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산문)
2악장에 관한 명상
조창환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26|147×217×17 mm|287쪽
16,000원|ISBN 979-11-308-1468-1 03810 | 2019.10.25
■ 도서 소개
문화예술 체험의 향연과 기록
조창환 시인의 산문집 『2악장에 관한 명상』이 <푸른사상 산문선 26>로 출간되었다. 이 산문집은 시인이 관람한 각종 음악회, 전시회, 연극, 영화, 무용발표회 등에 대한 소감을 적은 관객 일기이다. 시인이 쓴 관람 소감은 전문적인 비평보다도 섬세할 뿐만 아니라 예술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서 인접 장르의 예술적 표현 방식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저자 소개
조창환 曺敞煥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와 전북대학교를 거쳐 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86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래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볼링그린대학교,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대학교 및 체코 카를대학교에서 한국학 객원교수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1973년 『현대시학』 시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 『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눈썹』 『피보다 붉은 오후』 『수도원 가는 길』 『마네킹과 천사』 『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허공으로의 도약』 등이, 시선집으로 『신의 날』 『황금빛 재』 등이 있고, 학술서로 『한국시의 넓이와 깊이』 『이육사』 『한국현대시인론』 『한국 현대시의 분석과 전망』 , 여행 에세이집으로 『조창환 교수의 여행의 인문학』 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한국가톨릭문학상, 경기도문화상 등을 수상하였다.
■ 목차
■ 들어가면서
■ 프롤로그 - 2악장에 관한 명상
제1부 몽상가의 꿈
잔잔하면서 진솔하고 평이하면서 아름다운 시 - 영화 · <패터슨>
위대한 중세여성 힐데가르트 - 영화 · <위대한 계시>
몽상가의 꿈, 염소와 바이올린과 수탉과 천사 - 전시회 ·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
왜곡과 과장, 즉필(卽筆)과 즉흥(卽興) - 전시회 · <장승업 취화선 특별전>
예술가의 광기와 좌절, 망상과 우울감 - 영화 · <헤밍웨이 인 하바나>
진실과 위선, 유혹과 탈선의 이야기 - 오페라 · <코지 판 투테>
모범적이지만, 너무 연약한 - 클래식 · 프로코피예프, 라벨, 거슈인
무난하고 원만하고 편안한 춤 구경 - 발레 · 발레 스페셜 갈라
의미 없는 동작과 흔들림과 리듬 - 무용 · <스텝 업>
격정과 속도감, 창의적 연출 - 연극 · <줄리어스 시저>
긴장감과 열정의 복수극 - 연극 · <조씨고아>
기교적이면서 진지하고 경건하면서 평화로운 - 클래식 모차르트 · <C단조 미사(대미사)>
인간의 조건, 고통과 죄책감과 불안과 혐오감 - 연극 · <돼지우리>
장중하고 고아한 격조와 초월감 - 국악 · <영산회상>
수심과 한탄, 허무감과 원망의 정서 - 국악 · <서도소리>
소리꾼, 인물치레도 좋고 너름새도 일품인 - 판소리 · 김정민의 <흥보가>
마당놀이,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 마당놀이 · 국립극단의 연희무대
고뇌와 수난, 굴복인지 굴욕인지 - 무용 ·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추방>
백치처럼 순수했고, 백치라서 순수한 - 연극 · <백치>
태생적 춤꾼, 꾸밈없고 이쁘고 감각적인 - 무용 · 파울라 킨타나의 <잠재적인(latent)>
직선적 청결감과 명징한 운동감 - 무용 · 제임스 전의 <발레 정전(正典)>
고통의 강물, 과감하고 격렬하고 격정적인 - 연극 · <드리나강의 다리>
제2부 울림과 반향
신세대 감각, 헐렁한 복장의 스트리트 댄스 - 무용 · <비보이 픽션 ‘코드네임 815’>
철학적인 춤 - 무용 · 네덜란드댄스시어터
오락성의 연희무대 - 창극 · <변강쇠 점찍고 옹녀>
“책 보지 말고 소리를 들어요” - 판소리 · 김경호의 <적벽가>
볼레로, 감각과 광기와 에로티시즘과 - 무용 · <쓰리 볼레로>
선정적이고 감각적인 춤, 신선하고 파격적인 - 발레 · <마타하리>
섬세하고 유려하고 서정적인 - 클래식 ·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안드라스 쉬프, 샤를 뒤투아
드보르작, 슬로바키아, <신세계로부터> - 클래식 · 슬로박 필하모닉 ‘드보르작의 향연’
음악을 대하기를 귀부인 대하듯 - 클래식 · 비엔나 아카데믹 오케스트라 ‘리사운드 베토벤’
졸다가 깨다가 하품하다 - 연극 · <인형의 집>
싫어한다고 말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 -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리듬감과 자유로움과 추상성 - 무용 · <쓰리 스트라빈스키>
오르간 학예회 - 클래식 · <오르간 오딧세이>
사색적이며 종교적인 울림과 반향 - 클래식 · 다니엘 로스 <오르간 시리즈>
소란스럽고 과장되고 시끌벅적한 - 뮤지컬 · <마틸다>
부드러우면서 정확하고 유연하면서 섬세한 - 클래식 · 안네 소피 무터와 차이콥스키
로맨틱하고 강렬하고 울림이 깊은 - 재즈 · 웅산
연하고 부드럽고 단정한 - 클래식 ·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메시아>
형이상학적 행복감과 미학적 경탄 - 클래식 ·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맑고 향그럽고 정결한 - 클래식 ·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상상과 환상, 행복한 크리스마스 - 발레 · <호두까기 인형>
막힘없고 거침없고 절절한 소리 - 판소리 · 안숙선의 <심청가>
제3부 열정과 기쁨
감동도 아니고 실망도 아닌 - 클래식 ·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 신년음악회
풍자의 방식, 떠들고 웃기고 노래하고 춤추며 - 마당놀이 · <춘풍이 온다>
마크 로스코, 진지하고 열정적이며 철학적인 - 연극 · <레드>
파블로 네루다, 창극 속의 문학 - 신창극 · <시>
운명에 대한 진지한 탐구 - 연극 · <오이디푸스>
대취타, 연화춤, 학춤 - 국악 · <돈(豚)타령>
전통무용, 이 길로 가야 하나? - 한국무용 · <설·바람>
영화 속의 허구.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하나? - 영화 · <말모이>
열정만 아니라 기쁨을 지닌 음악가 - 영화 ·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잔잔하고 먹먹하고 따뜻한 감동 - 영화 · <시인할매>
너무 닮으면 독창성을 잃고, 닮지 않으면 터무니없다 - 전시회 · <치바이스와 대화>
우람하지만 장엄하지 않은 - 클래식 · <시벨리우스 스페셜>
침울하고 무거운 회색빛 화면 - 영화 · <로마>
“기도하는 사람은 죽이면 안 된다” - 연극 · <햄릿>
대담하고 웅장하면서 순수하고 격정적인 - 클래식 ·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견디기 힘든 시간 - 뮤지컬 · <파가니니>
품위와 용기, 휴머니티 - 영화 · <그린 북>
형이상학적 정화감 - 클래식 · 런던 필하모닉과 율리아 피셔
가족 환상과 인간의 유대감 - 연극 · <자기 앞의 생>
부패와 욕망, 허위와 위선, 가식과 조롱 - 연극 ·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화평함과 여유와 초월의 미감 - 국악 · <정악, 깊이 듣기>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춤 - 무용 · <시간의 나이>
제4부 쾌활한 서정
굵고 무겁고 깊은 목소리 - 재즈 · 토마스 크바스토프
큐비즘, 문명 지향적이며 과학 지향적인 - 전시회 · <피카소와 큐비즘>
반예술 개념, 창조 행위와 권위에 대한 부정과 조롱 - 전시회 · <마르셀 뒤샹전>
기교적 안정성과 사색적 깊이 - 클래식 · 제주도립오케스트라의 브람스와 베토벤
둥글고 따뜻하고 밀도 있는 연주 - 클래식 · KBS오케스트라의 멘델스존과 말러
음악을 요리하는 일과 음악을 따라가는 일 - 클래식 ·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시벨리우스와 브람스
가을 나무 그림자처럼 - 클래식 ·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슈만과 말러
흔들리는 심리, 동경과 불안과 질투와 집착 - 영화 · <나의 작은 시인에게>
창극과 경극, 두 장르의 화려한 결합 - 창극 · <패왕별희>
바다의 묘사와 쾌활한 서정 - 클래식 · 드뷔시, 크라, 슈베르트
근대 수묵화의 두 거장 - 전시회 · <한국화의 두 거장 청전, 소정전>
이국적이며, 환상적이며, 민속적이며, 즉흥적인 - 클래식 · 빌라-로보스, 하차투리안, 알베니즈, 그라나도스
교회음악을 세속음악처럼 - 클래식 · 스트라빈스키, <시편교향곡>
역사의 자취, 과거의 흔적 - 전시회 · <근대서화전>과 <오백나한전>
대중가요의 정도:정직하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 콘서트 · 이미자 노래 인생 60년
민족주의, 민중봉기 대작의 감상 - 오페라 · <윌리엄 텔>
정통 실내악의 전통과 무대 선정 - 클래식 · 보로딘 콰르텟
우주적 스케일:창조 이전의 카오스에서 신의 영역까지 - 클래식 · 말러 교향곡 제3번
고도:기다림의 반세기 - 연극 · <고도를 기다리며>
중력을 거스르는 육체의 묘기 - 마임 퍼포먼스 · <파우나>
웅혼하면서 고졸(古拙)한 혼의 흔적 - 전시회 · <관서악부>
한국을 빛낸 세계적 미술가들 - 전시회 · 문신미술관, 이성자미술관
우리 시대 최후의 권번 기생 - 한국무용 · <몌별 해어화>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에 모은 글들은 근래에 내가 관람한 각종 음악회, 전시회, 연극, 영화, 무용발표회 등에 대한 소감을 적은 것이다. 이런 종류의 개인적인 관객 일기를 굳이 책으로 엮어 다른 사람에게 읽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고 잊혀질 기억의 편린들을 정리해두는 일도 필요할 것 같아서 책으로 묶어두기로 한다. 이 글들은 전문적인 예술비평도 아니고 문화비평적 평설도 아니다. 한 사람의 순수한 딜레탕트로서 내 나름의 예술 감상에 대한 느낌을 정리한 것이다. 지성과 감성, 비평적 감별력과 아마추어적 취미 생활이 어우러진 우리 시대의 예술현장 답사기라 할 수 있다. (중략)
최근 몇 해 동안은 부지런히 각종 공연을 보러 다니는 일을 주로 하였다. 이 일은 단순히 남아도는 시간에 인생을 즐기는 교양인의 호사 취미는 아니었다.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인접 장르의 예술적 표현 방식에 관심이 있었고, 현대예술의 특성과 방향을 체험하고 전통미학의 계승과 재창조가 오늘의 우리 문화에서 이룩한 성과를 엿보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종 공연이나 전시회를 감상하는 일에서 내면적 행복감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 출판사 리뷰
조창환 시인의 산문집 『2악장에 관한 명상』은 작가가 2018년부터 2년간 관람한 각종 음악회, 전시회, 연극, 영화, 무용발표회 등의 문화예술에 대한 소감을 적은 관객일기다.
작가는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표현 방식에 관심을 두고 각종 공연과 전시회를 감상하는 일에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비보잉, 영화 같은 현대예술의 특성과 방향을 체험하고, 국악, 창극, 마당놀이, 판소리 등의 전통미학을 계승 · 재창조한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문화예술이 이룩한 성과를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오페라, 발레, 클래식, 뮤지컬 같은 서구의 공연예술 장르도 향유하였다.
아울러 문화예술을 즐기는 관객으로서 작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시하고 공연장의 분위기와 공연자의 연기력과 발성, 작품성 등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평가하였다. 더불어 작품을 감상하며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도 여과 없이 솔직하게 토로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현대예술과, 전통예술,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일종의 리뷰로써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견문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나아가 예술적 체험의 고귀함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예술체험 답사기이다.
■ 책 속으로
나는 음악을 전공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내가 편애하는 음악들에 대한 해석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딜레탕트로서 내가 느끼고 감상하는 음악들은 내게 깊은 감성적 울림을 주었다. 나는 악곡의 2악장 부분을 유독 좋아한다. 느리고 사색적이면서 평화와 여운을 강조하는 부분이 2악장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거나 격정적이지 않지만, 인간의 내면으로 깊이 가라앉아 혼의 부드러운 떨림을 가져다주는 길고 낮은 음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2악장은 1악장이나 3악장이나 4악장에 비하여 강인하거나 선명하지 않다. 악곡의 주제는 흔히 1악장 첫머리에 나오고 종결부에 가까운 부분은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위하여 격앙된 감정을 유도하는 예가 많다. 반면, 2악장은 느린 리듬에 실린 신비로운 애상감과 쓸쓸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고 휴식과 평온의 정서에 담긴 단아한 품격과 고상하고 깊은 인간적 사색의 궤적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2악장이라 해서 무조건 느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제3번의 2악장은 스케르초로 되어 있다. 피아노와 첼로의 대화에는 해학의 감정에 담긴 비애감이 스며 있다. 그것은 슬픔을 품은 기쁨의 감정에 유사하다. (중략)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러나 느리고 여유 있게 사는 일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느리고 빠른 것은 템포의 문제고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감정의 문제다. 느린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느린 것이 추할 수도 있다. 여유 있게 사는 일은 즐거울 수도 있지만 답답할 수도 있다. 느림의 미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느림의 질, 느림의 품격, 느림의 차원이 중요하다.
어떻게 사는 일이 질 좋은 느림을 실천하는 일일까? 어떻게 사는 일이 여유 있게 사는 일의 즐거움을 이루고, 고독 속에서의 행복을 만나는 일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토마스 머튼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예술가들의 고결함은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세상 위로 들어 높인다.”(토마스 머튼, 『칠층산』, 바오로딸, 2009, 32쪽)
연극이나 영화, 음악회나 무용발표회, 미술전시회 등을 잘 찾아다니며 감상하는 일도 질 좋은 느림을 실천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예술적 체험으로 우리가 세상에서 구원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예술적 체험의 순간 우리가 세상 위로 들어 올려질 수는 있을 것이다.
(「2악장에 관한 명상」, 20~25쪽)
우울하고 염세적인 스토리지만 전통 비극의 플롯과는 다른 이 연극의 내용은 2차 대전 중 소련군을 탈출해 41년간 돼지우리에 살았던 실제인물의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인간 존재의 존엄성이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힐 때, 더럽게라도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것이 이 연극이 관객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 그렇게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그 인간은, 또한, 자신을 경멸하고 혐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벨 역의 박완규와 아내 프라스코비야 역의 강지은은 대단한 연기자들이었다. 박완규의 연기는 파워 있고 절박하며 생명감이 있었다. 강지은의 연기 또한 캐릭터의 성격과 잘 어울려 시골 아낙네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두 사람의 연기는 호흡이 잘 맞아 정통 연극다운 격조를 구현하였다. 자칫 과장되거나 작위적이기 쉬운 인물 설정인데 이 두 배우의 연기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큰 무대를 꽉 채우는 열정과 에너지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대사 전달력이 뛰어났다. 간혹 무대 위에서 배우가 관객을 향하지 않고 얼굴을 돌려 말할 때 대사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그런 실수도 하지 않았다. 박완규는 전라 노출의 장면이 있었는데, 조금도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관객을 몰입시키는 배우의 열정이 땀과 숨소리와 언어적 절규로 표현될 뿐이었다. 눈에 거슬린 것 한 가지 ―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성호를 그을 때 위, 아래 다음에 오른쪽, 왼쪽 순서로 한다. 이 극에서처럼 위, 아래, 다음에 왼쪽, 오른쪽 순서로 긋는 것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호를 긋는 방식이다. 연출자와 배우들은 이런 사소한 동작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조건, 고통과 죄책감과 불안과 혐오감-<돼지우리>」, 6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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