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태주 교수의 '재벌들의 밥상'
공연예술평론가가 본 부자들의 삶과 철학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공연예술인이 '뜬금없는' 경제경영서를 내놨다. 좀 더 좁혀 말하면 연극 전문가가 세계적 재벌들의 세계를 색다른 시선으로 찬찬히 들여다봤다.
단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와 한국연극학회 회장, 예술의전당 이사 등을 역임한 이태주 씨. 현재는 공연예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동아방송예술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재벌들의 밥상'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내어 세계적 부호들의 삶과 철학을 살폈다. 부제 '곳간의 경제학과 인간학'이 시사하듯이 진정한 부자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여러 사례로 탐색해본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중심으로 연극 관련서를 줄기차게 펴내왔던 이 교수가 '난데없이' 경제 관련서를 낸 배경이 궁금해진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설자인 헨리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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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저서는 재벌들의 집안 내력과 성장 과정은 물론 그들이 만나 도움을 주고받은 인간관계를 더듬는다. 나아가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과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을 발견한다.
대상 부호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문에서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 저커버그까지 다양하다. 피렌체에 르네상스의 꽃을 활짝 피운 메디치 가문, 냉혹한 재벌가에서 자선사업의 상징으로 변신한 록펠러 가문, 매년 세계 부호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빌 게이츠, 혁신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 등.
이들은 그냥 부자가 아니었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버는 돈의 노예가 아니었다는 뜻. 돈의 지배자로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생의 철학을 터득하고 있었으며, 부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고 사랑과 봉사가 또한 무엇인지 알고 살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비결은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삶과 철학, 사회적 기여 덕분이었다.
저자가 이들 시대적 부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혁신적인 예술이 세상을 바꾸듯이 혁신적인 재벌들도 세상을 바꾸더라는 것. 돈만 보고 내달려온 한국사회와 재벌들에게 보내는 고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세상에는 돈 벌기 위해 돈을 버는 지하경제로 호사를 누리는 부자도 있다. 그들에게는 문화도, 교육도, 자선도, 눈물도, 국민도, 뜨거운 가슴도 없다"고 꼬집는다. 자신은 그런 인간들에게는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경멸감을 느끼는 반면, 피땀 흘려 이룩한 재산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자선의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존경한다는 것.
애플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
2일 딸 출산과 동시에 재산기부 의사를 밝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부
부자가 되려면 부자 되는 법부터 제대로 알자고 조언한다. 존경받는 재벌들의 경영은 인간 중심이었다. 최고의 전략과 최상의 경영이 바로 사람의 지략, 상상력, 리더십에서 나오더라는 얘기. 반복하건대 경영의 요체는 결국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성한 막대한 재산으로 인류와 사회 발전에 흔쾌히 공헌했다. 물질에 현혹되지 않고, 정신으로 물질을 제압하며,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결단, 관용, 미덕을 발휘하더라고 들려준다.
때마침 지난 2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31)와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30) 부부가 딸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보유 중인 페이스북 지분 중 99%(현 시가 450억 달러·한화 약 52조 원)를 살아 있을 때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세계 7위의 부호인 이들 부부는 딸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이는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푸른사상. 336쪽. 2만7천원.
ido@yna.co.kr
<연합뉴스/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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