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인문, 동양사상, 동양역사, 베트남
베트남 사상으로의 초대
김성범 지음|세계문화총서 6|153×224×19 mm|304쪽
23,000원|ISBN 979-11-308-1454-4 93150 | 2019.9.10
■ 도서 소개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 베트남 사유의 흐름을 따라
베트남의 사상을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더듬어보는 『베트남 사상으로의 초대』가 푸른사상의 <세계문화총서 6>으로 간행되었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구전설화로 전해지는 베트남의 독특한 사유의 기원으로부터 외세와의 투쟁으로 점철된 오랜 역사를 관통하여 면면히 이어지는 베트남 사상의 맥은 우리 자신을 되돌이켜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 목차
■ 책머리에:한국과 베트남 사상의 만남과 연대를 위하여
제1장 전해 오는 이야기들
1. 훙 임금, 나라를 세우다
2. 산의 신과 물의 신
3. 전쟁의 신, 타인지옹
4. 사랑의 신, 츠동뜨
5. 설날에 먹는 전통 떡, 반층
제2장 피와 눈물이 가득했던 북속 시기를 넘어
1. 미처우 공주와 쫑투이 왕자
2. 여성들이 먼저 독립투쟁에 나서다
3. 불모(佛母) 만느엉과 사법신
4. 독립으로 가는 길
5. 응오뀌엔과 바익당강의 승리
6. 딘 왕조, 호아르에 도읍하다
제3장 탕롱 하노이, 용이 오르다
1. 다이비엣의 기틀을 놓은 리 왕조
2. 몽골의 침략을 물리친 쩐 왕조
3. 베트남의 사유로 들어온 불교
4. 명의 식민 지배와 람선 의병의 봉기
5. 베트남의 사유로 들어온 유교
6. 레 왕조와 남북조 시대
제4장 프랑스의 식민 지배와 독립투쟁
1.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2. 독립을 향하여
3. 티엔단 운동
4. 브우선끼흐엉 운동
제5장 또 다른 시작
1. 베트남, 호치민
2. 하늘마을에서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거대하게 소용돌이치는 중화라는 문명의 언저리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간직해왔다는 점에서 베트남과 한국은 닮은꼴이다. 중국 주변의 여러 민족들이 그 문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동화되는 가운데에도 베트남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 민족의 사유를 간직하여 오늘날까지 보전했으며, 수천 년 동안 독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민족의 생존을 건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베트남이라는 타자에 대한 이해는 우리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는 시사점이 될 수도 있다. 신남방정책의 주요 선도국가인 베트남에 대한 연구는 통일과 경제와 같은 당면한 현실적 과제뿐 아니라 20세기 이후 외래사상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양국의 대응 양상을 비교하며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에도 중요하다.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서 베트남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글은 베트남의 사유를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베트남의 고유한 사유의 흐름과 가장 가까운 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선사시대의 오래된 사유, 즉 외래 사상이 유입되기 이전의 고유한 사상의 시기에서 시작하여 유불도 외래사상의 수용과 극복의 과정, 그리고 1954년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종식시킨 디엔비엔푸 전투까지의 사상의 흐름을 따라가며, 갈수록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 저자 소개
김성범
제주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충남대학교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근대사상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라일보 기자를 거쳐 베트남 하노이대학교에서 초빙교원을 지내고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에서 전임연구원을 지냈다. 지금은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 객원교수이자 통일철학연구회에서 연구와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야기 한글 한국』, 『한국 사상으로의 초대』(베트남어), 『동경대전 해제』(베트남어), 『한글 이야기』(베트남어), 『한국 이야기』(베트남어) 등과 공역으로 『고봉 기대승』(베트남어), 『율곡 이이』(베트남어), 『한국의 기독교』(베트남어)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베트남사상사』가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베트남의 고유한 사유를 듣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는 나의 근원과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해 동시에 깊게 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에 머물면서 우리 사유의 흐름에 대해 글로 정리하여 『한국 사상으로의 초대』를 출판했다. 그리고 『베트남 사상사』를 한국에 출판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이 두 성과를 이룬 토대 위에 비로소 쓸 수 있었다.
이 글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유의 흐름이 한 줄로 이어지도록 노력하면서 최대한 간결하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베트남에 대한 큰 흐름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베트남 사유를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베트남의 고유한 사유라고 생각되는 중요한 대목만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선택되지 못한 소중한 사유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한계는 현재 필자의 한계이기도 하다.
첫째는 전하는 이야기에 담긴 그들의 고유한 사유에 관해 들어볼 것이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사상적으로 베트남의 사유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선택했다. 학술적 접근보다는 사유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록과 구전을 가리지 않고 풀어냈다.
둘째는 1,000여 년이 넘는 북속 시기에 대한 이야기다. 기원전 179년 어우락국이 남비엣에 멸망하면서 군으로 전락하여 이후 938년까지 식민 통치를 받았다. 고유한 민족적 사유에 대한 고민들이 외래의 사상과 충돌하면서 제 뿌리를 떠올리던 시기였다.
셋째는 불교와 유교가 베트남 사유의 흐름으로 융섭되는 과정이다. 베트남의 고유한 사유의 흐름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 잘 엿볼 수 있다.
넷째는 이른바 근대 시기 프랑스의 침략에 맞서 싸우면서 베트남의 사유가 드러나는 양상을 살펴본다. 우리의 동학과 위정척사, 개화의 논의 등도 함께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호치민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다. 베트남 사유의 흐름에서 호치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고자 하였다.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를 승리로 장식하며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하는 정면까지 살펴본다.
(중략)
베트남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들 사유의 근원을 어렴풋이 느끼려 노력했다. 10여 년 그렇게 하노이에머물면서 틈을 내어 베트남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럴수록 베트남의 사유는 내게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너의 사유의 근원은 무엇이냐고. 사실 내가 정작 알고 싶었던 것은 우리 사유의 뿌리였다. 그래서 베트남에도 간 터였다. 남북으로 분단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일은 그 뿌리 가까이로 현실을 초월해서야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베트남의 사유를 고민하면서 찾는 일은, 더불어 나의 근원에 대한 사유와 깊은 사색을 요구했다.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에 머물면서 우리 사유의 흐름에 대해 글로 서툴게나마 정리할 수 있었다. 그 후에 베트남 사유의 흐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 책 속으로
건국신화는 주로 남성 신격에 의해 여성 신격이 흡수되거나 소멸된다. 하지만 이 건국신화에서는 여성 신격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북방과 남방이라는 공간이 산과 물이라는 상징과 겹쳐지면서 이야기의 무대를 이룬 것처럼, 어우꺼와 락롱도 산과 물을 상징한다. 이렇게 산과 물이 어우러진 이곳에 훙(雄) 임금의 삶의 터전이 마련된다. 그런데 락롱꿘은 물에 가서 살고 어우꺼는 산으로 가고자 한다. 둘이 만나 살던 터전이 서로에게 불편한 탓이기도 하며, 본래 고향이 그리운 탓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하나가 되었던 이들은 평화롭게 다시 둘로 나뉘어 가자는 논의를 한다. 하나가 되어 만든 100명의 아이들은 공평하게 둘로 나눈다. 완전함을 상징하는 100을 둘로 나누어 산과 물로 분리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 분리되는 것만은 또 아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만날 수 있음을, 소식을 전함을 약속한다. 그래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후손들이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언제든지 아버지를 부르고, 락롱꿘의 화답은 의무적이다.
우리가 베트남을 이해하는 데 먼저 이러한 사유부터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여러 관계에서 이러한 사유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런 사유가 낯설다.
서로 나누어지지만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며, 서로 하나가 되더라도 각자의 개별성이 사라져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누어 분리되는 방향과 모아서 합쳐지는 방향이 공존한다. 이를 이중성 혹은 양분·양합적 사유라고 말할 수 있다. (35쪽)
이 글에서 응웬짜이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영토와 문헌, 풍속과 역사 등이 등장하면서 북방의 나라와는 다른 독립된 민족으로서 다이비엣이 독립된 국가를 이루고 있음을 역설한다. 다이비엣은 독립된 문화를 지니고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국가다. 독자적인 영토, 문화, 풍속, 역사와 같은 것들은 독립된 국가로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독립된 국가로서 다이비엣이 역사적으로 존속되고 있다는 것을 엄밀하게 증명하는 이유는 명의 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싸우면서 강한 그들의 군대에도 맞서 싸우기 위해서이다. 명(明)은 자신들의 침략을 합리화하는 유학의 논리가 있었으므로 응웬짜이는 유학을 들면서도 다이비엣의 고유한 전통에 기반한 사상과 전략전술을 확립해야 했다. 근원을 자신의 것으로부터 삼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사상적 투쟁에서 모순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그는 명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참혹한 전쟁 상황에서도 다이비엣 인민들뿐만 아니라 명의 적들까지도 인의(仁義) 사상으로 포용하려 한다. 그의 인의 사상이 지닌 보편성을 이해할 수 있다. (204~205쪽)
나라의 운명과 왕조의 운명이 분리되자 민족의 독립독립과 발전을 위한 투쟁 노선은 무척 다양하고 자유롭게 제기되었다. 이 가운데 베트남 사유의 흐름에서 특별히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운동은 북부에서 일어난 티엔단 운동과 남부에서 일어난 브우선끼흐엉(寶山奇香) 운동이다. 이 운동은 특별한 사상을 제시하거나 실질적으로 적극 독립투쟁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베트남 사유의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특이성을 강하게 담고 있다. 지식인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인민들이 드디어 일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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