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매혹의 문화, 유혹의 인간’ 출간
피아노 치는 국문학자의 ‘문화예술 이야기’
피아노 연주·유럽 미술관 투어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큰 관심
미술·영화평론·미술품 콜렉터
다양한 활동·지식 책에 담아내
초등학교 때 피아노 레슨을 받았는데 행복했다.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공부에도 재미가 붙어 대학 전공은 국문학으로 결정됐다. 피아노는 취미로 계속해서 치고 있고, 새로운 곡에 도전하고 싶으면 지금도 레슨을 받는다.
“20대 때가 인생에서 힘든 시기였고, 외로웠어요. 그때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이상하게 위안이 됐죠. 마치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아주 강렬했죠.”
대학 재학 시기 미술과도 인연을 맺었다. 재학 중 해외여행 자율화가 전격 시행되자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관광 코스로 들른 빈센트 반 고흐미술관에서 고흐 작품을 보고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미술의 어떤 매력에 매혹돼 눈물까지 흘리는지 알고 싶어졌고, 이후 입국해 미술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유럽 미술관 투어가 연중행사가 될 만큼 미술에 사로잡혔다.
“역사적인 장소나 유럽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미술관에서 느껴지는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미술이 얼마나 좋았으면 학생 신분으로 유럽 미술관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기까지 했겠어요?(웃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한 부분으로 문화예술을 호흡하는 국문학자 정해성이 ‘매혹의 문화, 유혹의 인간’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책에는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 우리를 매혹해온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평론과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태도가 담겨있다.
책 출간은 작가 심향 작품의 평론을 쓴 것이 계기가 됐다. 첫 미술평론이 좋은 반응을 얻어 이후 손파, 김완, 채성필 등의 작가들의 평론도 잇따라 쓰면서 미술전문가가 아닌 국문학자가 쓰는 미술평론에 본격 도전했다. 음악과 영화 등의 평론은 이전부터 조금씩 써왔다.
“미술을 좋아해서 해외 유명 미술관을 수없이 다니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콜렉팅 하기도 했지만 미술평론을 쓴 것은 처음이에요. 내가 콜렉션한 작품들이어서 작가들에게서 들은 작품 이야기와 내 감성평을 곁들여 평론을 적었는데 반응이 좋았죠.”
‘왜 다시 토지를 말하는가’, ‘장치와 치장-문학, 사회와 개인의 변주’ 등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지만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는 부산대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부산대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정해성의 문화예술 수준은 단순 취미를 넘어 덕후의 경지를 넘본다. 전문연주자에 도전하는 피아노 연주실력은 물론이고 청도에 공간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고 있다. 현재 미술품 콜렉팅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을 섭렵한 경험과 그동안 쌓아온 해박한 지식들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문학자가 쓰는 문화예술 평론의 결을 묻자 정해성이 “사회학, 철학,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접근한다. 국문학은 이미 종합예술이라 어느 정도의 바탕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문화예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데 방향성을 잡았어요. 내가 문화예술을 통해 행복을 누렸듯이 다른 사람들도 내 감상평을 읽고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 [대구신문]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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