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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간행도서

홍성운, <버릴까>

by 푸른사상 2019. 1. 2.




버릴까 

 

홍성운 지음푸른사상 시선 96128×205×8 mm1289,000

ISBN 979-11-308-1398-1 03810 | 2019.1.5



■ 도서 소개


소중한 일상사의 현장을 담아

 

홍성운 시인의 시조집 버릴까<푸른사상 시선 96>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사의 현장에서 만나는 사물이나 타인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마침내 자신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로 귀결한다는 것을 시조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버릴까는 소소하지만 소소하기에 더욱 소중한 일상의 삶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가는 시인의 태도가 여실한 시조집이다.


 

■ 시인 소개


홍성운

1959년 제주 애월 봉성에서 태어나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1995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시조집으로 숨은 꽃을 찾아서』 『오래된 숯가마,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시조집 상수리나무의 꿈, 시화집 마라도 쇠북소리등이 있다. 2000년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작가회의,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역류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시인의 말

 

1부 참았던 눈물주머니 이 봄날 터지겠느냐

/ 봄날, 서성이다 / 동백꽃 지다 / 괴불주머니 / 민들레 / 수목장 / 동촌 이용원 / 한계령에서 온 편지 / 겨울 천리향 / 그릇 / 망초꽃 / / 광대야 줄광대야! / 숲 속의 동굴 / 통일 피아노 / 4월 안개

 

2부 내 몸과 마음의 집

아버지의 중절모 / 어머니의 등불 / 아침 뜨락 / 양은 도시락 / 6월 인동꽃 / 내 맘속의 멀구슬나무 / 비양도 보말죽 / 시래기 / 가을 귀가 / 오죽(烏竹)의 시선 / 민달팽이 / 7월 자목련 / 칠허벅 / 착시의 길 / 제 딴엔

 

3부 누군들 여기에 와 사랑 얻지 못할까

아네모네 / 제비꽃 / 청보리 밭 / 편백나무 베개 / 한림카페 / 그루잠 / 실거리꽃 / 고란사 / 봄비 / 시맞이 / 부레옥잠 / 목신의 가을 / 동백꽃 봄날

 

4부 그런 시 어디 없을까

거기 / () / 그런 시 어디 없을까 / 버릴까 / 관탈섬 / 장마 / 입추 / 차마고도 / 풀도 아프다 / 가창오리 겨울나기

 

5부 변경의 난민인 듯 무국적 집시인 듯

꽃잔 건배 / 독도의 마음 / 사막, 길을 가다 / 인공지능에게 / 폐차의 장례 / 가을 끝이 보인다 / 겨울 한때 / 꽃의 변주 / 꽃들의 노동 / 망치 소리 / 철새에게 배운다

 

작품 해설소소하기에 더욱 소중한 일상사의 현장에서 - 장경렬

 


■ 시인의 말

 

매미 소리가 여름을 깊게 하듯

쓰르라미 한 마리가 가을을 끌고 오듯

 

자연과 인간

감각과 사유

넓이와 깊이

 

현재도 진행 중인 나의 시적 화두이다

 

한 편의 시가

광장의 불빛만 하다면

저 사막 카라반의 물병만 하다면

 

시는 아직 유효하다

 

거대한 인드라망의 그물코 구슬이거나

어느 오지 마을 우물의 마중물이거나

 


■ 작품 세계 

 

시집은 모두 다섯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눔의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나의 질문에 시인은 특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즉 특정한 편집 의도에 따른 구분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시를 두루 분산해놓되 독자가 한자리에서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시를 각각의 묶음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묶음의 작품만을 읽더라도 시인의 시세계에 대한 다층적인 이해가 이루어지기 바라는 시인의 바람을 감지할 수 있다. (중략)

이처럼 묶음마다에서 두드러진 경향이 짚이기는 하지만, 시인의 말대로 특정 경향의 작품이 어느 한 묶음에만 한정되어 수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묶음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경우, 무엇보다 홍성운 시인의 시세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일상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이나 사물 또는 생명체를 화두로 삼아 시도한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중략)

거듭 말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이나 사물 또는 생명체가 시인에게 예사롭지 않은 시 창작의 적극적 계기로 된 예들이 이번 시집 버릴까를 풍요롭게 수놓고 있다.

장경렬(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이 시집은 투명하고 서늘한 탈속의 경지를 보여준다. 시어들이 투명하면서도 단단하다. 중구난방의 사나운 언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언어의 과잉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 시인의 언어 절약의 시정신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멋들어진 음풍농월이면서, 거기에 민중 수난의 예리한 기억도 담겨 있다.

- 현기영(소설가)

 

시조는 시가 될 수 있지만, 시는 시조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995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조의 외연 확장과 형식의 자유로움을 추구해온 홍성운 시인에게 잘 어울리는 말일 듯하다.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현대시조의 나아갈 길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홍성운 시인은 민족 문학으로서의 시조의 위상과 위의를 높이려는 미래지향적인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시에서는 후미진 제주 오름에 숨어 있는 어두운 역사의 기억이, 어딘가로 떠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항구 저 멀리서 울려오는 무적(霧笛) 소리가 들린다. 그의 시는 모두 참았던 눈물주머니가 되어 우리의 헐벗은 몸과 마음을 떨리게 만든다.

- 허상문(영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창문을 도닥이는 달빛이 반가워 따라나서다 보니 길모퉁이 목롯집에 닿았다는 시인. 로맨티스트의 무구(無垢)한 시심 아닌가(). 수십 년 안주머니에서 체온과 호흡을 나누던 낡은 가죽지갑. 이 낡은 지갑을 버릴까 망설이는 건 지나온 시간과 지녀온 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마음이니 여기 은은한 격조(格調)가 있다(버릴까). 형 아우로 지내고 싶다는 인공지능에게 혹여 감성이 깨어난다면 글 같은 건 쓰지 말라고 당부하겠다니 따뜻한 습기(濕氣)가 번진다(인공지능에게). 미답의 감성을 넘보는 인공지능 시대에 무구한 시심과 격조와 습기를 지닌 로맨티스트 홍성운의 시심을 본다.

- 홍성란(문학박사·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 시집 속으로 

 

버릴까

 

이제 그만 버리세요오래전 아내의 말

 

수십 년 내 품에서 심박동에 공명했던

 

버팔로 가죽지갑을 오늘은 버릴까 봐

 

몇 번의 손질에도 보푸라기 실밥들

 

각지던 모퉁이는 이제 모두 둥글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를 많이 닮았다

 

그냥저냥 넣어뒀던 오래된 명함들과

 

아직까진 괜찮은 신용카드 내려놓으면

 

어쩌나, 깊숙이 앉은 울 엄니 부적 한 점

 

 

폐차의 장례

 

화북공단 고물상 앞에서 잠깐 머뭇대다

피겨 선수 사진에 시선이 꽂혔는데

폐차장 견인차 한 대

승용차를 끌고 간다

 

땅거미 내릴 때라 전조등 희번덕이고

유모차에 의지한 초로의 할머니 같은

내줄 것 다 내줘버려

뒤태 저리 쓸쓸할까

 

분명 저건 장례이다 상주도 조문객도 없다

티베트 고원에서 천장을 치르듯이

해체된 쇠들의 울음

한동안 귀 울리겠다

 

본래 온 곳으로 돌아간대도 슬프다

길마다 지문 찍던 긴 여정을 끝내고

내생에 한 몸 되기를

저들은 고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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