에 우리 문화예술계의 구호처럼 들리던 지식의 통섭론이 우리 시대의 통합예술론으로 슬며시 넘어가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엔가 다시 융․복합예술론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사조의 이름붙이기는 명명(命名)에 지나지 않고 본질적으로 바탕에 있는 근원적인 생명력은 원초적 에너지와 당대의 첨단지식의 결합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 증거를 극장 공동체가 쥐고 있다. 무대 위에서 창조되는 공연예술은 개인과 집단이 조화롭게 ‘오늘․이곳’의 생산체를 예술의 이름으로 만들어 내고 그 생산체가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조의 이름을 걸치고 지나간다. 그 뒤에 문화예술의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그 시대 사회의 의식과 시스템을 바꾸어가는 것이다. 그 생명체가 바로 몸이다. 몸이 곧 생명체이고 자연이고 본능이며 흙․대지이자 세계이며 우주이다. 따라서 몸을 통한 새로운 우주론(宇宙論, cosmology)이 새롭게 쓰여져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묶여있는 무용론은 바로 그런 안목에서 나온다. 원초적 제의 공간이라는 성역이 극장공간으로 탈바꿈되었기에 무대를 중심으로 하는 공연예술 전반을 종합예술, 총체예술, 그리고 이른바 통합예술, 융․복합예술이라는 사조 역시 이름만 다를 뿐 기본적인 틀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또 무용이란 한 예술가의 개성과 사회공동체의 집단 사이 역학관계, 그리고 원초의 에너지와 당대의 지식학술 같은 최첨단 과학과의 상생관계가 그 시대의 문화예술로 꽃피어나는 것이다. 결국 ‘말’이 중심이었던 시대는 가고 ‘몸’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안목을 바탕으로 하여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서 1부에서는 공연예술론 전반과 시평을 다루고 있으며 2부에서는 무용의 현장에서 바라본 각 현대무용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비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 추천의 말
새로운 장르의 형성과 예술양식의 분화 및 양식적 개성 강화가 공연예술사적으로 가장 강력히 요청되던 시기에 가장 컸던 예술적 충격은 첨단적인 통합장르양식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존 양식개념에 편입되지 않던 근원적 몸의 표현력이었다. 전 세기 7, 80년대 유럽 공연예술계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오도독스한 시학의 수렁, 곧 ‘말과 대사의 문학과 연극’을 제치고 개발과 발전의 단계에 있던 제3세계의 전통연희적 무용세계와 몸의 언어, 신체표현의 무한한 차원이 열림으로써 국제사회의 감정적·정서적 소통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른바 종합예술, 총체예술에 대한 회귀현상이 통섭이론을 거쳐 다원예술, 통합예술에 이르면 연행-퍼포먼스에 대한 시각이 원초적인 형태와 최첨단의 현대 과학적 형태,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이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양식들을 아우르는 것이라면 통합이나 다원, 융·복합예술이라는 것도 현대적인 당대, 동시대의 과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종합성·총체성과 맞닿게 된다. 자연히 융·복합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통합예술과 다를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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