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다시, 100병동
노은희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28|146×210×12 mm|200쪽
16,000원|ISBN 979-11-308-1710-1 03810 | 2020.10.20.
■ 도서 소개
부조리한 현실에서 찾아낸 진정한 삶의 희망
노은희의 장편소설 『다시, 100병동』이 <푸른사상 소설선 28>로 간행되었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내를 간병하며 절망에 빠져 있던 주인공 ‘나’는 마침내 다양한 죽음의 고통과 마주한다. 죽음에 무력하면서도 그 죽음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인간의 실존에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 작가 소개
노은희
서울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03년 근로예술제 소설 부문에 당선되고 능력중심사회구현 교육인적자원부 총리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세명일보』, 2019년 『시와시학』 신춘문예(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 『우아한 사생활』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있으며, 경기문화재단, 충북문화재단,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수혜받았다.
(E-mail:latte77@hanmail.net)
■ 목차
■ 책머리에
간병 살인
사라지지 않는 통증의 늪
죽어만 가던 뱀
외면
임종 체험
100병동에 입원
첫 콜을 받다
아내의 심부름
아내의 죽음
아내의 편지
버거운 비밀
병동 풍경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기
두 번째 이별
김 노인의 떠남
차마 죽지는 않는
차마, 떠나지 못하는
삶의 축소판 100병동
굴레
저물녘
소망의 기도
■ 작가 후기
■ 추천의 글 : 죽음에서 다시 삶을 배운다_ 조해진
이별하는 과정이 짐이 되지 않기를_ 조수경
■ 출판사 리뷰
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죽음이 다가올 것이다. 가족이든 지인이든 가까운 사람이 죽음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노은희의 장편소설 『다시, 100병동』은 죽음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죽음을 통해 삶을 깊이 숙고하게 하고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다.
최근, 간병에 지쳐 돌보던 이를 살해하는 간병 살인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전히 환자에게 묶여 간병인 자신의 삶을 돌보는 건 불가능해지는 간병이 살인 충동까지 일으키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본래 부드럽고 온화했던 아내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이 발병한 후 바람만 스쳐도 죽을 것만 같은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 아내를 돌봐야 하는 주인공 ‘나’는 절망감 속에서 아내의 죽음을 상상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한다. 마침내 닥쳐온 아내의 죽음과 그 이면의 비밀. 죄책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요양보호사가 되어 아내가 죽음을 맞이했던 병동으로 돌아온다. 다양한 죽음을 맞이하며 그는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치매에 걸린 부모, 장애를 가진 자녀, 투병 중인 배우자 등을 돌봐야 하는 일이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신체적인 피로, 그로 인한 절망감 속에서 투병하는 환자도, 그를 돌보는 보호자도 벼랑 끝에 몰린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한 점의 희망을 찾아 죽음을 성찰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추천의 글
죽음에서 다시 삶을 배운다
우리 중 대부분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우리가 아무리 한 사람의 부재에 깊이 애도해도 완벽한 절연 앞에서 어떤 슬픔도 이만하면 됐다는 충족을 줄 리 없다. 특히 노은희 소설 『다시, 100병동』의 ‘나’처럼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을 앓던 아내의 살인적인 고통과 남은 가족을 위한 그 선택된 죽음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더 이상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산목숨이니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비정한 말은 아무런 복구의 힘이 없고 신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요양보호사’가 되어 요양원의 다른 죽음들을 간호해주고 떠나보내는 일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는 소설 속 ‘나’라는 인물은 미덥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죽음에 무력하지만 동시에 그 죽음에서 다시 삶을 배운다는 희망을 일깨우기에, 진정한 애도는 남은 자들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임을…….
― 조해진(소설가)
이별하는 과정이 짐이 되지 않기를
‘죽음’이라는 공통된 결말이 정해져 있기에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이별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애도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무엇보다 좋은 삶을 사는 것만큼이나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삶의 모습이 다양한 것처럼 죽음이 찾아오는 형태 또한 다양하기에 누군가는 도무지 ‘좋은 죽음’을 맞이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화자의 아내가 그랬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의 아내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손길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응급실을 가야 할 만큼 격한 통증을 호소”하며 험한 말을 입에 담고,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사람으로 변했다. 해결되지 않는 고통 속에서 그녀는 급기야 죽음을 원하게 되고, 화자는 그런 아내를 보며 ‘편안하게 죽는 법’을 검색한다.
소설 속 얘기만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수발하다가,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장애인 자녀를 돌보다가…… 이유는 다르지만 ‘간병 살인’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생기지 않을 일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조수경(소설가)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는 절망을 희망으로 전환시키는 데 있다. 이는 나와 세계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소중한 가치라 하겠다. 노은희의 『다시, 100병동』은 현대의 부조리한 현실에서 절망적 인간이 희망적 인간으로 바뀌는 신화적 희열을 안겨준다. 주인공 ‘나’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내를 간병하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아내의 죽음을 상상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100병동”에 남아 다양한 죽음들의 고통과 마주하는 인간으로 재생된다. 절망의 돌을 굴리고 올라가는 시지푸스처럼 “가시덤불 같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고된 형벌에서 벗어나는 희망적 인간이 된 것이다. 이는 나와 세계의 부조리한 현실에서 진정한 삶의 신성을 획득하는 서사적 기쁨을 안겨준다.
― 김수복(시인)
■ 책머리에 중에서
작품을 쓰는 동안 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았습니다. 죽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삶을 떠올리며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간병 살인에 대해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는 애도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주어진 삶을 스스로의 것으로 오롯이 살아가기 힘든 간병인을 조명하면서 아팠지만, 의미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를 간병하는 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당신들의 얼굴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고생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가슴 아파하며 애도하는 모습 속에는, 미래 우리의 민낯이 담겨 있었습니다. 작가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지 않은 슬픔이었기에 기꺼이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뛰어들었습니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함께해준 귀한 인연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중략)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언장, 성경 필사, 탄원서, 비밀일지 등은 기록과 보존의 가치를 상기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부수적인 장치였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사업의 취지인 기록문화 가치 창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 작품 속으로
수시로 병원 응급실을 외쳐대는 아내에게 나는 조금만 더 참아보라는 말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무시무시한 통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향해 아내는 툭하면 죽어버리겠다며 날선 협박을 했다. 평소의 아내는 사분사분하고 상냥한 성격이었다. 친구들에게 아내를 소개하면 정말 여성스럽다고 감탄을 연발하며 나를 얼마나 치켜세워주었던가. 그런 다소곳한 아내의 모습이 좋아서 나는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아내와 더불어 외출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내는 한 마리의 사나운 짐승이 되어 밤낮없이 죽여달라고 자신을 살해해줄 것만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잠도 잘 수 없고 눈을 뜨고 있는 시간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고 표현할 수 없는 아내는 죽음만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여기는 듯했다. 정작 아내는 스스로 죽을 형편이 되지도 못했다. 난간에 올라서려면 주먹이라도 꼭 쥘 힘이 있어야 하는데 아내는 작고 가벼운 물건 하나도 움켜쥘 힘이 없다. 주먹을 쥐는 순간 자신이 준 압력에 아내는 또 데굴데굴 땅바닥을 굴러야 했다. 나의 도움 없이는 죽음조차도 꿈꿀 수 없는 아내가 가엾기보다 자꾸 짐스럽게 여겨진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알콩달콩 살자던 사랑의 달콤한 약속은 아내의 질병 앞에서 힘없이 소멸해버렸다.
(20~21쪽)
요즘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눈 딱 감고 죽고 싶다. 내 생활이라고는 누릴 수 없는 감옥 같은 집에서 조금의 차도도 없는 아내의 병수발을 들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음을 요청하는 아내 곁을 내가 죽어서 떠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톡톡 유리병을 두드리면 자신의 생존을 알리듯 생기 없는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던 어린 살모사가 생각났다. 녀석은 나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두었다가 이렇듯 하늘에서 나를 벌하고 있는가. 짐짓 차분한 음성으로 딸아이에게 답했다. 아빠 죽으면 네가 너무 서럽게 울 것 같아서 안 죽고 싶은걸~ 딸아이는 나를 향해 베시시 웃어주었다. 부녀 사이에 죽음이란 단어가 너무도 익숙해져버렸다. 우리는 프로그램의 순서대로 각자 조용한 방에 들어가 작은 초에 불을 켰다. 자신을 불태워 환한 빛을 남긴 양초는 고요하게 타들어 갔고 나는 언젠가 아내와 함께했던 캠프파이어가 떠올라 마음이 씁쓸해졌다.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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