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이화형 지음|푸른사상 학술총서 44|153×224×19 mm|408쪽
30,000원|979-11-308-1385-1 93300 | 2018.11.17
■ 도서 소개
기생, 한국 여성사의 특별한 존재
억압 속에서 자유를 꿈꾼 예술인들
이화형 교수의 『기생』이 <푸른사상 학술총서 44>로 출간되었다. 『기생』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차별과 억압을 당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의 다양한 미덕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가능성을 찾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 저자 소개
이화형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이덕무의 문학 연구-존재론적 의미의 탐색』 『고전문학 연구의 새로움』 『아정 이덕무 시집』 『이제 다시 생각하고 좋은 글을 써야 할 때』 『한국문화의 이해』 『글쓰기의 새로운 지평』 『청장,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번역) 『한국문화의 힘, 휴머니즘』 『나아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하늘에다 베틀 놓고 별을 잡아 무늬 놓고』 『베이징일기-큰 숲에 큰 새가 있다』 『한국여성문화탐구-기녀와 신여성의 삶과 문학』 『뜻은 하늘에 몸은 땅에-세상에 맞서 살았던 멋진 여성들』 『보한집』(고전선집) 『한국문화를 꿈꾸다-인문과 예술』 『한국문화를 논하다-사회와 과학』 『보한집(완역)-수필·비평』 『민중의 꿈, 신앙과 예술』 『민중의 현실, 의례와 생활』 『여성, 역사 속의 주체적인 삶』 『주체적 삶, 전통여성』 『융합적 인재, 신사임당』『강직한 지식인, 인수대비』 등이 있다. 공저로 『국어국문학 연구의 새로운 모색』 『고전작가작품의 이해』 『국어국문학 연구의 오늘』 『여성문화의 새로운 시각』 『한국문학사의 전개과정과 문학담당층』 『한국근대여성의 일상문화』(9권) 『창의적 사고와 효과적 표현』 『고려조 한문학론』 『한국현대여성의 일상문화』(8권) 『교양필독서 100선』 『한국문화를 말하다』 등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기생이 되고 싶다
1. 들어가며
2. 기생의 뿌리는 하층민이다
3. 스스로 기생이 되었다
4. 기생은 국가적 연예를 위해 존재했다
5. 기생은 사라지지 않고 번성해갔다
6. 기생 교육은 전문적이고 엄격하였다
7. 기생의 복색과 언어와 행동은 다르다
8. 기생은 대중문화예술의 선구자다
9. 기생은 정신적 순결을 중시했다
10. 기생의 사랑은 슬프다
11. 기생은 충효정신도 투철했다
12. 나오며
제2부 풍류적 지성인, 황진이
1. 들어가며
2. 스스로 기생의 길을 선택하다
3. 소세양의 명성, 순수정신으로 꺾다
4. 벽계수의 권세, 도량으로 허물다
5. 이사종과 계약 동거, 사랑을 알게 되다
6. 이생과 동행, 자유를 만끽하다
7. 지족선사의 파계, 인간을 돌아보다
8. 서경덕의 인품, 존재의 이치를 밝혀주다
9. 송겸과 이언방을 만나 소리로 교감하다
10. 황진이, 인간세상 속에 묻히다
11. 황진이, 중국의 설도와 비견되다
12. 나오며
제3부 순수의 시인, 이매창
1. 들어가며
2. 숙명적으로 기생이 되다
3. 유희경과 사랑하다
4. 한양 객지에서 떠돌다
5. 허균과 우정을 나누다
6. 한준겸, 심광세, 권필 등과 시를 논하다
7. 기생이길 거부하다
8. 삶은 고난일 뿐이다
9. 자유를 갈구하다
10. 운명적 비애에 빠지다
11. 공원에 매화꽃잎이 날리다
12. 나오며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한국 여성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이화형 교수가 기생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녀들을 우리의 역사와 여성사, 사회사에 정당하게 자리 매김시키기 위해 쓴 책이다. ‘노래를 팔지언정 몸은 팔지 마라(賣唱不賣淫)’는 부제는 기생들이 가지고 있던 예술인으로서의 신념이자 긍지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했다.
여성사를 돌이켜보면, 밥이나 얻어먹고 교육을 받지 않는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며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던 신여성이 등장하기 이전에 기생은 이미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생들은 교방, 장악원, 권번 등에서 전문적이고 엄격한 교육을 받고 관청에 소속되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 예능인이었다. 가무를 비롯하여 시서화, 예절, 교양까지 철저히 익혀 예인으로 활약했던 기생들이야말로 오늘날의 연예인보다 품격이 높은 예술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신여성들이 ‘인간’임을 외치기 전에 주체적인 의식을 보여왔던 기생들은 근대의 흐름과 더불어 ‘우리도 사람’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장한』이라는 잡지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근대의 신여성들이 마음만 깨끗하면 언제든 처녀일 수 있다며 ‘신정조론’을 주장하기 이전에 많은 기생들이 육체보다 정신적 순결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더욱이 신여성들이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을 위해 독립운동에의 결기를 보이기 이전에 전통여성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은 기생들은 임병양란에서부터 해방시기까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였다. 많은 기생들은 유교정신에 반하는 외적 사치에도 불구하고 나름 유교적 충효열의 이념을 실천했던 여성들이다.
『기생』은 억압과 냉대 속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했던, 전통여성을 새롭게 계승하고 신여성의 등장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 주체로서의 기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책이다. 1부에서는 기생의 파란만장한 역사, 문화예술인으로서의 활약과 사회적 기여를 살펴보았고, 2부와 3부에서는 황진이와 이매창이라는 대표적인 기생의 굴곡진 삶과 위대한 성정을 스케치하였다.
■ 책머리 중에서
몇 년 전 예인(藝人)이라는 뜻을 지닌 게이샤〔藝者〕를 보기 위해 일본 교토를 찾아간 일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과거의 기생 문화가 오늘의 문화로 남아 있다는 게 참으로 부러웠다. 우리의 경우는 일제강점기까지 살아 있었던 기생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조선의 많은 기생들이 생계 수단으로 남자들의 유흥을 돕고 성을 제공했으며 일제 시기 창녀로 전락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으나, 국가의 연예를 책임지는 역사적 정당성을 갖고 존속했던 기생이 오늘날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애석한 일이다. (중략)
기생들은 여성이자 최하의 신분이라는 몇 겹의 억압 속에서 꿋꿋하게 한국의 문화예술을 창조해왔고 사회적 자아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했던 문화적 역사적 선두주자로서 대우받아 마땅하다. 이 책에서는 자아를 망각하지 않고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던 기생들의 삶을 새롭고 정확하게 밝히는 데 주력하였다.
■ 책 속으로
기생의 이미지에 대해 우리는 대동소이하게 두 가지 정도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신윤복(1758~?)의 <연소답청(年少踏靑, 젊은이들의 봄나들이)>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바와 같이 사대부를 걸리면서 기생 자신들은 말을 타고 가는 당당한 모습에서 풍기는 대로, 요사스럽고 화려하게 산 여성들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역시 신윤복의 그림에 등장하는 앳된 얼굴에 장죽을 물고 양반의 품에 안긴 무표정한 기생의 모습에서는 불우하고 천박했던 여성들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처연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 하겠다. 기생은 전근대사회의 신분제도에서 최하층에 자리한 이들이라는 신분적 멸시와 냉대, 일제강점기의 수난이라는 이중적 억압과 천대에서 벗어나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생에 대해 그와 같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그렇게 만든 상황과 제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 만일 우리가 권위적인 제도와 무비판적 추종 세력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더욱이 환경의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선택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기생들이 살아오면서 사회에 끼친 불미스러운 작태와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의 상당 부분은 그릇되고 완고한 제도와 온당치 못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였다.
(15쪽)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남자가 비록 가난하더라도 기생들이 자원해서 몸을 바치려” 『(조선해어화사』 25장) 했던 것을 보면 기생들이 물질적 노예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굶어 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죽으라”는 말처럼 진정한 농사꾼이라면 굶어 죽으면서도 종자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던 것과 같은 직업의식의 발로다. 또한 수령의 명을 거역하고 수청을 들지 않아 매 맞아 죽는 경우도 있을 만큼 기생 모두가 사대부들의 유희적 대상이 아니었다. 깨어 있는 기생들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의 갈 길을 정했다. 나아가 기생들은 사대부의 무책임과 부도덕성을 문제 삼거나 정치적 체통 손상의 계기로 만들기도 했다. 즉 일반 여성들과 달리 권력층과 매우 가까이 자리했던 기생들은 그들의 무능력과 허구성을 오히려 자신들의 강점으로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문화예술적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논어』 팔일편의 ‘즐기기는 하나 음탕하지는 않게 한다(樂而不淫)’는 말처럼 매창불매음(賣唱不賣淫), 즉, ‘노래를 팔지언정 몸을 팔지는 말라’는 것이 기생의 신조와 원칙이었다.
(46쪽)
이제 기생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해야 할 때다. 대개 기생들은 부모를 잘못 만나 불우한 길을 가야만 했던 가난하고 힘이 없는 부류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적 생존을 위해 세속적인 삶을 살기가 쉬웠다. 예능이 좋아서 스스로 선택했던 기생들조차 시간이 지나며 사대부들의 풍류적 상대를 넘어 성적 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종래 지니고 있던 예기로서의 자존심은 크게 훼손되고 창녀와 동일시되곤 했다.
하지만 많은 기생들은 성별 또는 신분별 제약을 초월하여 나름대로 인간적 자존감과 사회적 신뢰를 견지하려고 했다. ‘우리도 인간’이라는 자각과 함께 학습을 통해 타고난 재능을 연마했고, ‘덕이 있으면 외롭고 않다’는 품격 있는 정신으로 고되고 외로운 삶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다. 많은 기생들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유로운 생각과 더불어 온전한 사회의식으로 세상과 맞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려고 애썼다.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기생들을 주체적 존재로 인정하게 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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