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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신동아] 김유섭, <찬란한 봄날>

by 푸른사상 2015. 4. 28.

김유섭, 찬란한 봄날, 신동아, 2015년 04월호 667호


[시마당] 찬란한 봄날



나무들이 물고기처럼 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색색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섰다

병아리 몸짓의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문구점

간판이 물풀처럼 흔들렸다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서서

수만 년 전 비단잉어의 이동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갔다

물거품으로 떠다니는 꽃향기 속

수심을 유지하는 부레 하나

박제된 듯 정지해 있었다

위이잉, 닫혔던 귀가 열렸다

아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환해지며

비늘 없는 작은 손을 잡았다

꽃무늬 빗물이 찬란한

누구나 헤엄쳐 다니는 봄날이었다


*김유섭 시집 ‘찬란한 봄날’(푸른사상,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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