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인문, 여성, 여성사
이화형 교수의 기생 이야기 ❶
꽃이라 부르지 마라
이화형 지음|지식에세이 5|128×188×12.5 mm|204쪽 13,900원
ISBN 979-11-308-1451-3 03300 | 2019.8.13
■ 도서 소개
전통여성을 새롭게 계승하고
신여성의 탄생을 이끈 문화적 주체, 기생의 재발견
이화형 교수의 기생 이야기 첫 번째 책으로 『꽃이라 부르지 마라』가 푸른사상의 <지식에세이 5>로 간행되었다. 기생의 역사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기생에 대한 오해와 왜곡,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활약한 기생들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 목차
■ 책을 내면서
프롤로그
1. 기생의 신분은 천하다
2. 기생이 되고 싶다
3. 기생은 국가의 연예를 책임졌다
4. 기생은 사라지지 않고 번성해갔다
5. 기생 교육은 전문적이고 엄격했다
6. 기생의 몸치레와 노는 법은 다르다
7. 기생은 대중문화예술을 이끌었다
8. 기생은 정신적 순결을 중시했다
9. 기생의 사랑은 슬프다
10. 기생은 충효를 다했다
에필로그
■ 저자 소개
이화형(李和炯)
경희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이고 중국 중앙민족대학 초빙교수를 지낸 바 있다. 국문학에서 학문의 폭을 넓혀 한국문화 전반에 관한 연구를 해왔으며 한국문화시리즈 4권(『한국문화를 꿈꾸다』, 『한국문화를 논하다』, 『민중의 꿈』, 『민중의 현실』)을 비롯하여 50여 권의 저서가 있다. 특히 전통 여성부터 현대 여성에 이르기까지의 여성사를 통합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여성, 역사 속의 주체적인 삶』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기생 연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밥이나 얻어먹고 교육을 받지 않는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며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던 신여성이 등장하기 이전에 기생들은 이미 그러한 의식과 행동을 보여주었다. 기생들은 해방시기까지 교방, 장악원, 권번 등에서 전문적이고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신들의 공적 역할을 다하려 했다. 또한 가무를 비롯하여 시서화, 예절, 교양까지 철저히 익혀 예인으로 손색이 없는 엔터테이너로서 활약했던 기생들이야말로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연예인보다 고품격의 예술인이었다.
무엇보다 1920년대 신여성들이 ‘인간’임을 외치기 전에 기생들은 근대의 흐름과 더불어 ‘우리도 사람이라’는 새로운 자각 속에 『장한』이라는 잡지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근대의 신여성들이 마음만 깨끗하면 언제든 처녀일 수 있다며 ‘신정조론’을 주장하기 이전에 많은 기생들이 육체보다 정신적 순결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더욱이 신여성들이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을 위해 독립운동에의 기개를 보이기 이전에 기생들은 임병양란에서부터 해방시기까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였다. 기생들은 유교정신에 반하는 외적 사치에도 불구하고 나름 충효열의 이념을 실천했던 것이다.
■ 출판사 리뷰
천민 신분이었으나 사대부는 물론 왕족과도 대등하게 교류하며 국가의 공적 연예를 담당했던 고품격 예술인, 그것이 바로 기생이다. 그들은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악기, 가무, 시서화, 교양 등을 몸에 익혔다. 그리하여 전통문화예술 창조에 책임을 다했으며 근대에 이르러 기생들은 대중문화예술을 선도하는 주역이 되었다. 때로는 성적으로 남자들을 농락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자들에게 버림받기도 했으나, 예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임진 병자년에 국난 극복을 위해 헌신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비록 역사 속에 사라졌지만 기생은 전통여성을 계승하고 신여성의 출현을 이끈 문화적 주체였다. 이화형 교수의 『꽃이라 부르지 마라』는 한국 여성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기생이라는 집단을 선입견에서 벗어나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 책 속으로
원칙적으로 한국에서는 기생, 중국에서는 기녀, 일본에서는 유녀로 부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기생 관련 용어는 국가에 따라 다르고, 국가 안에서도 사용되는 명칭이 많은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妓)를 비롯하여 창기, 기창, 방기, 여기, 여악, 기생, 기녀 등 시대에 따라 또는 의미에 차이를 두고 다르게 사용되거나 또는 혼용되어왔다. 무엇보다 ‘해어화(解語花)’라는 용어가 눈에 띈다. 일찍이 당나라 현종은 양귀비(719∼756)와 연못을 거닐면서 아름다운 연꽃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가리키며 궁녀들에게 “연꽃의 아름다움도 어찌 이 해어화만 하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 조선의 연산군·광해군, 근대 역사학자 이능화가 이 ‘말을 알아듣는 꽃’(또는 ‘말하는 꽃’)이라는 뜻을 지닌 해어화라는 말을 기생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했다. 나는 조선시대에 등장하는 우리식 한자어 ‘기생(妓生)’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쓰고자 한다. 한자문화권에서는 기녀라는 용어를 두루 쓰는 데 비해 기생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쓴다고 할 수 있다. (24~25쪽)
기생들이 남긴 수준 높은 대중문화 예술장르는 한국 문화사에 확연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기생들은 교양과 지식을 갖춘 가운데 음악, 춤, 서화, 시가 등의 다양한 재능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왔다. 그리고 근대 이후에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변화된 공연환경에 따라 연극, 영화, 가요, 모델, 패션 등 대중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다. 1900년대 초부터 서울을 비롯하여 대도시에 생겨난 극장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극장은 공연예술을 창조하고 보급하는 서구적인 공간이다. 극장이 생겨나면서 종래의 기록 또는 문학 중심의 문화가 연극, 영화, 가요 등 공연문화의 시대로 바뀌어 갔다. 더욱이 주로 마당에서 공연되던 탈춤, 남사당놀이, 인형극 같은 장르는 쇠퇴하고 극장에서 공연하기에 적합한 판소리, 재담극, 창극 같은 장르가 번창했다. (133쪽)
더구나 잠시 왔다가 떠나가면 그만인, 믿을 수는 없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직업상 남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으므로 순진하게 다시 사랑을 하게 되고 슬픔은 이어졌던 것이다. 이처럼 기생들에겐 현실적 시선과 낭만적 감정의 교차가 두드러졌다. 한편 처음부터 굳게 믿고 사랑했으며 심지어는 신의를 갖고 정절을 바치고자 결심했건만 그 역시도 배신으로 인해 공허해지기 일쑤였다. 그녀들이 바라던 순수나 진실과 거리를 둔 채 남자들은 약속과 무관하게 안정된 생활을 찾아 출세의 방향으로 의연히 움직였다. 첩이 되어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유로이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지언정 사랑을 지킬 수 있는 힘은 부족했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사랑에 슬퍼했고 절망했다.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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