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소개
당대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응하여 그 현실을 해석하고 나아갈 길을 찾고자 하는 소설, 인간 존재 일반의 깊은 곳을 탐구하여 인간 이해의 새 차원을 여는 소설, 한국소설사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설 형식을 실험하는 소설 등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담았다.
총 5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 모색의 응전의 소설은 서구의 위협과 개항, 갑오개혁 등으로 이어진 구한말 일련의 사건들은 문학의 환경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흔히 무단정치라 불리는 차별적인 식민지 지배 정책이 낳은 온갖 모순은 마침내 3ㆍ1 만세 운동이라는 거대한 민중 저항을 불렀다. 이를 계기로 문학의 현실 응전력이 되살아난다. 식민지 시기 강력한 대항 이데올로기로 기능한 민족주의 사상은 이 시기 소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또한 이 시기 도입된 사회주의 사상은 한국 소설의 흐름을 일거에 뒤바꿔 놓았다. 가난을 소재로 한 소설이 대거 등장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 사상과 연결된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사회의 혁명적 변화를 도모하는 사회주의 사상에 근거한 이 시기 소설들의 한복판에 혁명적인 낙관성이 깃들어 있음은 이와 관련된 것이다. 각각 민족주의 사상과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이 같은 두 흐름은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우리 소설사를 이끌었다.
2부 한국 근대소설의 개화는 1930년대에 이르면서 소설의 양상은 매우 다양해진다.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1930년대 말, 1940년대에 이르면 소설은 존립의 근거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고노에 내각의 신체제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이제 일본이라는 제국의 한 지방으로 재편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조선어 사용 금지, 총력동원체제 등으로 이어지는 엄혹한 상황이 덮치니 작가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문학은 서로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작가들은 새로운 상황에 재빠르게 적응하여 제국의 논리를 그대로 따랐고, 어떤 작가들은 절필을 선언하며 맞섰다. 물론 대부분의 작가는 그 두 극단의 사이에 자리 잡고 흔들리며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했다. 그렇지만 문학은 어떻게든 존재해야만 했다. 일부는 골방에서 창작을 이어가기도 했고 조선어와 일본어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제국의 언어에 적극적으로 균열을 일으키기도 했다.
3부 분단시대의 소설에서는 8ㆍ15 해방으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지만,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은 순탄하지 않았던 때의 내용들이 담겨있다. 해방 직후 소설을 비롯한 우리 문학은 일제 전재 청산 및 새로운 나라 건설의 방향 모색 등 당시 우리 민족이 부딪혔던 문제들의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문학은 격렬한 이념 대립이 벌어지는 영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남북한 양쪽에 참혹한 피해를 끼쳤다. 1950년대의 우리 소설은 반공주의에 의거한 전시소설의 시기를 거쳐, 휴머니즘을 내세워 전쟁 자체를 비판하고 나아가 민족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하는 경향이 주조를 이루었다. 한편 이념 자체를 비판하거나 전후의 각박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4ㆍ19혁명 및 5ㆍ16쿠데타로 시작된 1960년대는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그와 함께 사회의 비민주성이 심각한 역사적 문제로 대두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 문학의 비정치성에 대한 심도 있는 반성을 통해 이른바 참여문학이 등장하면서 사회의 비민주성 및 소외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소설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4부 자유와 평등의 지향성에서는 4ㆍ19는 문인을 사회역사적 과제에 실천적으로 복무하는 지식인이라 인식하는 문단적, 문학적 경향을 되살렸다. 1960~70년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크게 변모한다. 중진국으로의 도약, 100억불 수출 국민소득 1000불 달성, 새마을 만들기 등의 표어를 앞세운 근대화 이데올로기의 선도를 따라 진행되었던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엄청난 지각변동이 이루어졌다. 농업 중심의 경제가 공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농민 분해와 농민의 노동자화․도시빈민화가 야기되고, 인구의 도시 집중이 가속화되었다. 그 같은 변화는 한국사회의 급속한 자본주의적 발전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사회구성체의 내적 모순이 심화되는 양상이 초래되었다. 이 같은 사회 현실의 변화와 이를 극복하려는 지향이 나란히 가는 것은 당연하니 이른바 민중주의가 대두, 성장한다. 4ㆍ19와 6ㆍ3이라는 현대사의 큰 사건이 민중주의의 대두와 성장에 큰 작용을 한 것은 주지하는 대로이지만 사회 현실의 변화가 보다 궁극적인 요인이었던 것이다. 사회 현실의 변화와 민중주의의 대두․성장이라는 객관적 ․주관적 조건이 상호작용, 우리 소설사에서는 유례없이 풍성한 한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5부는 소재와 상상력의 다양성으로 분단문제와 역사문제 같은 것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현실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소설적으로 이 시기만큼 많이 제출된 시기는 없는데, 이는 우리 소설의 근본에 대한 자성과도 일정한 연관을 갖는다. 1980년대 실험소설의 연장선상에서 여러 작가가 시도했던 자성적 글쓰기가 메타소설로서 한 범주를 형성한 것이 그 증거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소설이 위축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비판적 현실 성찰의 소설은 여전히 우리 소설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다양한 문학적 탐구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이해를 도모하게 되는 2000년대 소설의 밑바탕이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이렇게 시기 별로 당대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을 수록하여 이 선집을 읽는 것만으로 한국 현대소설사의 전개를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어느 경우에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야 하며 그 시기 소설계에 우뚝한 작가의 작품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했음은 물론이다.
2. 저자약력
강진호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증언으로서의 문학사』『탈분단시대의 문학논리』등의 저서가 있다.
김경수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염상섭 장편소설 연구』『한국 현대소설의 형성과 모색』등의 저서가 있다.
류보선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근대문학의 정치적 무의식』『경이로운 차이들』등의 저서가 있다.
박진숙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소통의 위한 글쓰기』『이태준 문학 연구』등의 저서가 있다.
박종홍 영남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현대소설의 시각』『현대소설원론』등의 저서가 있다.
서경석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근대 리얼리즘문학사 연구』『한국 근대문학사 연구』등의 저서가 있다.
이재봉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근대소설과 문화적 정체성』『한국 근대문학과 문화체험』등의 저서가 있다.
장수익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현대소설의 시각』『한국 근대소설사의 탐색』등의 저서가 있다.
정호웅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국문학의 근본주의적 상상력』『한국의 역사소설』등의 저서가 있다.
3. 도서목차
1부 모색의 응전의 소설
현상윤 핍박
김동인 배따라기
염상섭 암야(闇夜)
최서해 홍염
조명희 낙동강
2부 한국 근대소설의 개화
이태준 달밤
김유정 만무방
박태원 소설가 구보(仇甫)씨의 일일(一日)
이이상 날개
이광수 무명(無明)
최명익 비 오는 길
이효석 하얼빈(哈爾濱)
김남천 경영
지하련 결별(訣別)
김사량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
3부 분단시대의 소설
채만식 역로(歷路)
허허준 잔등(殘燈)
김동리 역마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손창섭 인간동물원 초(人間動物園抄)
김승옥 무진기행(霧津記行)
4부 자유와 평등의 지향성
이문구 명천유사(鳴川遺事)
이청준 서편제 ― 남도 사람1
김정한 오키나와에서 온 편지
오정희 동경(銅鏡)
이문열 익명의 섬
임철우 사평역
윤후명 호궁(胡弓)
김원우 소인국(小人國)
양귀자 한계령
5부 소재와 상상력의 다양성
박완서 환각의 나비
최일남 석류
윤흥길 종탑 아래에서
이혜경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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