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
김경애 지음|여성학 총서 16|153×224×19 mm|400쪽|29,000원
ISBN 979-11-308-1411-7 93910 | 2019.2.28
■ 도서 소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원폭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
김경애의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이 푸른사상사 <여성학 총서 16>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한국 근현대 여성사에서 외면당해왔던 원폭 피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식민지 지배와 원폭 피해라는 이중고로부터 살아남은 이후 원폭 후유증, 가난, 가부장제로 인한 차별까지 겪어야 했던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 목차
■ 책머리에
서론 : 한국의 원폭 피해 여성들을 찾아
1. 들어가는 말
2. 한국의 원폭 피해자 드러내기
3. 선행연구에 나타난 원폭 피해 여성들
4.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거주 원폭 피해 여성에 대한 조사
5. 연구대상자의 범위와 일반적인 배경
제1장 일본에서 살아가기
1. 한국인들의 일본행
2. 일본에서 살아가기
3. 원폭 피해 여성들의 일본에서의 삶
제2장 원폭 투하로 인한 피해와 참상
1. 원자폭탄이 터지던 순간
2. 여성들의 피해
3. 사망한 가족
4. 부상당한 가족
5. 참상의 목격담
6. 생존과 치료
7. 귀향
제3장 계속되는 고통
1. 조국, 그러나 낯선 땅
2. 가난과 갈등 속에서 새 삶을 꾸리다
3. 쓰러져간 부모와 형제자매
제4장 결혼과 가족
1. 결혼
2. ‘수월한’ 남편/힘들게 한 남편
3. 6·25전쟁과 결혼생활
4. 원폭 피해와 결혼생활
5. 생계를 위해
6. 시집살이
제5장 침묵을 깨뜨리고
1.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2. 「피폭자 건강수첩」
제6장 삶을 돌아보며
1. 부모에 대한 애달픔
2. 자식에 대한 애달픔
3. 아프고 슬픈 나의 삶
4. 원자폭탄 투하의 책임과 일본
결론 :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1. “새처럼 날아다니다 죽고 싶다”
2. 원폭 피해 여성에 관한 연구의 의의
■ 부록
■ 후기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저자 소개
김경애(金慶愛)
이화여자대학교 신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서식스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개발학연구소((IDS))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및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전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저서로 『한국여성의 노동과 섹슈얼리티』(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근대 가부장제 사회의 균열』(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 출판사 리뷰
일제강점기, 외면 받아온 또 하나의 피해자, 원폭 피해 한국인들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일본이 항복하고 우리나라는 36년간의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나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강제징용, 징병, 일본군 위안부 등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는 국내외 많은 기관, 단체, 연구자들이 그 실체를 파헤치고 보상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와중에 외면당하고 방치되어온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 바로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이다. 징용이나 징병 등으로 끌려가거나, 일본의 경제적 수탈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일본행을 택하여 그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던 한국인들이 원폭 투하의 그날 그곳에 있었다. 난데없는 대재앙에 그들은 숙수무책이었고, 이후 일본의 차별과 위협을 피해서 그곳에서의 터전을 포기하고 귀국했으나 고국에서마저 원폭증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인해 무관심과 차별 속에 살았다.
일본, 미국, 한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그들의 고통
원폭의 폐허에서 일어선 일본은 해마다 추도식을 거행하고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아끼지 않았으나 한국인 피해자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직접 그들의 상처를 보듬은 것도 아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덕분에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인식 때문에 미국에 원폭 투하의 책임을 묻는 것은 금기시되었고, 자연히 원폭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묻혔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원폭 때문이라는 것도 모른 채 각종 후유증에 고통스러워하며 살았다. 뒤늦게나마 보상과 치료를 받기 위해 피해자들은 세상의 편견을 딛고 끈질긴 투쟁을 벌여야 했다.
여성이란 이유로 더욱 고통스러웠던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
특히 여성들은 원폭 피해자로서의 고통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더욱 가중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저자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고난의 삶에 함께 눈물 흘린다. 그들은 원폭과 전쟁에 따른 질병과 후유증 속에서 부상하거나 사망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거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임 노동에 시달렸다. 교육에서도 소외되었고, 난임이나 불임, 2세의 건강 문제까지 중복되어 남편과 시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야 했다.
평생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았던 이들은 이제 “새처럼 날아다니다 죽고 싶다”고 말한다.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은 우리나라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으나 지금까지 기록된 적 없던 원폭 피해 여성들의 삶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평화, 비폭력, 비핵의 세계를 위하여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의 해이다. 일제 치하에서 고난과 역경을 당했던 많은 이들은 이제 한 목소리로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대외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관련 논의가 계속되는 요즈음, 핵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참상을 다룬 이 책은 독자에게 많은 시사를 던져준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의 고통에 대한 보고서이다. 원자폭탄이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하지만 그 피해의 참상과 고통의 크기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 필자는 원폭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원폭 투하 당시 자신과 가족이 겪은 피해뿐만 아니라, 원폭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 나아가 해방 후 원폭 피해 여성 자신과 가족이 원폭증으로 인해 겪은 고통과 가난,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끝나지 않았던 고난을 기술하였다. 또한 결혼 후 엄혹한 가부장제 아래에서 많은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 더하여, 원폭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중되었던 고통을 기술하였다. (중략)
또한 이 책은 원폭 피해 여성들이 원폭 피해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했던 원인을 분석했고, 고통 속에서도 오랫동안 침묵을 깨고 나와 일본 정부로부터 치료와 보상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그들의 투쟁을 기술하였다. 더 나아가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폭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들의 피해의 책임을 미국과 일본에 묻고, 다시는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바람을 기술하였다. (중략)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일본 식민지 지배라는 비통한 민족의 역사적 체험을 가슴 깊이 새기지 않는다면, 또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삶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비명은 역사의 그늘 뒤로 사라지고 미국과 일본은 스스로 범한 죄를 계속 은폐해갈 것임이 분명하다. 고통 속에 살고 죽어간, 여성을 포함한 원폭 피해자들의 비극의 아픔을 나누는 것은 3·1절 100주년을 기념하고, 민족의 고난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하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핵무기의 가공할 만한 파괴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 (중략)
여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면서, 나는 그분들이 고통을 당하던 그 시점에 이분들을 더 일찍 알지 못한 것을 한탄하기도 하면서, 때로 인터뷰 도중에 같이 울었고, 인터뷰가 끝나고 난 후 할머니는 담담한데 나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특히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기록으로 읽으며 그들의 처절했던 삶에 홀로 울고 또 울었다. 이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지면을 빌려 일찍이 한국 원폭 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삶을 기록하였고, 또 이들을 지원하고 치료와 보상 운동을 전개한 일본과 한국의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책 속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징용과 같이 강제로, 또는 먼저 일본에 간 지역 출신자가 노동력을 유입하는 중개 역할을 하면서 젊은 남성들이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대부분 아버지가 먼저 일본에 가고 아버지가 다시 와서 데리고 가든지, 아니면 아버지를 찾아 나머지 가족이 일본으로 갔다. 미혼의 남성들은 고향으로 다시 와서 결혼을 하고 아내를 데리고 일본으로 가거나 이미 가족과 일본에서 살고 있던 여성(어머니)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지연과 혈연을 중심으로 이주가 이루어졌다. 원폭 피해 여성들 대부분은 그러한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외에 결혼이 필수였던 시대에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기 위해, 또는 가난한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자 어린 나이에 여성이 홀로 일본에 가기도 하였다. 강제로 또는 강요된 선택으로 일본, 특히 히로시마로 대거 이주하였고 이로 인해 원자폭탄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42~43쪽)
생존한 원폭 피해자들은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남편과 자식이 눈앞에서 죽는 것을 봐야 했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또한 목격했다. 형제자매와 가까운 친인척의 죽음을 목격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었다. 오재봉이 “다 몰살당한 사람도 많고 한데, 우리는 다 살아서 만난 거야”라고 하면서 언니가 다치기는 했으나 가족이 다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정도로(한국원폭피해자협회, 2011:521) 원자폭탄이 터진 부근에 살았던 한국 사람들의 가족 구성원 중에서 죽음을 당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116쪽)
대부분의 원폭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결혼해야 했다. 외롭고 힘들게 살았던 남편과 만나 사랑하고 서로 아끼면서 살기도 했으나, 남편의 외도, 가정폭력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횡포를 부리는 남편에 대해 항거할 수 없었고, 사회적인 낙인이 두렵고, 또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라 이혼은 피했다. 남편이 6·25전쟁에 나가 전사하거나 전장에서 얻은 병으로 사망하여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기도 했고, 또한 원폭 피해자인 남편이 원폭증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는데, 남편과 사별 이후에도 재혼은 일부종사의 윤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친정 가문의 수치가 될까 봐 생각도 하지 못했다. 초혼에 실패하고 재혼한 경우는 정식 부인이 되지 못하였고, 이 경우에도 가사노동은 물론 농사일과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어머니로서 자녀들에 대한 책임은 무엇보다도 앞섰고, 사별하거나 별거 중이거나 또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서 홀로 생계 유지에 나서야 했다. (234~244쪽)
'2019 간행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경호, <푸른 밤 붉은 수레> (0) | 2019.03.19 |
---|---|
정세훈, <공단 마을 아이들> (0) | 2019.03.12 |
케이트 쇼팽,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0) | 2019.03.04 |
김장수, <메테르니히:국익을 우선한 현실정치가> (0) | 2019.02.22 |
<2019 오늘의 좋은 동시> (0) | 2019.0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