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의 신간 소개
▲히포가 말씀하시길/이근자 지음/푸른사상/295쪽/1만5천500원
소설가 이근자의 첫 번째 소설집 ‘히포가 말씀하시길’이 간행됐다. 다양한 가족 군상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굴곡을 다룬 가족서사이다. 통상 따뜻함, 포용으로 정의되는 가족의 의미와는 달리 가족의 중심축인 가부장제의 균열, 가족의 이기주의와 위선을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고민하도록 만든다. 가족도 결국은 혈연보다도 상상과 가상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이다.
급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빠 ‘히포’에게 신장을 이식하기 위한 검사를 받으러 가족들이 병원에 모인다. 그러나 신장을 떼어주기 싫어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위선적이며 이기주의로 팽배한 인간의 모습만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신장이식 이야기가 오가며 가족의 모습은 파편화되고, 허울뿐인 아버지의 모습과 실질적인 가부장이 어머니였음이 드러난다.
차에 치인 피투성이 노파를 외면한 여자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지하철과 달팽이’는 분열된 가족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 ‘거리두기’임을 잘 보여준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가족 사이에서도 거리를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족 밖으로 탈주하고 싶은 욕망을 나타내는 ‘옥시모론의 시계’, 입양 가족에 대한 이야기 ‘속불꽃’ 외 여섯 편의 작품에서 작가는 가족의 새로운 정의와 인물 간의 갈등을 정교한 문장과 치밀한 이야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갈등을 통해 과연 가족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따뜻하고 포용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가족의 의미와 달리 가부장제의 균열, 가족 이기주의, 가족 구성원의 위선 등을 보여주며 혈연 공동체보다도 가상 공동체로서의 가족 개념에 관심을 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은 소재를 넘어 갈등을 드러내는 주제의 중심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공간에서 다르게 변주되는 가족의 형태를 보면서 가족은 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가족의 정의를 다시 규정하도록 독자에게 요구한다.
대구일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의 신간 소개", 서충환 기자, 2020.04.01
링크 : http://www.idaegu.com/newsView/idg20200401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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