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엮음, 김남주 산문 전집, 국제신문, 2015.4.26.
시인 김남주 산문으로 만난다
21주기…맹문재 시인 '전집' 엮어
저항시인 김남주. 1994년 2월 13일 타계한 뒤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안장됐다. 푸른사상 제공
- 옥중편지 정리, 연보 수정·보완
십여 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친구가 소개해 준 절을 찾아 산길을 걷고 있는데 저만큼 골짜기에서 한 노인이 집 앞에서 무언가를 심고 있었다.…"할아버지, 따먹을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산중에다 감나무는 뭣 하러 심어요?" 노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 입만 입인감? 아무라도 와서 따먹으면 그만이제."('내 입만 입인감?' 중)
시인 김남주(1945~1994)의 문학과 삶을 그가 남긴 산문으로 만나는 책 '김남주 산문 전집'(맹문재 엮음·푸른사상)에 실린 글이다. 시인은 민주화 운동을 한다는 자신의 섣부른 생각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 괭이를 집어 들고 노인과 함께 구덩이를 판다.
'김남주 산문 전집'을 엮어 최근 펴낸 맹문재 시인은 "분단 조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하다가 타계한 시인"이라고 김남주 시인을 자리매김했다. 저항시인이며 서정시인인 그는 민주주의 운동을 하다가 1979년부터 1988년까지 9년 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다.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1994년 만 49세로 타계했다. 올해는 김남주 시인의 21주기이다.
그는 시단과 독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이다. 지난해 임홍배 염무웅 편저로 '김남주 시 전집'(창비)이 나왔고, 이번에 산문 전집이 나오면서 그의 문학과 삶은 한결 잘 정돈됐고 접하기 쉬워졌다. 이 전집은 이전에 김남주 시인이 펴낸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1989) '시와 혁명'(1991)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1994)에 실린 글을 원본으로 삼았다. 여러 매체에 발표했거나 개인이 소장한 원고도 찾아 실었다.
맹문재 시인은 "김남주 시인의 연보를 정확하게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기존 저서에 소개된 김남주 시인의 출신 학교 등 여러 사항을 수정하거나 보충했다. 지난해 나온 '김남주 시선집'에 싣지 못한 시 5편을 발굴해 부록으로 실었고 광주제일고 시절 학적부를 비롯해 사진을 많이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쓴 편지도 양이 많다. 아내, 가족,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분류해 실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김남주 시인을 산문으로 만나는 이 책에서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꼼꼼하게 공력을 많이 기울여 만든 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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