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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간행도서

엄경희 평론집, <2000년대 시학의 천칭(天秤)>

by 푸른사상 2019. 10. 7.



분류--평론시 평론

 

2000년대 시학의 천칭(天秤)

엄경희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31160×230×26 mm(하드커버)416

32.000979-11-308-1460-5 93800 | 2019.9.30



■ 도서 소개


2000년대 시학으로 바라보는 시의 존재 이유

 

엄경희 평론가(숭실대 교수)의 평론집 2000년대 시학의 천칭(天秤)<푸른사상 평론선 31>로 출간되었다. 1980년대 태어난 시인들의 시적 상상의 좌표를 살펴보고, 현대 사회의 병폐를 고찰하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지, 문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등을 2000년대의 시작품을 통해 성찰하고 있다.

 

 

■ 저자 소개


엄경희 嚴景熙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5년 숭실대학교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조선일보신춘문예 평론 부문에서 매저키스트의 치욕과 환상최승자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다.

저서로는 빙벽의 언어』 『未堂木月의 시적 상상력』 『질주와 산책』 『현대시의 발견과 성찰』 『저녁과 아침 사이 가 있었다』 『숨은 꿈』 『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전통시학의 근대적 변용과 미적 경향』 『해석의 권리』 『현대시와 정념』 『은유』 『현대시와 추()의 미학등이 있다. 2014년 제3회 인산시조평론상을 수상하였다.



■ 목차


책머리에

 

11980년대산() 시인들의 상상 좌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상속자의 고민 속에서 태어난 상황시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

오크와 엘프의 속성을 패러디한 판타지적 상상력 송승언의 철과 오크

위태로운 무대김승일의 에듀케이션

과잉된 자기규정성의 언어들 이이체의 죽은 눈을 위한 송가

헌 방의 냉기를 데우는 인간적 정념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사담(私談)에 스며 있는 내부 폭력’, 그리고 운명과의 싸움 박성준의 몰아 쓴 일기

다섯 번 태어난 아이 성동혁의 6

구도(求道) 관념의 틀 유병록의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다시, 시란 무엇인가 김현의 글로리홀

활공하려는 서정의 시원함 황유원의 세상의 모든 최대화

1980년대산() 시인들의 상상 좌표에 대한 종합

 

 

2()의 미학은 골칫거리인가 흥미로운 진실인가

 

나는 왜추의 미학을 고민하는가?

무엇이 추의 미학인가?

감수성과 취향의 변화

추의 미학의 양극 우스꽝스러운 것과 악마적인 것

인간 본성과 추 폭력과 성의 문제

1980년대 이후 추의 미학의 추이

추의 유효성을 묻다

신경증을 앓는 일상의 내부

낯섦에 대한 우려와 기대 병맛만화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무거운 단상

 

 

3부 시의 다양한 여정들

 

세속의 비대함을 걸러낸가벼움의 철학 이수익 시인의 표정목소리

만 리 여정을 가는 맨발의 숨은 신() 이명수의 시 세계

의 산실(産室) 장옥관 시인의묵묵한 상상의 거처

뜨겁고 황홀한 외로움의 향기 김상미의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혹은 사유의 유격전 박찬일의 중앙SUNDAY서울 1

나는 미끄러진다, 고로 존재한다 김승기의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것과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담지된 그림자의 몸 이위발 시편에 대한 현상학적 읽기

배회자의 껄끄러운 시선 정병근의 멜랑콜리적 속성

허공에 맺힌 새의 환() 박완호의 너무 많은 당신

미결정 상태로 남은 난제들 하상만의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4자연선택을 위한 성찰적 시학

 

희미해지는 근원들

2000년대 시학의 천칭(天秤)

, 황홀의 방아쇠들

 

발표지 목록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1980년대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보급된 것을 시발점으로 2000년대에 이르면서 문화 지형이 격변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시인들이 2000년대 문단에 등단하여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는 전제하에, 이들의 시적 상상의 좌표를 읽는다는 것이 저자의 평론 방향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00년대 시집 10여 권을 선별하여 앞선 세대와의 차이를 밝혀내는 데 집중했다.

1부에서는 198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를 기점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시인들의 시집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시의 성향과 특징을 분석하였다. 그들의 관심을 이끈 시적 대상은 무엇인가, ‘맥락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어떤 정념과 감정에 몰입하였는가, 균형감은 유지하였는가라는 네 가지 물음을 통해 송승언의 철과 오크, 이이체의 죽은 눈을 위한 송가김승일의 에듀케이션, 김현의 글로리홀, 황유원의 세상의 모든 최대화등을 살펴보며 시적 지향성을 알아보았다. 그 가운데 1980년대에 태어난 시인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시의 문법을 찾고자 고민하였던 ()와 산만(散漫)의 미학’, ‘공포와 불안으로 축소된 정념에 대해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밝혔던 추의 미학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추의 미학이 지닌 본질과 우리 문화와 감수성의 변화에 대해 밝혔다. 기괴함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그로테스크를 현대예술의 중요한 요소로 선언하는 것에 이어서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추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3부에서는 2000년대 시의 다양한 여정을 살펴보며 격변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채로운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다. 시인들이 갖고 있는 개성적인 문체, 자유분방한 행동, 특유의 유머와 같이 시에 드러난 미학을 이수익, 이명수, 김상미, 박찬일 등의 시세계를 통해 탐구한 글이 실려 있다.

4부는 자연선택을 위한 성찰적 시학으로 2000년대 시학을 되돌아보며 동시대를 체험한 저자의 주관적 지향과 판단, 한국문학에 대한 애착과 욕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현대의 시학의 경향성, 시의 추세를 정리하며 냉혹한 현실에 의해 인간적인 유대의 감소로 시의 서정성과 낭만의 미학이 위축되었음을 말한다. 이에 우리의 시가 자연선택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병들어 있는 현실을 시를 통해 소생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보며 문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시가 지니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다.

 


■ 책머리 중에서   


순수와 참여, 서정의 깊은 울림, 전통에 대한 도전과 실험, 총체성과 통일성 등과 같은 어휘들이 포괄했던 현대시 100년의 흐름이 매우 이질적인 물살을 타고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2000년대 시학이 드러낸 현상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과도기적인 시기를 상징하는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것은 서서히 이루어진 변이와는 확연하게 다른 감수성과 언어운용 방식을 통해 우리 시의 판도를 흔들어놓은 일종의 해일처럼 느껴졌다. 거기에는 기존의 시인들이 견인해 왔던 상상의 거점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실천하는 이질적이고 생경한 새로운 인류의 모습이 언뜻언뜻 담겨 있는 듯도 했다.

신성함의 빛은 몰락한 듯했으며 근원으로서의 코라(chora)와 고향은 철저하게 거부되거나 부정되었다. 나는 모두가 홀로인 자들만이 각자의 삶 속에 표류한 채 어디론가 흘러가며 추문과 악몽과 우울증과 신경증을 토로하며 열정적으로 반()미학의 성곽을 축조하는 데 몰입하는, 그리고 것을 즐기는 낯선 광경을 되도록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애쓰며 이 글들을 썼다. 이들이 드러내는 것은 악마적 현실에 대한 저항인가, 지향인가, 몰개성을 드러내는 트렌드(trend)인가, 아니면 철학적 고뇌인가, 놀이인가, 회의감인가. 이처럼 불분명하고 모호한 판단의 경계가 나의 의식에 출몰했으며 그럴 때마다 문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혹은 지금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과연 진실 여부를 타진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곤혹스러움이 밀려오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대 시학은 당혹스러운 것이었으며 그 당혹스러움이 날 고통스럽게 했다. 성찰로서의 되돌아봄이 가능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비평집의 표제를 ‘2000년대 시학의 천칭이라고 붙인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책 속으로  


1980년대 태어난 시인들의 지향도 상당 부분 추의 미학 쪽으로 쏠려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들에게 추의 미학은 거부할 수 없는 유산이며 다시 가공해야 할 과제이다. 특히 그들과 가장 근접해 있는 선배들 즉 1970년대 태어난 시인들의 상상세계가 추에 대한 편향성을 강력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980년대산() 시인들은 선배들의 추의 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음과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상상력을 어떻게 구별 지을 것인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황인찬과 황유원이 보여준 미의 회복 욕구나 박준의 인간적 서정의 재생 욕구, 유병록의 관념성 등은 이러한 추의 미학과 거리두기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한편 추의 미학 쪽으로 상상력을 전개한 경우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선배들이 주로 해왔던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이미지의 누적 방식을 일정 부분 수용·지양하면서 맥락의 비통일성, 혹은 단절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앞선 세대의 방식을 대체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말해 산만성(散漫性)’으로 그들의 의식 세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산만의 미학은 맥락화를 방해하는 상상력의 장애를 형태화한다. (101~102)

 

경험적 현실의 추를 재현한 참여시나 민중시, 노동자시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현실에서 체험했던 추악함을 주요 제재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추의 미학과 무관하게 느껴지는 것은 시의 맥락을 이끌어가는 화자의 태도가 크게는 휴머니즘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험적 추를 시인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추함은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이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그곳에서 부당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 동일화된 연민의 서정을 드러낼 때 혹은 부당함에 대한 분노를 드러낼 때 독자는 화자가 발현하는 태도 즉 정신의 지향을 따라가게 됨으로써 추를 감각하기보다 시인의 정신적 고뇌를 읽게 된다. 이렇게 동일화를 유도하는 시편들은 독자의 비판의식을 고무시키지만 그들에게 추의 미학 특유의 역겨움을 선사하진 않는다. 속악한 현실을 재현한 리얼리즘 계열의 시가 경험적 추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추의 미학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화자의 준열하고도 비장한 비판적 목소리가 추한 대상을 포위하기 때문이다. (135)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이르는 존재론적 물음까지 다시 물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것들이 편리함과 역으로 불안함을 함께 몰고 온다면 그것을 만든 주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문학을 한마디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그것은 인간에 대한 탐구며 나아가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그것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성을 좋게 만들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야말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비인간화의 만연은 인간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며 부작용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행하는 역사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경탄스러운 편리함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자신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의식을 지닌 동물이다. 자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문학 또한 이와 같은 자의식이 추동해온 예술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바탕이 되지 않는 문학은 이미 문학의 본질과 멀어진 수사(修辭)적 장식이나 허언(虛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시대야말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이 행하는 문학적 활동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를 인문정신이라는 큰 틀에서 사유하는 자의식의 발동이 더욱 요청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37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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