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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아트코리아방송] 김혜영, <천사를 만나는 비밀>

by 푸른사상 2021. 1. 28.

 

김혜영 산문 '천사를 만나는 비밀' 출간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김혜영 시인의 산문집 『천사를 만나는 비밀』이 <푸른사상 산문선 36>으로 출간되었다. 마음을 갈고 닦아 정결한 세계를 꾸려나가는 수도자 여덟 명과의 인연을 담아낸 에세이들이다. 진리를 찾고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기 위해 수도자의 길을 선택한 그들의 삶에서 저자는 천사를 만나는 비밀을 발견한다.

이 책에서 천주교와 불교의 수도자들과의 만남을 소개한다. 우선 천주교에서는 가르멜 수녀원의 이인숙 말가리다 수녀님,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그리고 사회봉사를 해오신 임영식 수산나 수녀님의 삶을 조명한다. 한편 수녀원에서 환속했지만 내게 깊은 영향을 주었던 안나 수녀님의 이야기도 나온다. 불교에서는 숭산 큰스님, 미국인 무심 스님, 그리고 우담 스님과 나누었던 얘기들을 전한다. 마지막에는 불교와 현대미술을 전공한 희상 스님의 그림에 대한 비평을 수록한다.

보통 사람들처럼 여기에 수록된 수도자들 역시 여러 가지 장점을 지녔지만 약간의 단점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우리 모두는 미완성의 인생 수업에서 날마다 조금씩 행복해지는 연습을 한다.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지 이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드디어 묶게 되었다.
이 산문집의 제목처럼 천사를 만나는 비밀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천사의 사명을 띠고 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 아닐까. 때로는 사랑의 존재로 때로는 분노의 화신으로 서로의 영적 성장을 돕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은 너무 자비로워 가만히 바라만 보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때로는 황홀한 기쁨을 누리며 우리는 서로에게 빛을 나누는 존재이다.

작품속으로
수녀님의 취미는 꽃을 곱게 말려 카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수녀원 뜰에 핀 꽃과 풀을 뜯어 정성스레 말려 하얀 도화지에 올려놓고, 비닐을 붙여 만든 카드는 아름답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는 그 카드에 사연을 담아 보내주신다. 가끔 수녀원을 방문하면 수녀님은 작약, 치자꽃, 매화 등의 꽃을 꺾어 신문지에 싸서 주신다. 밭에서 기른 오이, 당근, 매실 등을 알뜰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참 정겹다. 늘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시는 수녀님은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우체국에 부쳐달라는 심부름을 종종 부탁하신다. 담백한 물빛처럼 살아가시는 수녀님의 맑은 모습에서 하얀 천사가 떠오른다.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평화가 되어주는 사람이 이인숙 수녀님이다.(39쪽)

미래 사회에는 강하면서 부드러운 사람이 폭넓은 신망을 얻을 것이다. 멋진 수도자의 모습도 그럴 것이다.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된 세계가 아니라 서로 스며들고 융합하는 시스템이 도래할 것이다. 신자들이 오면 손수 음식을 해 먹이거나 차를 타주는 수도자에게서 맑은 위로를 받는다. 현대인들은 거창한 설법이나 설교보다 삶 안에서 우러나는 따스한 배려에 목마르다.(123쪽)

김혜영은 1966년 호수를 닮은 바닷가 마을인 경남 고성의 배둔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진학한 뒤 수녀원 기숙사에서 안나 수녀를 만나 영세를 받았고, 세례명은 소화 데레사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수도자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나 존재의 근원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숭산 큰스님의 제자인 미국인 무심 스님을 만나 참선의 세계를 배웠다.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고백파 시의 창시자인 로버트 로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평론집으로 『메두사의 거울』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 산문집으로 『아나키스트의 애인』을 간행했다.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를 A Mirror Opens One Thousand Ears(i Universe, Printed in U.S.A. 2011), 『镜子打开千双耳朵』(옌벤대학교 출판부, 2011)로 번역 출간했으며, 시선집 『당신이라는 기호』를 『あなたという記号』(일본 칸칸보 출판사, 2012)로 번역 간행했다. 일본에서 간행되는 『Something』을 비롯해 여러 문예지에 작품들이 번역되어 조명되었다. 『시와 사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부산일보』에 칼럼을 쓰고 있다. 애지문학상을 수상했고, 부산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아트코리아방송, "김혜영 산문 '천사를 만나는 비밀' 출간", 김한정 기자, 2021.1.27

링크 : www.artkoreatv.com/news/articleView.html?idxno=7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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