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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최희철 시인 첫 시집 '영화처럼' 발간 <국제신문>

by 푸른사상 201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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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철 시인 첫 시집 '영화처럼' 발간 <국제신문>





최희철(사진) 시인의 시는 말 그대로 온몸으로 밀어붙이듯 쓴 시들이다. 생(生) 전체를 몽땅 넣고 버무려, 부지런한 사색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곁들인 뒤 잘 말린 것이 그의 시가 된다. 시인으로, 노동자로, 가장으로, 아들로 이 거친 야생과도 같은 삶터를 살아가고 있는 그의 생 자체가 눈의 결정(結晶)이나 천일염처럼 시 속에서 빛을 내고 있다.


최 시인이 첫 시집 '영화처럼'(푸른사상 펴냄)을 내놓았다. 배구라는 운동경기가 그의 시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리시브만 하다가 볼 일 다보는 안타까운 종족이 있다. 평생토록 손목의 살, 아니 온몸이 벌게지도록 뼈 부서지게 상대방의 공을 받고만 있는 것이다. 그들은 걷어 올리는 꿈을 꾼다. 비록 터치의 본래 의미가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기필코 걷어 올려보고 싶은 것이다. 하여 한 번은 가슴뼈가 뻐근하도록 후려치고 싶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강력한 스카이 서브를 넣어오는 저 얄미운 족속들을 향해'('원터치' 중)

시를 통해 보면, 그는 식재료로서 닭을 유통시키는 일을 했거나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에 닭이 자주 나온다. '도계(屠鷄)된 닭을 생닭이라 부른다. 하지만 닭의 입장에서 보면 도계됨은 자기 삶의 끝이다. 그가 부처가 아닌 다음에야 삶의 끝이 생(生)일 순 없다. 생이란 할 일이 또 있다는 것, 염장(鹽藏)되어 잘라지고 튀겨진 다음, 양념에 버무려지는 것은 누구의 맛깔스러움인가. 닭이 모르는 캄캄한 기억의 저편들, 그게 문명이 되는 우리의 생, 그 상대성이론이 도계된 닭 위에 얼음을 치는 이유다.'('얼음을 치는 이유' 전문)

그는 시에서 야생의 세계나 망망대해에서 물고기를 잡는 원양어선의 항해를 곧잘 배경으로 쓴다. 하지만 그의 시가 이를 통해 냉정한 삶의 살풍경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실 벽에 생긴 균열을 보며, 파괴의 조짐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균열 자체가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위 것들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욕조 벽의 균열,/10년 전 이사 올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그동안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조금씩 커진 것인데…하지만 균열은/스스로 벽을 부여잡고 있을 뿐/균열임을 부정하지 않는다./운명을 그토록 사랑하는 힘이/그로 인하여 무너질 거라는/걱정을 사라지게 한다./굽어보는 참된 힘,/균열은 결코/조짐이나 결과가 아니다…'('균열을 보며' 중)

삶에 대한 사색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도 따뜻한 응시로 그의 시는 편벽하지 않은, 다채로운 풍경을 잘 그려낸다. 이 같은 시풍은 최근 부산 시단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1961년 생인 최 시인은 부경대 어업학과를 나와 7년 동안 원양어선과 상선 항해사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잡어'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20102.2202218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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