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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심영의 소설, <오늘의 기분>

by 푸른사상 2020. 10. 29.

분류--문학(소설)

 

오늘의 기분

 

심영의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29|146×210×14 mm|280쪽

16,000원|ISBN 979-11-308-1711-8 03810 | 2020.10.27.

 

■ 도서 소개

 

폭력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책임 윤리

 

심영의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의 장편소설 오늘의 기분<푸른사상 소설선 29>로 간행되었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부조리, 일명 지식인들의 속물적 욕망, 그것으로 인해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소외되고 상처를 입는다.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구조적 모순에 빠진 대학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책임 윤리와 공동체 윤리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 작가 소개

 

심영의

소설가 겸 평론가.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집으로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2014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연구서로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현대문학의 이해』 『작가의 내면, 작품의 틈새』 『텍스트의 안과 밖』 『5·18과 문학적 파편들』 『소설에 대하여』 『한국문학과 그 주체, 평론집으로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2019년 서울문화재단 예술가지원사업 선정) 등이 있다. 조선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전남대학교 국문과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E-mailsyeui@hanmail.net)

 

 

■ 목차

 

작가의 말

 

prologue

1_ 숨겨지지 않는 내 안의 바깥

2_ 깊이 모를 망각의 바다에

3_ 봄날의 진눈깨비처럼

4_ 강은 흘러가버리는 걸까, 흘려보내는 걸까

5_ 누군가 빠져나갔다

6_ 지킬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7_ 사소한 슬픔

8_ 오늘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할까

9_ 낯선 이의 이름을 호명하며

10_ 얼마든지 숨길 수도 있는 마음

11_너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고

12_ 누군가 내 안을 엿보고

13_ 먼 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것처럼

14_ 똑똑, 당신은 나를 두드리죠

15_ 더는 나빠질 것 없는 세월 너머로

16_ 부정한다고 그래, 사라진답니까

17_ 낯익은 이의 이름을 삭제하며

18_ 기적 없이 나는 잘 살고 있다

19_ 당신이 나를 부를 때

epilogue

 

 

■ 출판사 리뷰

 

취업을 미끼로 한 전임교수의 갑질과 착취 등 시간강사들이 처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강사법은, 역설적이게도 시간강사들을 대량해고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장편소설 오늘의 기분에서는 개정 강사법의 모순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전면화하였다. 나아가 5·18민주화운동에서 고통받은 한 개인의 문제와 사회적 폭력의 문제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향한 책임 윤리와 공동체 윤리를 역설한다.

작품 속에서 시간강사로 등장하는 이은주는 생전 그나마 가까이 지낸다고 여긴 동료 강사 김재영에게 논문 한 편을 남기고 자살한다. 대학이라는 지성과 학문의 공동체 안에서 학위논문 통과와 몇 시간짜리 강의를 위해, 여자 강사라는 이유로 끊임없는 성적 폭력에 노출되었던 그녀.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폭력적 구조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그녀의 죽음을 추적하는 김재영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겪으며 고통받은 한 개인이었으며,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으나 그곳에서도 소외된 이방인으로서 현실의 부조리와 폭력에 상처를 입고 있다. 우리 사회는 비주류 개인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폭력, 차별, 고통에 무감각하며 방관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포착하여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책임 윤리와 공동체 윤리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모색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무엇보다 마음으로 가까웠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몇 년 전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던 식사 때,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지 못했던 게 오랫동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무려나 이 소설을 읽는 나와 가깝거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 행여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소설이란 허구를 본질로 하는 다만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 작품 속으로

  

학위논문이 부실해서 심사가 지연되는 누군가가 있으면 다른 제자들을 동원해서 밤낮으로 부실한 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한편 심사위원이 떡이 되도록 술대접을 했다. 그런 자리에 나는 물론이고 과정 중에 있는 여제자들도 불려나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동원되었다. 동원된 제자들이 돌아갈 때 적지 않은 차비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아서 크게 불평하는 이도 드물었다. 오히려 꿀알바라고, 자조인지 푸념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 이도 없지 않았다.

그런 탓에,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분에게 행여 욕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주의하는 게 마땅한 일이라고, 그와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동네방네 모조리 까발려서 대체 네게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힐난했다. 나는 주눅 들었다. 그른 말이 아닌 것도 같았고, 동의하기 싫다는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으나 주변엔 모두 그를 감싸는 이밖에 없었다. 그를 비난하고 배척하는 것보다 그의 아주 약간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게 모두에게 유익하다면서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수컷들이란 다 그런 거라고, 너처럼 아직 젊고 예쁜 여자를 보면 어느 정도 발정기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그게 우리나라 남자들이라고도 했다. (53~54)

 

그가 내게 했던 말과 태도가 결코 용납되지 않았으나,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해하려고 했다. 달리 보면 그녀의 말이 전혀 그른 건 아니었으니까. 그녀가 전임교수라면 내가 그이에게 했듯이 문자로 내 의견을 먼저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내가 당신보다 스무 살 가까이 나이를 더 먹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그녀의 대꾸처럼 학교에서 강사들의 위계라는 게 군대나 뒷골목의 어깨들 조직 못지않았다. 과정을 먼저 시작하고, 학위를 먼저 받은 순서를 따라 발언권이 위계화되어 있었다. , 물로 그것은 당연하기는 했다. 나는 나이만 믿고 그 위계를 자주 무시하려 했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를 나중에야 알았다. 무엇이거나 일을 그르친 다음에야 알게 되는 것들, 그러나 이미 소용없는 것들의 목록에는 그런 것도 있었다.

아무튼 학교는, 학부와 석사와 박사를 일직선으로 한 이들을 골라 조교 자리도 주고, 연구원 자리도 주고, 박사후연구원 자리도 주고, 학술연구교수 자리도 주고, 연구원의 전임 자리도 주고, 다른 학교 전임으로 가는 데 필요한 경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상부상조하고들 살았다. 사람 사는 일이 마땅히 그래야 했다. 다만 나는 예외여서 씁쓸하기만 했다. 박사과정만 A학교에서 한 탓에 나는 그들의 선배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라니, 하찮은 수작을 내가 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나 같은 이방인이 제발 이제 그만 좀 사라져주기를 바랄 것이었다. 그래야 그들 몫의 강의시간이 몇 시간 더 생길 것이었다. (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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