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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간행도서

이경재, <여시아독(如是我讀)>

by 푸른사상 2014. 8. 25.

 

 

 

 

 

 

1. 도서소개

 

 

평론의 가장 큰 기쁨은 텍스트의 내밀한 진실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문학평론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오랜 동안 평론의 가장 큰 기쁨은 텍스트의 내밀한 진실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때로 육체적 쾌감과도 같은 짜릿함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쁨은 철저히 나만의 오만 내지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헛것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텍스트의 진실이란 내가 생각한 진실일 뿐, 그것이 결코 텍스트의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텍스트의 진실이란 어쩌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으며, 그렇기에 텍스트는 짝사랑하는 상대방의 마음처럼 도저히 가늠조차 안 되는 매혹의 대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텍스트의 복잡 미묘한 성격이야말로 문학의 힘이자 본질임에 분명하다.
이 책의 제목 ‘여시아독’은 바로 이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내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한동안 ‘작품은 이렇게 말했다’에 해당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텍스트에 깊이 동화된다고 해도 텍스트와 나 사이의 간극은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나 텍스트는 텍스트이고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텍스트조차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닌가? 그렇기에 어느 순간 나는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는 ‘나는 이렇게 읽었다’만이 텍스트 앞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자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이 평론집은 차라리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가깝다. 그것은 수많은 답장을 요구하는 것이고, 어쩌면 여기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작품들은 그 수많은 답장들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진짜 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는 끝없는 의심과 토론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하나의 진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한국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하는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0년대 이후 쓰인 작품들에 대하여 쓴 평론들이다. 매 계절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 중에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추려서 나름대로 의미부여를 해본 것들이다. 1부는 2000년대 이전에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평론들을, 2부는 2000년대 이후에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평론들을 수록하였다. 각 부의 글들은 대상 작품의 발표 순서를 따랐는데, 이를 통해 각 세대별 특징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모해온 최근 한국소설의 양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던 당시에는 분명히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내가 작품을 바라보는 나름의 기준이나 안목 같은 것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아 뿌듯함과 함께 그 뿌듯함을 몇 곱절 뛰어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앞으로 쓰여질 글들은 이러한 부끄러움을 지난날의 추억으로 돌릴 수 있을 만큼 보다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래본다.

―머리말 중에서

 

 

2. 저자약력

 

 

이경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쓴 평론집으로는『단독성의 박물관』『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현장에서 바라본 문학의 의미』가 있다. 연구서로는 『한설야와 이데올로기의 서사학』, 『한국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한국 프로문학 연구』가 있다. 현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다.

 

 

 

3. 도서목차

 

 

머리말

제1부
분지(糞地)에서 바라본 하늘
─ 남정현의 「분지」(『현대문학』, 1965년 3월)
삿포로가 이회성에게 가르쳐 준 것
─ 이회성의 「죽은 자가 남긴 것」(1970년)
아들이 진정으로 아버지에게 배운 것
─ 김주영의 「도둑견습」(『한국문학』, 1975년 4월호)
눈감은 채 마주선 연인들
─ 윤영수의 「사랑하라, 희망 없이」(『현대문학』, 1994년 7월호)
보통명사로 표현된 시대의 반어
─ 서정인의 「무자년의 가을 사흘」(『소설과사상』, 1994년 9월)
기억을 통한 현실재현
─ 김소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21세기 문학』, 1997봄호)
경계의 무화 ─ 정영문의 「브라운 부인」(『현대문학』, 2006년 2월호)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 김도연의 『이별전후사의 재인식』(문학동네, 2011)
유순봉의 고통 앞에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 윤영수의 『귀가도』(문학동네, 2011)
애도와 성장 ─ 이신조의 『29세 라운지』(뿔, 2011)
21세기 생명파의 탄생 ─ 김숨의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 2011)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신의 목소리 ─ 김훈의 「흑산」(학고재, 2011)
돈의 꼭두각시들 ─ 황석영의 『강남몽』(창비, 2010년)
흐르고 또 흐르는 여울물 소리
─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 2012)
지상(至上)의 노래-카타콤(catacomb)을 체메테리움(coemeterium)으로
─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민음사, 2012)
하숙집에서의 하룻밤이 가르쳐 준 삶의 윤리
─ 권여선의 『레가토』(창비, 2012)
몰락의 윤리 ─ 권여선의 「봄밤」(『문학과사회』, 2013년 여름호)
정착의 이면 ─ 김주영의 『객주』(문학동네, 2013)
고향은 함경북도 경성군. 지금은 서울시 성북구 정릉2동.
─ 이경자의 『세번째 집』(문학동네, 2013)
개들의 시대 ─ 이시백의 「사자클럽 잔혹사」(실천문학사, 2013)


제2부
진실에 들린 초점인물과 함께 늪에 들어가기
─ 천운영의 「내가 데려다줄게」(『문학동네』, 2007년 여름호)
역사와 이야기가 만나는 한 가지 방식 혹은 이유
─ 김진규의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문학동네, 2009)
다가올 공동체의 준칙 ─ 이경의 「먼지별」(『아시아』, 2009년 가을호)
죽음의, 죽음에 의한, 죽음을 위한
─ 윤세화의 「데스스토커」(『문학동네』, 2009년 가을호)
인간은 무엇인가? ─ 정용준의 「벽」(『문학들』, 2009년 가을호)
심해를 뚫고 나오는 혹등고래의 빛
─ 최은미의 「전임자의 즐겨찾기」(『문학동네』, 2009년 겨울호)
개는 왜 자살했는가? ─ 임수현의 「개의 자살」(『문학수첩』, 2009년 여름호)
상상력과 영상의 만남 ─ 김언수의 『설계자들』(문학동네, 2010)
심연으로서의 타인 ─ 손홍규의 「내가 잠든 사이」(『문학사상』, 2010년 5월)
히키코모리와 바틀비 사이
─ 박솔뫼의 「안해」(『문학과사회』, 2010년 겨울호)
타임슬립의 (불)가능성
─ 강윤화의 「세상에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실천문학』, 2010년 겨울호)
지구대에서 만난 한미(韓美) 양국의 피자배달원
─ 배상민의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문예중앙』, 2011년 봄호)
영어도 모른다면, 지금 당장 우주를 떠나라!
─ 최민석의 「부산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이방인 부르스의 말로」(『문예중앙』, 2011년 여름호)
자각몽 혹은 소설쓰기의 위대함
─ 조현의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 통신1」(『현대문학』, 2011년 9월)
토도로프가 한국문학에 가르쳐 준 것
─ 백수린의 「밤의 수족관」(『문학동네』, 2011년 겨울호)
또 다른 해체를 위하여
─ 한유주의 「불가능한 동화」(『문학과사회』, 2011년 겨울호)
슬픔에 부풀어 오르다
─ 천정완의 「팽-부풀어 오르다」(창작과비평, 2011년 겨울호)
아이러니스트가 바라본 우리 시대 가족
─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문학동네』, 2012)
살인의 추억 ─ 유현산의 「1994년 어느 늦은 밤」(네오픽션, 2012)
억압된 것의 귀환
─ 황현진의 「츠츠츠로 가는 뒷문」(『문학들』, 2012년 겨울호)
성냥으로 탑 쌓기 ─ 최정화의 「팜비치」(『창작과비평』, 2012년 겨울호)
단단한 아름다움
─ 김민정의 「안젤라가 있던 자리」(『아시아』, 2012년 겨울호)
지독한 반어, 지독한 역설 ─ 최제훈의 『나비잠』 (문학과지성사, 2013)
삶의 새로운 윤리를 위하여 ─ 김정남의 「여행의 기술」(작가정신, 2013)
종말 전야에 끓여먹는 동탯국의 맛
─ 천정완의 「동탯국」(『문장웹진』, 2013년 4월호)
나무와 식탁 ─ 채영신의 「4인용 식탁」(『문학나무』, 2013년 여름호)
시스템과 자유 ─ 최민우의 「이베리아의 전갈」(『문학동네』, 2013년 여름호)
그릇에 담긴 물 같은 도시
─ 최민우 「머리 검은 토끼」(『세계의 문학』, 2013년 가을호)
터널이 있든, 없든
─ 황정은의 「양의 미래」(『21세기 문학』, 2013년 가을호)
진봉의 삶, 혹은 사내의 삶
─ 민정아의 「죽은 개의 식사 시간」(『문장웹진』, 2013년 11월)
탈북자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
─ 김금희의 「옥화」(『창작과비평』, 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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