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푸른사상 2020 겨울호(통권 34호)
153×224×15 mm|248쪽|13,000원|ISSN 2092-8416 | 2020.12.15.
■ 도서 소개
‘사북항쟁 40년’을 특집으로 한 『푸른사상』 2020년 겨울호(통권 34호)가 간행되었다. 문예지 특집으로는 처음 기획했다. 사북항쟁은 1980년 신군부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상황에서 동원탄좌의 광부들이 어용노조와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항해 일어났다. 항쟁의 주역들과 나눈 대담은 그날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증언해주고 있다. 광부들의 삶과 광산촌을 노래한 22편의 시작품과 작품들을 고찰한 정연수 시인의 글은 사북항쟁의 의미를 다시금 인식시킨다. 이번 호에서는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유국환 시인과 이상인 동시인의 작품과 당선 소감도 만나볼 수 있다. 11명의 신작 시와 3명의 산문도 『푸른사상』의 지면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김응교 교수의 ‘다시 만나는 김수영’, 강성위 교수의 ‘현대시 한역(漢譯)’도 연재되었다. 김종숙 시인은 민족문학연구회 창립 1주년 행사를 기록했다.
■ 목차
특집 | 사북항쟁 40주년
대담 이원갑·신경·윤병천·최돈혁·강기희 _ 우리는 여전히 폭도다!
사북항쟁 문학
사북항쟁 시 _ 고형렬, 김선환, 김영희, 김이하, 김진광, 김태수,
맹문재, 서승현, 서안나, 성희직, 이기애, 이상국,
이원규, 이청리, 정대구, 정송환, 정연수, 정영주,
정일남, 정환구, 최승익, 최승호
정연수 _ 사북항쟁 40년, 탄광시의 양상과 의의
신작 시
김용아 _ 하송리 두물머리에서
박석준 _ 10월, 산책로
서정춘 _ 들림, 세월호에서 죽은 어떤 소녀……
신준수 _ 장수풍뎅이
오미옥 _ 통점
이기헌 _ 들꽃
이명윤 _ 문득 정동진
정대호 _ 연인
조규남_ 이모네의 시간
조성국 _ 광주 염주 마을의 당산 팽나무
조성웅 _ 오늘부터 다르게 살 거야
산문
김현경 _ 수영과 나
문 영 _ 열하기행에서 쓴 편지
박종희 _ 육개장을 먹는 시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시 유국환 _ 진달래 외
당선 소감 및 심사평
동시 이상인 _ 개구리참외 외
당선 소감 및 심사평
기획 연재
김준태 _ 시 70년 오디세이(11회) 인도문학 불멸의 대서사시 『라마야나』
김응교 _ 다시 만나는 김수영(12회) 김수영과 함석헌의 혁명론
강성위 _ 현대시 한역(漢譯)(6회)
민족문학연구회 1주년
김종숙 _ 민족문학연구회 창립 1주년 행사 기록
■ 책 속으로
1980년 4월 21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소재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광부들이 떨쳐 일어났다.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광부만도 4천 명이 넘었으며,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하나의 도시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대규모 회사였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전국에서 몰려든 사내들로 인해 사북 거리는 활기가 넘쳤고, 입사하는 순간 고생 끝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동원탄좌는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취직한 동원탄좌였지만 광부들의 생활은 열악했다. 광부들은 숱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막장을 지켰으나 회사와 결탁한 노조는 광부들의 복지나 후생은 외면했다. 참다못한 광부들이 사북 거리로 몰려나왔으니 그것이 이른바 ‘사북사태’요, 거리로 나온 광부들은 ‘폭도’란 이름으로 살았다. 그날 공권력은 산을 넘어 도망쳤고, 그날 이후 나흘 동안 사북은 광부들의 세상이 되었다. 당시 항쟁의 주역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사북’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북항쟁 40주년 대담, 10~11쪽)
광업소와 탄광촌 사회에서는 채탄부, 굴진부, 운반부, 선탄부, 측량공, 기계공, 전기공, 사무직 등 숱한 보직 중에서도 오직 채탄부와 굴진부만을 광부라고 불렀다. 탄광노동자들도 진짜 노동자가 무엇인지 안 셈이랄까.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사무직에서부터 공무원까지, 심지어 교사나 교수까지 나서서 노동자라고 내세운다. 사무노동과 지식노동자의 출현을 탓할 것이야 없겠지만, 그들이 내세운 ‘노동’이라는 동일 어휘 속에 ‘진짜 노동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세상이 좋아졌다는 지금도 여전히 절망하는 무기직, 비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아르바이트직 등의 ‘진짜 노동자’는 대사회적 연대의 목소리조차 희미하다. 갈 곳이 없는 실직자의 삶은 또 어떻고! 지식노동자·귀족노동자의 등장으로 진짜 노동자가 길을 잃은 시대, 어용노조 타도를 외치던 4월 사북항쟁은 4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북항쟁 문학, 75~76쪽)
■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중에서
진달래
유국환
누렇게 누운 고목 위로
원미산 언덕 진달래가 사태졌다.
해진 주머니 몇 푼짜리 지폐 없이
오랜 세월 토닥여준 햇볕만으로
저들끼리 기대고 뿌리내려 광장을 이룬 것이다.
간밤 꿈에는
멸치 같은 사람들이 마른 껍질 풀풀 날리며
먹거리 찾아 헤매다가 저들끼리 모여 코뮌인가를 만들더니
오늘 아침 진달래 동산은
지천으로 모인 꽃잎들이 온산을 불태우는 것이다.
산 아래 무더기로 쌓인 허수 핫바지마저 불태우는 것이다.
닁큼 버리고 오길 잘했다.
시퍼런 칼날로 날아드는 청구서 쪽지들 다 찢고
고독의 물로 채워진 모니터를 깨버리고
가르랑가르랑 싯누런 가래마저 뱉어버리고
모진 겨울 이겨낸 바람에 뺨을 비비며
원미산 오르기 참 잘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말라빠진 사순절 측백나무를 불태우고
불손한 이들의 이마에 재를 바르고
다가올 오월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작 중에서
개구리참외
이상인
해거름에 엄마가 사 오신
개구리참외 몇 개
쟁반에서 곧 뛰어오를 듯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
눈도 코도 다리도
온데간데없이 몸 안에 숨긴
덩치 큰 개구리들
강으로 들로 뛰어나가
개굴개굴 맘껏 노래하고 싶어
기회를 엿보고 있나 보다.
그 마음이 못내 안쓰러워
칼을 드시는 엄마에게
다음에 먹자고 했다.
아빠 오시면 먹자고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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