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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날렵한 펜촉 따라 꼭두쇠 ‘덕이’ 덩실 춤춘다

by 푸른사상 2013. 1. 18.

날렵한 펜촉 따라 꼭두쇠 ‘덕이’ 덩실 춤춘다
인천 작가 유시연, 남사당패 최초 여성 바우덕이 재구성


   
 
   
 
“신분의 제약을 뛰어넘어 예술혼을 발휘한 ‘바우덕이’의 이야기를 접한 순간 온몸에 전율이 스쳤습니다. 조선시대 규방 여인네들과는 다른,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간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작가로서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남사당패 여성 꼭두쇠인 ‘바우덕이(1848∼1870)’가 인천 작가 유시연의 장편소설 「바우덕이전」(푸른사상 출판)으로 되살아났다.
바우덕이는 여성으로 금기의 영역에 진입한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인으로 전해지는 인물. 당시 남겨진 짧은 기록에 따르면 일찍이 남사당패에 맡겨진 바우덕이는 15세가 되던 해 안성 남사당패의 우두머리가 되고 이후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1865년에는 경복궁 중건 공연으로 정3품에 해당하는 옥관자까지 하사받지만 그는 힘겨운 유랑생활에서 얻은 폐병으로 23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작가는 소설 「바우덕이전」을 통해 시대와 제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예술영역을 넘나들며 삶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한 바우덕이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 그녀를 회자하는 이들을 만나고 변변치 않은 기록을 뒤져 가며 그 행적을 쫓은 결과물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덕이’는 “그녀의 인생은 한마디로 세상과 ‘맞섦’”이라고 정의한 작가의 말처럼 부모에게서 버려져 광대가 된 태생적 한계, 수십 명에 이르는 남사당패를 책임져야 했던 부박한 현실, 비천한 삶 속에서도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했던 한 여성으로 독자와 조우한다. 여기서 작가는 평생 유랑의 세월을 보낸 덕이와 한평생 밀폐된 규방에 갇혀 살던 안방 부인들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를, 또 탐관오리의 등쌀에 산 속에 은거한 백성들과 왕이 되고 싶었던 왕초 등의 등장인물을 통해서는 사회 제약에 묶
   
 
인 민초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내게 있어 바우덕이는 약자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 준 진정한 시대의 연인”이라며 “바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과거의 한 인물이 현대를 살아가는 다른 이들에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의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그간 소설집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2008), 「오후 4시의 기억」(2011), 장편소설 「부용꽃 여름」(2010)을 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년에는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에 끌려간 공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기호일보 2012.12.18 /양수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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