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모든 시냥
김자흔 지음|푸른사상 시선 101|128×205×10 mm|144쪽|9,000원
ISBN 979-11-308-1419-3 03810 | 2019.4.25.
■ 도서 소개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을 위해
김자흔 시인의 시집『피어라 모든 시냥』이 <푸른사상 시선 101>로 출간되었다.
‘고양이 시냥’인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에는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타고난 신비함과 도도함이 매력인 고양이는 한없이 보듬어지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학대받고 방치된 경우가 많다. 시인은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시집에 가득 담았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몽이
몽이 / 나는 누구이게요? / 과수원길 10-4 고양이는 / 유쾌한 똥꼬 / 웃는 눈썹달 / 아기 고양이 봄날을 놀다 / 고양이와 망초꽃 술래 / 일곱 빛깔 무지개 꽃 고양이 / 고양이와 동시다발 놀이 / 연둣빛 고양이 새 / 고 바람 / 그예 시 한 편 부탁 / 김담비 / 하롱하롱 봄날 / 어린 고양이와 폭설 사이
제2부 불손의 힘
불손의 힘 / 최고의 협상가 / 생각은 흐뭇한 배반이죠 / 현대판 신데렐라 고양이 / 블랙 망고 이야기 / 완벽하지만 또 완벽히 갈라져버린 / 고양이 하기 / 유쾌한 동거 / 매일매일의 블루 / 이건 너무나 고요한 일 / 고양이 같은 봄날엔 / 광지원의 지원이 / 고양이 명 / 그럴 수만 있다면 / 모종의 합의 / 그 이유를
제3부 명명
명명 / 고양이 연금술사 / 밤의 노래 / 보름달 밤의 방문객 / 『나보다 더 고양이』에서 하는 말 / 고양이를 위한 노래 / AB형 시인과 고양이 / 전령의 세레나데 / 고양이 이론 / 길 길냥 / 밤에만 노는 고양이들
제4부 고양이 자서
공손한 죽음 / 고양이 자서 / 한 마리 고양이가 우주의 핵심에 다가갔다 / 노란 울음 / 꿈 안의 막 / 한 경계 막 / 격정 / 너만 없는 일기 / 하얀 물음 / 전생에 빚진 고양이 / 비루한 인정 / 이사 날짜를 받아놓고 / 은별이의 좌충우돌기 / 고양이 안테나 통신 / 매일 아침의 간이식당
■ 작품 해설:고양이 여신과 위대한 어머니로서 시인 - 임동확
■ 저자 소개
김자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2004년『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고장 난 꿈』『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가 있으며, 2018년 숭의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고양이의 성격을 닮은 AB형 혈액형으로 스무 해째 고양이의 시냥으로 살고 있다.
■ 시인의 말
내 생애 첫 고양이 은별에게 모든 시냥을 올린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에겐 무한한 도도를 올린다.
■ 추천의 글
가는 고양이 잡지 않고 오는 고양이 막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열한 마리! 한 가정에서 품어 키우는 일이 예사가 아닐 테다. 대개는 인도어 고양이이지만, 더러 아웃백 고양이도 있는 듯한 시인의 집. 사람과 각 고양이들이 서로 양보하거나 양보하라 하고, 부대끼고 어우러지며 알콩달콩 사는구나. 시로 쓴 이 육묘 일지에 배어 있는 김자흔의 대범하면서도 섬세한 사랑의 방식은 고양이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리라.
— 황인숙(시인)
■ 작품 해설
보통 비만하고 느릿하며, 게으르고 졸린 듯한 표정의 대낮 고양이는 “어둠이 내리”면 “보석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세상에서/제일 어여쁜 고양이로 변신”(「현대판 신데렐라 고양이」)한다. 또 “밤의 수호자”로서 태양의 변용력을 나타내며 “달을 연상시키는 성스러운 눈”을 가진 고양이는 “부활과 영생을 부르는 신의 찬가”를 부르거나 “티베트 ‘사자의 서’처럼/비밀 의식”의 “주술”(「밤의 노래」)을 주관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제어할 수 없는 광기나 유령을 연상시키는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는, “정의의 도구이자 공포의 이미지, 행운을 상징하는 동시에 악마의 화신”(「고양이 이론」)으로 다가온다. 안을 보면서 바깥을 보는, 혹은 바깥을 보면서 안을 보는 이중성의 눈을 가진 게 고양이라는 동물이다.
그런 고양이는 대체로 주위를 예민하게 살피고, 그 대상을 제압하거나 얼어붙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또 갑작스레 달려가면서 겁먹은 표정을 짓는가 하면 몰래 숨어 있다가 인간을 놀라게도 한다. 그래서 중세인들은 마녀와 관련되어 있다며 대량 학살을 자행한 바 있다. 고양이는 대부분 감추어진 상태로 생활하며, 바로 그것이 고양이에 대한 신비감과 동시에 공포를 부른 까닭이다. 분명 명백하게 드러나 있으되 동시에 뭔가를 감추고 있는 미지의 동물이 고양이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자연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존재/또는 자연이 가장 탐을 내는 존재”이다. 특히 고양이는 “침묵하는 밤의 시간이 오면/사자(死者) 나라로 여행하는 식물신”이자 “밤의 수호신”이 된다. 타고난 연극배우의 페르소나를 가진 동물로서 그때마다 세련된 연극성(theatricality)을 보여주는 고양이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컬트(cult)의 사제이자 신으로서 “비밀 의식을 행하는 주술”사다. 의식적인 순결성의 코드를 준수하면서 “부활과 영생을 부르는 신의 찬가”「(밤의 노래」)로 자기 자신을 종교적으로 승화할 줄 아는 동물이 고양이다.
(중략)
김자흔 시인의 세 번째 시집『피어라 모든 시냥』은 거의 한 편도 빠짐없이 고양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제2시집『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를 해설한 고명철의 지적대로, 그동안의 한국 시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 동물에 집중된 이 ‘고양이 시편들’은 그녀의 시적 사유와 상상력의 모태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자흔의 시들은 결코 이런 고양이에 대한 한 개인의 감정과 체험의 토로나 나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고양이를 직접 돌보거나 기르는 데서 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하얀 물음」)의 발현이나 차마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비루한 인정”(「비루한 인정」)만이 아니다. 다양한 처지의 고양이에 대한 그녀의 신화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은, 약육강식을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시적 알레고리이자 반기다. 한 인간의 생명이 “짐짝처럼” “묶여 있”거나 “내팽개쳐져 피를 흘”리는 오늘의 세계 속에서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나 “이럴 순 없는 거”(「꿈 안의 막」)라고 외치기 위함이다.
결과적으로 김자흔 시인이 기꺼이 모든 고양이의 ‘위대한 어머니’를 자처한 것은 단지 한낱 한 시인의 소명 의식이나 숭고한 희생 정신이 아니다. 김자흔 시인의 고양이들을 통해 우리가 인간과 동물, 인간과 세계의 운명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전망의 세계를 엿보는 마당에 초대되어 있는 셈이랄까. 죽을 수 있는 인간의 운명과 더불어 우리들 삶의 터전인 땅과 하늘, 신적인 것 모두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위대한 어머니’로서 그녀의 고양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임동확(문학평론가, 한신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아기 고양이 봄날을 놀다
고양이는 나비
나비는 살구꽃잎
톡 야옹 톡 야옹
톡톡 야옹야옹 톡톡 야옹야옹
살구나무에 올라 나비 쫓던
아기 고양이
한 방 헛발질에
꽃가지가 아찔 흔들려
살구꽃잎 낙하
노랑나비 낙하
아기고양이 낙하
낙 하 하
낙 하 하
낙 하 하
고양이와 나비와 살구꽃잎이
빙그레 한 점으로 돌다가
부드럽게 웃음 착지
나른히 졸음 떠밀려오는
어느 봄날 오후의
명명
그들의 입은 ㅅ으로 돼 있다
ㅅ의 입은 좀체 말을 누설하지 않는다
ㅅ의 입으로 속임수를 쓰거나
ㅅ의 입으로 가시 돋친 말을 내뱉지 않는다
ㅅ의 입으로 해답을 요구한 적도 없고
ㅅ의 입으로 사건을 은폐한 적도 없다
ㅅ의 입은 모든 말을 초월해버린다
본질 근원 너머에서 오는 말의 오해
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신화까지도
그들은 전부 침묵으로 일관해버린다
꿈 안의 막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정말 이럴 순 없는 거잖아요
산목숨을 땅에 묻을 순 없는 거잖아요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닌 거잖아요
한번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는 이웃집 남자를 저지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 구덩이는 점점 더 깊어졌다
한 녀석은 짐짝처럼 사지가 묶여 있고
한 녀석은 내팽개쳐져 피를 흘렸다
저 몸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라며
이웃집 여자가 동정을 보냈다
달리는 트럭에 부딪쳤다지만
좀 전 그 집 아이와 올라올 때는
분명 명랑한 걸음이었다
이웃집 남자가 행동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다행히 생각을 고르는 것 같았다
마음이 놓였던지 저절로 눈이 떠졌다
울음은 계속해서 꿈 밖으로 터져 나왔다
캄캄한 도로에 누워 있는 고양이를 본
어젯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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