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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시인으로 읽는 구보 박태원 (조선닷컴)

by 푸른사상 2011. 11. 1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으로 구보 박태원(朴泰遠·1909~1986·사진)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시인 박태원'은 낯설다. 개화기의 세련된 모더니즘 소설가로만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박태원'이 지면에 발표했던 시 19편과 그의 시론(詩論)을 소개하는 책이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시인인 대산문화재단 곽효환(44) 사무국장의 '구보 박태원의 시와 시론'(푸른사상)이다. 곽 시인은 "2009년 탄생 100주년 문학제를 준비할 때 구보의 두 아드님이 찾아와 아버지가 발표한 시 자료 뭉치를 전했다"면서 "소설과 산문은 여러 권 단행본으로 나왔지만, 이전까지 '시인 박태원'의 실상은 알려진 바가 없다"고 했다.

구보의 발표시 19편이 단행본으로 묶인 것은 처음. 첫 발표 지면은 1925년 9월 7일자 조선일보였다. 제목은 '할미꽃'. 임을 잃은 상실감을 표현한 내용이었다. '나는 들로 다니며/ 꽃을 찾았다/ 님 잃은 이내 몸의/ 알맞는 꽃을// 붉은 장미백합/ '코스모스'는/ 옛적의 이내 몸에/ 맞는 꽃이나// 님 잃은 이내 몸에 / 알맞는 곳은/ 건너 벌판 할미꽃/ 그거로구려!'(전문)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소년 문사 박태원은 상실감과 외로움, 그리고 공허함을 주된 정서로 시를 썼다. 1926년 잡지 조선문단에 발표했던 '누님', 1929년 잡지 '신생'에 발표했던 '외로움'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또 자신의 시론이라 할 수 있는 글 시론잡감(詩論雜感·1927)에서 "내가 항상 읽고 싶어하는 시문은 진(眞)과 열(熱)의 아무 허식도 없는 인생-생활-의 기록"이라면서 "우리는 진실이라는 놈 앞에 저도 모르게 옷깃을 바로 하며 열과 성 앞에 끝없는 그리움과 믿음을 깨닫는다"고 했다. 시에 대한 구보의 열정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1부에서는 구보의 시 19편 전편을 수록했고, 2부에서는 구보의 시에 대한 생각과 시론 등을 담은 산문을 모았다. 3부 '진과 미와 열을 아로새긴 성명의 서'에서는 구보의 시론에 입각해서 그의 시 19편을 분석하고, 그 문학적 의의를 정리했다.

곽 시인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구보의 시와 시론을 함께 조망함으로써 박태원 문학세계 전체를 더 새롭고 폭넓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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