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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우한용 소설, <악어>

by 푸른사상 2020. 10. 16.

분류--문학(소설)

 

악어

 

우한용 지음146×210×22 mm456

ISBN 979-11-308-1709-5 03810 | 18,0002020.10.15.

 

 

■ 도서 소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소설적 성찰

 

우한용 소설가의 장편소설 악어가 푸른사상사에서 간행되었다. 이 소설책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그것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 등 한국 사회의 곳곳에 내재한 폭력과 알바니아의 독재자 알리 파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교차시켜 독자들에게 21세기의 인류를 위협하는 폭력의 문제를 다시금 인식시킨다.

 

 

■ 작가 소개

 

우한용

소설가. 『월간문학 「고사목 지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단편집 『불바람』 『귀무덤』 『양들은 걸어서 하늘로 간다』 『멜랑꼴리아』 『초연기-파초의 사랑』 『호텔 몽골리아』 『붉은 열매』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한 나무, 중편집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장편소설 『생명의 노래 1, 2』 『시칠리아의 도마뱀』 『심복사등을, 시집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를 출간하였다.

 

 

■ 목차

 

작가의 말

 

서장 πρόλογος

1. 꽃샘추위

2. 아버지의 죽음

3. 개미굴

4. 아버지가 남긴 것

5. 미혼모

6. 무서운 어머니

7. 출발선

8. 대장간

9. 내력을 따라

10. 산악부대

11. 공부라는 것

12. 외할아버지

13. 웃자란 가지

14. 조국 알바니아

15. 라이선스

16. 자비심

17. 애 키우기

18. 술리오테스

19. 골절

20. 시인과 화가

21. 식인종

22. 친정아버지

23. 거세공포증

24. 톱카프 궁전

25. 가난한 자의 보석

26. 술탄의 그늘

27. 일탈

28. 처녀들의 무덤

29. 이스탄불

30. 두 시인

31. 테살로니키

32. 해 뜨는 날

33. 전쟁의 뿌리

34. 항전

35. 재회

36. 무지개

종장 επίλογος

 

평설 : 테러 없는 세상을 향한 꿈 _ 이경재

 

 

■ 출판사 리뷰

 

무장테러, 폭력 시위, 전쟁 난민… 지구촌 곳곳에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우한용의 장편소설 『악어』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짚어 테러와 폭력, 그것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성찰해낸 작품이다. 이 책은 서모시와 인이수, 그들의 가족사와 200년 전 알바니아의 독재자 알리 파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교차시키며 이 시대의 폭력 문제를 소설로 형상화한다.

서모시와 인이수는 고등학생 시절 아이를 갖게 되어 부모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가정을 이루고 아들 서보노를 낳는다. 부모의 간섭과 폭력에 노출된 어린 부부는 온전한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다. 대학에서 마주친 부조리와 성폭력 등 그들에게 주어진 부정적인 상황으로 서모시는 스스로 “거세당한 인간”이라 규정하기에 이른다. 온전한 주체가 되지 못한 서모시의 폭력 성향은 그대로 아들 서보노에게로 향한다. 부자 관계는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든다.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서모시의 가족사와 교차하여 알바니아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알리 파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 대대손손 복수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알리 파샤에게 그러한 가르침은 훗날 독재와 테러의 근본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스탄불의 술탄과 대립하여 알바니아, 그리스, 마케도니아 등 전체를 하나의 통치권으로 묶고 제국을 건설한다는 꿈을 꾸었지만, 결국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독재를 자행하다가 몰락하고 마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악어’는 이 세계의 폭력을 상징한다. 저자는 테러와 폭력이라는 인류사의 위협을 성찰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폭력을 싹틔우는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게 하고, 참된 인간성의 구현을 위한 대안을 고민하게 만든다.

 

 

■ 작품 세계

 

우한용의 『악어』는 바로 뉴스 전광판에서 펼쳐지는 문제, 즉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그것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을 학구적인 태도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세계사적 과제의 탐구와 관련해서 홀수 장의 서모시 부자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 내재된 폭력성의 문제를, 짝수 장의 알리 파샤 이야기는 테러를 낳는 독재(자)의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야기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절묘한 문학적 솜씨를 통해 한데 어우러지며 의미의 진폭을 크게 확장시킨다.(중략)

우한용의 악어는 근래에 보기 힘든 폭과 깊이를 지닌 장편소설이다. 테러라는 인류사적 위협을 가장 발본적인 지점에서부터 성찰하며 그 뿌리를 캐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직접성과 보편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금 한국의 현실과 200여 년 전 지중해를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치밀하게 직조해내었다. 그 빼어난 작가적 내공으로 인하여, 독자는 자연스럽게 폭력을 발아하는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와 참된 인간성의 구현을 위한 대안 등을 고민하게 된다. 나아가 악어는 맹목적인 핏줄과 복수의 논리에 입각한 공동체 지향의 문제점을 통하여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제국이 지닌 의의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한용의 악어를 통해 한국 소설은 비로소 세계사의 보편 맥락과도 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를 얻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경재(문학평론가 숭실대 교수)

  

 

■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원고를 마무리하고 책으로 내기 전, 나는 사뭇 긴장한다. 다시 한번 내 소설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가 책을 내는 것은 자신의 작업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원고를 읽어달라 부탁하려고 프린트본을 만들면서 보니 2012년에 초고를 완성한 걸로 기록되어 있다. 악어한 작품을 가지고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 오래 붙들고 있으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만나는 이들에게 악어이야기를 했다. 내 독자들의 기대를 잔뜩 부풀려놓은 셈인데, 그 기대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래 붙들고 있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닐 터. 다만 관심을 장시간 집중했다는 의미는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중략)

작품을 손질하면서 윤동주의 시 한 구절을 여러 차례 떠올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비단 시만 그럴 것인가. 나는 소설가의 슬픈 천명을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독자와 더불어, 내 소설이 쉽게 씌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야기해두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밥 딜런 편이다. 그의 <Blowing in the wind바람만 아는 답>은 인생의 역정을 이야기하는 중에 전쟁, 자연, 자성, 죽음 등 인생사 중요한 사항에 대한 물음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쓰는 소설은 삶에 대한 나의 물음들이다. 그 답은 다시 물음이 되어 바람 속에 선회한다.’ 다음 물음은 인간은 어떻게 성장하는가하는 것이 될 듯하다.

 

 

■ 책 속으로

  

남편 벨리가 추구하던 것은 알바니아 전체를 하나의 통치권으로 묶어서, 그 세력으로 이스탄불의 술탄과 한판 싸움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알바니아가 그리스와 이웃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등을 아울러 하나의 제국을 이루는 것이었다. 그 거대한 꿈이 염소 몇 마리를 양식으로 구하기 위해 산적 동네 놈들의 칼날에 잘려 나가고 만 것이었다. 그것은 남녀를 가릴 것이 아니라, 한코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소명과 같은 것이었다. 알리가 보기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부간이라기보다는 동지 사이였다.

말이다, 제국을 건설하는 마당에, 이 어미가 산적이면 어떻고 해적이면 또 어떻겠느냐. 하늘이 이를 허용할지는 모르겠다만, 너는 이 에미가 이어가려는 네 아버지 꿈을 저버리지 말아라. 내가 이 일을 이루지 못하면 너의 대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너는 이미 사람을 칼로 찔러본 놈이다. 한번 칼에 피를 묻힌 놈은 평생 피냄새 맡으면서 살아야 하는 게 이 나라 법도다. 너는 이미 네가 갈 길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다. 한눈팔지 말고 일로매진하기를 부탁한다.” (127)

 

 

나는 내 생애가 거세된 남자로 끝장이 날 것이라는 점을 예감으로 안다. 부모들은 나를 나로 키운 게 아니라 아버지의 그림자처럼, 그림자놀이 인형처럼 키운 게 사실이다. 가히 사육이다. 그렇게 사육당한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나는 거세당한 인간이다. 교황청은 처음부터 길이 멀어서 아득하고, 아이보리 타워는 이미 동록이 잔뜩 낀 장마당으로 변하고 있다. 거세된 인간의 앞길에 주단을 깔아줄 멍청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좋았다. 항용 하는 말이,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해라 하는 주문이었다. 그 주문에 충실하느라고 나는 나름의 공부를 했다. 주문은 주술의 언어다. 주문(呪文)이다. 무당의 말로 귓구멍에다가 들어부은 그것을 주문이라고 한다. 공부만 한 결과가 무엇인가? 공부는 일인데, 그게 다른 일을 못 하게 하는 마약과 같은 것이다. 실체는 없고 언어만 남은 내 생애를 위해 어떤 조사도 쓸 용기를 잃었다. 이런 나를 두고, 아마, 불쌍한 아버지는 편히 눈 감고 죽지도 못할 것이다. 내 아들은 나의 죽음을 편한 마음으로, 한 송이 조화를 바치면서 명복을 빌어줄 수 있을까.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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