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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매일신문] 서숙희, <먼 길을 돌아왔네>

by 푸른사상 2020. 9. 14.

[책CHECK] 먼 길을 돌아왔네/ 서숙희 지음 / 푸른사상 펴냄

경북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숙희 시인의 시조집이다. 그는 일상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사색의 깊이와 은유적 성취가 탁월하고, 감각적 언어로 진단해가는 자기모색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죽었다/무슨 징후나 예고도 없이/제 죽음을 제 몸에 선명히 기록해두고/정확히 세 시 삼십삼 분 이십이 초에 죽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죽음은 타살에 가깝다/오늘을 어제로만, 현재를 과거로만/미래를 만들 수 없는,/그 삶은 가혹했다// 날마다 같은 간격과 분량으로 살아온/심장이 없어 울 수도 없는 그의 이름은/벽시계,/뾰족한 바늘뿐인/금속성의 시시포스' -시조 '어떤 죽음'

이처럼 이번 시조집에서 지향하는 주제의식은 '시시포스의 역설'이다. 시시포스가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지 않고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기꺼이 수행하며 신들에게 맞서듯이, 시인 또한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삶의 동반자로 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부조리한 상황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도, 아픔도, 슬픔도, 인연도 신에게 의탁하지 않고 자기애로 품는다. 그리하여 작품은 고뇌와 근심의 얼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하의 세계에 갇혀 있다가 메마른 언덕을 넘어오는 봄과 같은 생기를 띠고 있다. 인간 소외가 지배하는 이 부조리의 세계에 굴복하지 않는 자기 실존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서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고, 1996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득한 중심', '손이 작은 그 여자', '그대 아니라도 꽃은 피어', 시조선집으로 '물의 이빨' 등이 있다. 백수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열린시학상, 경상북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14쪽, 9천원.

매일신문, "[책CHECK] 먼 길을 돌아왔네/ 서숙희 지음 / 푸른사상 펴냄", 최재수 기자, 2020.9.11

링크 : news.imaeil.com/Literature/2020090910345189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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