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쪽|값 12,000원| 발행일:2017.2.15
■ 도서 소개
한국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이화형 교수의 『주체적 삶, 전통여성』이 푸른사상 <지식에세이 1>로 출간되었다. 흔히 남존여비의 유교적 사회에서 억압받아왔으리라는 일반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난,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갔던 전통사회 여성들의 모습을 교육, 성과 사랑, 일의 측면에서 조명했다.
■ 저자 소개
이화형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이며 중국 중앙민족대학 초빙교수를 지냈다. 경희대학교와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이덕무의 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 후 학문의 폭을 넓혀 한국문화 전반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문화 관련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화의 이해』 『청장,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 『한국문화의 힘, 휴머니즘』 『나아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하늘에다 베틀 놓고 별을 잡아 무늬놓고』 『베이징일기』 『한국여성문화 탐구』 『뜻은 하늘에 몸은 땅에―세상에 맞서 살았던 멋진 여성들』 『한국문화를 꿈꾸다』 『한국문화를 논하다』 『민중의 꿈, 신앙과 예술』 『민중의 현실, 의례와 생활』 『여성, 역사 속의 주체적인 삶』 등이 있다.
■ 도서 목차
∎책을 내면서
프롤로그
1. 여성교육의 자료
2. 여성교육의 내용
3. 처가살이와 반친영제 시행
4. 근친혼의 수용과 처첩제 반발
5. 이혼과 재혼의 허용
6. 불륜(간통)의 성행
7. 왕실 여성의 지위와 역할
8. 민간 여성의 위상과 역할
9. 정신적인 창조활동
10. 경제적 생산활동
에필로그
■ 출판사 리뷰
한국 사회의 성평등지수는 국제적 평가에서 아직 하위권이다(최근에는 그에 반박하는 의견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마음껏 활동하는 데에는 제약이 많고, 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관습과 문화이다. 전통사회에서 여성은 삼종지도, 칠거지악, 남존여비 등의 유교적 가치관에 억눌려 숨 죽이며 살아왔고 그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완고한 가부장적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건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부터다. 반만년에 달하는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가부장 문화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처가살이의 관습이 더 일반적이었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전통사회의 많은 여성들은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과 실생활에 유용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엄격한 제도 내에서도 성적인 자유를 찾기 위해 애썼으며, 가정을 꾸려가는 주체로서 당당한 권리를 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날 현대 여성보다도 주체적으로 살아갔다.
『주체적 삶, 전통여성』은 전통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뜨리게 하는 책이다. 역사 속의 여성에 대한 바른 인식은 우리가 바라는 양성평등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디딤돌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내면서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뵌 적이 없다. 두 분 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친가보다는 외가와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내가 외가에서 늘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외삼촌들은 모두 고학력에 사회에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분들임에 비해서 이모와 어머니 두 분만 유독 평범한 주부로 사는 것이었다. 또 하나 의아했던 것은 외할머니가 두 분이나 계셨던 점이다. 두 분은 마치 자매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큰할머니는 어머니와 외삼촌들을 낳으신 본처였고 작은할머니는 외할아버지의 첩이었다.
미처 문제로 인식하기도 전 어릴 때 경험한 일들이나 철들면서 의아하게 느꼈던 주변의 미묘한 인간사들이 내 안의 일부를 채우기 시작했다. 더구나 개방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의 관심을 여성 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늘날 마주하게 되는 많은 의문들이 보태져 여성을 공부하는 데 토대로 작용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땅의 여성들의 삶과 위상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왔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인 『한국 근대여성들의 일상문화』(전 9권, 2004)와 『한국 현대여성들의 일상문화』(전 8권, 2005)를 출간한 것은 여성문화 연구자들에게 방대한 자료와 연구방법론을 제공한 뜻깊은 일이었다. 그 이후 『뜻은 하늘에 몸은 땅에―세상에 맞서 살았던 멋진 여성들』도 저술했고, 최근에는 『여성, 역사 속의 주체적인 삶』을 출간했다. 특히 이 책의 독창성은 인문학자의 일관된 시각으로 여성에 관한 다양한 영역을 다룬 여성사라는 점과, 시대를 달리하는 여성들을 ‘주체’라는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저술했다는 점이다.
이제 학술저서의 한계를 벗어나 누구나 가까이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한국 여성의 삶과 문화를 아홉 권으로 풀어 쓰고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이 아홉 권의 책은 전통여성(3권), 기생(3권), 신여성(3권)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첫째 1권에서 여성의 교육, 성과 사랑, 일이라는 큰 주제를 잡아 총체적인 틀을 세웠다.
교육은 가정에서든 기관에서든 사람을 변화시켜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어린이의 몽매함을 깨우쳐주고 젊은이의 미숙함을 성숙시키며 나이 든 사람을 지혜롭게 변모시켜주는 게 바로 교육의 힘이다. 성은 인간의 자유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윤리적 질서 안에서나마 성적 자유를 시도하거나 제도를 벗어나는 일탈도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 일이 없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도 불행해질 것이다. 자신의 일터에서 능력을 발휘할 때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면서 가정과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한국 여성들의 상당수는 부족하나마 교육에 의해 각성되고 감성에 의해 개인적 자유를 누리고자 하며 이성에 의해 공동체적 책무를 다하는 주체적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상의 거시적인 총론 다음으로는 몇몇 여성들의 삶을 각론(각 2권씩)으로 다룰 것이다. 전통여성 중에서는 인수대비와 신사임당을, 기생으로는 황진이와 이매창을, 신여성으로는 나혜석과 김일엽을 대표적인 여성으로 택하여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갔던 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이 여성 에세이가 이 시대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한국 여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올바로 이해하면서 조금이나마 삶의 힘을 얻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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