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균 시집, <웃기는 짬뽕>, 중앙일보, 2015.8.4
[시가 있는 아침] 범인
범인
- 신미균(1955~ )
시커먼 홍합들이
입을 꼭 다물고
잔뜩 모여 있을 땐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인다
다들 시원하게 속을 보여주는데
끝까지
입 다물고
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간신히 열어보면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있다
입을 꽉 다문 홍합들은 어떤 것이 산 것인지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팔팔 끓는 물속에 넣어봐야 한다. 산 것들은 속을 벌려 속내를 드러내지만 죽은 홍합은 끝끝내 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군사독재자들이나 그에 협력했던 이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와 입을 굳게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죽은 홍합들이 그렇듯이 입을 다문 그들 모습이 비루하고 추해 보였다. 속으로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가는 주제에!
<장석주>
- 신미균(1955~ )
입을 꼭 다물고
잔뜩 모여 있을 땐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인다
다들 시원하게 속을 보여주는데
끝까지
입 다물고
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간신히 열어보면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있다
입을 꽉 다문 홍합들은 어떤 것이 산 것인지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팔팔 끓는 물속에 넣어봐야 한다. 산 것들은 속을 벌려 속내를 드러내지만 죽은 홍합은 끝끝내 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군사독재자들이나 그에 협력했던 이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와 입을 굳게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죽은 홍합들이 그렇듯이 입을 다문 그들 모습이 비루하고 추해 보였다. 속으로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가는 주제에!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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